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대통령도 몰랐다…종전 합의 깨버린 호르무즈 공격]
이란에서 지금 대체 누가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것인가. 미국과 이란이 어렵게 종전의 출구를 찾던 순간, 대통령은 물론 혁명수비대 최고 지휘부조차 사전에 몰랐던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터졌고 평화협상은 다시 무너졌다. 공격 배후에는 대미 협상에 반대해온 강경파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들을 제어해야 할 최고지도자는 장기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여기에 미군 3명을 숨지게 한 이란의 별도 공격에 중국계 주체가 제공한 고해상도 위성영상이 연계됐다는 미국 측 판단까지 나오면서 이란 문제가 미중관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imes of Israel, TOI)은 13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호르무즈에서 상선이 공격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란 대통령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최고국가안보회의도 공격을 사전에 몰랐다는 점”이라면서 “이란군 일부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던 상선 3척을 공격했는데, 미국과 이란은 6월 마련된 합의를 토대로 전쟁을 멈추기 위한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이 공격 이후 미국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종전을 향한 협상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공격 소식을 접하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고, 혁명수비대 지휘부 역시 자신들이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현장 세력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침해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중앙의 별도 승인 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기존 지침을 근거로 행동했다고 설명했는데, 사실이라면 이란은 단순한 강경·온건 노선 갈등을 넘어 국가 지도부가 실제 무력사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인 상황에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협상을 죽이려 했다”…배후로 지목된 호세인 타에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공격이 단순한 현장 지휘관의 오판이 아닐 가능성이다. 이란 관리들은 공격의 배후로 혁명수비대 정보조직을 이끌었던 강경파 호세인 타에브를 지목했다. 타에브는 미국과의 종전 합의에 처음부터 반대해온 인물이다.
TOI에 따르면, 이란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대로라면 공격의 목적은 명확했다. 미국과의 합의를 흔들어 종전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었다. 타에브는 최근에도 이란의 권리를 희생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협상은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을 내놨다.
바로 여기서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본질이 드러난다. 페제시키안과 협상파에게 종전은 미국의 봉쇄를 풀고 붕괴하는 경제를 살릴 출구다. 반면 혁명수비대와 강경세력에는 대미 대결과 전쟁이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전쟁이 끝나면 자신들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종전을 저지하려는 강경파의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최고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충돌을 최종적으로 정리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란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다. 문제는 바로 그 최고 권력의 실질적 통제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장기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그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소통 방식을 둘러싸고 이란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의 이름으로 성명은 나오지만 실제로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대통령도 몰랐고 혁명수비대 최고 지휘부도 몰랐던 공격 하나가 국가의 전쟁과 평화를 뒤집었다. 최고지도자의 통제력이 확고하고 정상적인 지휘체계가 작동한다면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다. 결국 현재 이란에서는 최고 권력의 통제력 약화를 틈타 여러 권력집단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도 난감하다…“도대체 누구와 협상해야 하나?”]
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 아프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공식 정치라인과 합의를 만들어도 군부 일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한다면 “누구와 합의해야 그 합의가 실제로 지켜지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강경파의 움직임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란은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공격까지 확대했고 미국은 이란의 유조선들을 공격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란의 공격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관리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외부 지원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중국이 등장했다…美기지 공격에 中 위성정보]
여기에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WSJ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7월 17일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공격하기 전후 중국 내 주체들로부터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입수했으며, 미국은 이 정보와 공격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공격을 지시했거나 직접 위성정보를 제공했다는 증거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WSJ 역시 관련 중국 주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직접 개입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13일 에어포스원에서 중국 위성정보 문제를 질문받자 중국도 미국을 감시하고 미국도 중국을 감시한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문제를 확대하지 않았다. 오는 24일로 예상되는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이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중국 측은 아직 24일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가 현 단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직접 책임을 묻기보다 사태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중국계 위성정보가 실제 미군 공격의 표적정보로 사용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중국계 기업과 기관의 대이란 군사정보 지원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가 중요한 안보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Why Times Insight — 이란에는 지금 ‘두 개의 전쟁지휘부’가 있는가]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도 중국 위성사진도 아니다. “이란에서 지금 누가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페제시키안 정부가 협상을 선택해도 강경파 일부가 독자 행동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고, 이를 제어해야 할 최고 권력의 통제력마저 의심받는다면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합의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합의에 서명하는 사람과 합의를 실제 집행할 사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파의 이해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전쟁과 대미 적대가 계속될수록 혁명수비대와 안보조직의 정치적 존재감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종전 이후 경제회복과 외교가 국가의 중심 의제로 돌아오면 군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이란에서는 ‘종전을 원하는 이란’과 ‘종전을 두려워하는 이란’이 충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중국 정부의 개입을 부인하느냐가 아니다. 중국의 기업이나 기관에서 나온 고해상도 위성정보가 실제 이란의 미군 표적화 능력을 높이는 데 반복적으로 이용된다면 구두 약속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된다. 미국이 이미 중국 기업들의 대이란 지원 문제를 문제 삼아왔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관련 기업·기관을 직접 겨냥한 제재와 기술통제가 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이 풀어야 할 질문은 두 개다. 테헤란에는 “도대체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가?”, 베이징에는 “중국 정부가 실제로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종전 합의가 만들어진다 해도 호르무즈에서 또 한 발의 미사일이 날아가는 순간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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