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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왜 미국은 이란전쟁을 서두르지 않나…트럼프가 꺼낸 ‘베네수엘라 모델’이 섬뜩한 이유? 트럼프가 마침내 꺼낸 말, “이란도 베네수엘라처럼” 2026-09-15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가 마침내 꺼낸 말, “이란도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은 도대체 이란에서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면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당초 그림과는 다른 신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기야 “베네수엘라처럼 이란에 남아 원유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보다 이란 강경파의 힘을 최대한 빼고, 그 이후 이란의 권력구조와 자원질서까지 바꾸려는 것이 미국의 더 큰 목표인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아일랜드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대회 관람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란전쟁의 종결 가능성을 언급하다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면서 “미국은 결국 이란에서 철수할 것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베네수엘라처럼 남아서 원유를 확보하는 경우”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얻은 수입이 전쟁비용을 여러 번 충당할 정도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란에서도 비슷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란전쟁이 올해 안에, 어쩌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직후 끝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제 전쟁의 출구와 이란 원유를 공개적으로 하나의 문장 안에 넣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핵시설을 제거하고 호르무즈를 개방하는 것을 넘어, 전쟁 이후 이란에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인지까지 선택지로 올려놓은 셈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호르무즈에서 한발 물러서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점에 워싱턴의 호르무즈 접근법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1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걸프 국가들에 향후 이란과의 협상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보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호르무즈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해협 협상의 전면에 서기보다 핵 문제에 협상력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만약 미국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것이었다면 워싱턴이 직접 협상을 주도해 조속히 통항질서를 복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미국은 핵 문제와 호르무즈 문제를 분리하려 하고 있다. 해협 문제는 오만과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 풀도록 하고, 미국은 이란의 전략적 위협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핵 문제에 힘을 집중하려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원하는 ‘전쟁의 끝’은 무엇인가]


바로 여기서 이번 이란전쟁을 바라보는 핵심 질문이 나온다. 미국은 도대체 어떤 상태가 되어야 이 전쟁이 끝났다고 판단할 것인가. 호르무즈 개방이 전부라면 해협을 열고 끝내면 된다. 핵무기 개발 저지가 목표라면 검증 가능한 핵합의를 만들어 전쟁을 끝내면 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국이 이란에 남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그 이유로 원유까지 지목했다. 이는 적어도 트럼프가 생각하는 전쟁의 출구에 단순한 휴전이나 핵합의보다 훨씬 넓은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지난 3월 이란에 대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시작할 당시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제시했던 목표도 핵 위협 제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핵 위협 제거와 함께 탄도미사일 전력 파괴, 친이란 무장세력 네트워크 약화, 이란 해군력 무력화를 작전 목표로 제시했다. 즉 애초부터 미국의 군사적 목표에는 이란이 주변국과 해상교통로를 위협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동시에 제거한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었다.


[‘베네수엘라 모델’의 진짜 의미는 석유만이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말한 ‘베네수엘라 모델’을 단순히 “이란 석유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의미로만 해석하면 더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직접 연결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미국에 적대적인 기존 권력구조를 약화시키고 미국이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만든 뒤, 에너지 자원을 경제적·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이란에서도 하나의 선택지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에서는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군사·정치·경제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쟁만 끝낸다면 핵과 미사일, 호르무즈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 이란 강경파가 다시 미국과 걸프 지역을 위협할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종전조건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이 원하는 것이 반드시 ‘자유민주주의 이란’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공식 전쟁목표로 선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드러난 흐름만 놓고 본다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란’이라기보다 ‘다시는 핵·미사일·호르무즈를 무기로 미국과 세계를 위협할 수 없는 이란’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란이 버틸수록 미국은 정말 불리한가]


이렇게 보면 또 하나의 의문도 풀린다. 이란 강경파의 저항으로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도 미국은 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는가 하는 문제다. 전쟁 장기화가 미국에도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이미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사우디의 핵심 동서송유관까지 공격받으면서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 브렌트유는 약 3% 뛰어 배럴당 107달러대로 올라섰다. 따라서 미국 역시 전쟁을 무한정 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란 역시 경제·군사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미국의 계산이 단순한 조기 휴전에 있지 않다면, 압박을 통해 이란 강경세력의 전쟁 수행능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떨어뜨린 뒤 협상하는 편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을 언제 끝내느냐보다 어떤 이란을 남겨놓고 끝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오만 회담마저 돌연 연기…호르무즈 해법 더 멀어졌다]


이런 가운데 14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호르무즈 관련 회의마저 막판에 연기됐다. 오만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회의 연기를 발표했고, 로이터는 “이란과 오만이 연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서는 호르무즈 통항질서를 둘러싼 방안들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더구나 전선은 호르무즈에 머물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동서송유관이 공격받았고, 이란과 연계된 후티 세력은 홍해 연안을 따라 세력을 확대하면서 바브엘만데브까지 압박하고 있다. 결국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인 호르무즈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 우회로인 사우디 송유관과 홍해까지 동시에 불안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도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러한 변화는 호르무즈 항행 안전 지원을 검토하는 한국에도 중요한 문제다. 미국의 작전 목적이 단순한 해협 통항 보호라면 한국의 역할과 철수조건도 비교적 명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가 장기적인 이란 압박과 전후질서 관리로 확대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역시 무엇을 위해 참여하고, 임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언제 빠져나올 것인가라는 문제를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Why Times Insight]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모델’ 발언은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원유 욕심으로만 읽어서는 핵심을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흐름을 완전히 오독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생각하는 ‘전쟁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호르무즈를 다시 열고 핵시설을 묶는 것으로 끝낸다면 전쟁 이전 이란의 권력구조가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몇 년 뒤 핵과 미사일, 호르무즈를 둘러싼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도 남는다.


그렇다면 미국의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을 서둘러 봉합하기보다 경제·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강경세력의 전쟁 수행능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고, 이란이 더 이상 핵과 호르무즈를 전략무기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꺼낸 의미가 커진다. 미국에 적대적인 권력구조를 약화시킨 뒤,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에서 원유를 지렛대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이란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이 이란의 정권교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환을 공식적인 전쟁목표로 선언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가장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민주주의 이란’이라기보다 ‘다시는 핵과 호르무즈로 미국과 세계를 위협할 수 없는 이란’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미국이 전쟁 장기화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이유 역시 설명된다. 이란 강경파가 버틸수록 미국의 비용도 커지지만 이란의 군사력과 경제력 역시 소진된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이란을 남겨놓고 전쟁을 끝내느냐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의 진짜 목표를 확인할 결정적 순간은 종전협상이 시작될 때다. 미국이 핵 프로그램 이외에 혁명수비대, 탄도미사일, 친이란 무장세력, 해군력, 원유와 경제질서에 대해 어떤 조건을 내놓는지를 보면 트럼프가 말한 ‘베네수엘라 모델’이 단순한 즉흥적 발언이었는지, 아니면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포스트 이란’ 구상의 일부인지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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