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최신 상황은 더 위험…NPT 탈퇴 카드까지 꺼내든 테헤란]
이란 강경파가 갈 곳을 잃고 있다. 미국의 제재와 해상 압박으로 경제적 숨통은 갈수록 조여드는데, 호르무즈 해협과 미군을 공격하며 맞설수록 더 강한 군사·경제적 보복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IAEA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맞서 NPT 탈퇴까지 거론하면서 외교적 퇴로마저 스스로 좁히고 있다. 문제는 강경파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싸울수록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 “이란 강경파의 선택지가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신 장면은 핵 문제로, IAEA 이사회가 9일 이란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기로 결정하자 테헤란에서는 곧바로 NPT 탈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면서 “10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는 IAEA의 정치적 조치가 오히려 국가들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란 의원 알리레자 압바시도 NPT 회원국 지위 재검토 문제를 의회가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IAEA의 이번 조치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35개국 이사회 가운데 23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중국·니제르가 반대했으며 8개국이 기권했다”면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 결의안을 주도했는데, 핵심 쟁점은 미신고 장소에서 발견된 우라늄 흔적에 대한 이란의 설명과 사찰 협조 문제이며, IAEA는 이란에 핵물질이 평화적 목적에서 전용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제공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AP는 이어 “NPT 탈퇴는 강경파 입장에서는 서방을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안보리 회부에 NPT 탈퇴까지 겹치면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적 방어에 더욱 의존해야 하고, 향후 서방과 협상을 재개할 최소한의 외교적 공간마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외부 압박에 맞설 카드를 하나 더 꺼낼 때마다, 정작 이란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길도 하나씩 사라지는 구조다.
[호르무즈에서도 같은 함정…때리면 더 크게 돌아온다]
군사전선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AP는 이란 국영매체를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이란 유조선 5척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유조선 8척과 미군 함정 2척을 공격했으며, 또한 이란이 설정한 통제구역을 통과하려던 선박 10척도 별도로 공격했다고 밝혔다”면서 “다만 미국 측은 자국 군함이 피격됐다는 이란 주장을 부인했으며, 이란이 주장한 전체 피해 규모 역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충돌은 6개월 넘게 이어진 미·이란 전쟁 가운데 해운을 둘러싼 가장 큰 규모의 공방으로 번졌다. 미국은 IRGC가 미 군함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 원유운반선 5척을 격침했고, 이란은 다시 호르무즈 인근 선박들과 요르단의 미군기지를 공격했다. 한 차례의 공격이 상대방을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보복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에는 시간이 없다…식료품 물가 128%]
문제는 이란이 미국과 장기간 ‘맷집 경쟁’을 벌일 경제적 체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란 통계센터 자료를 인용한 IranWire에 따르면 8월 식품·음료·담배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약 128%에 달했다. 특히 유지류 가격 상승률은 무려 258.2%였다. 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기본 생활비가 이미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전체 물가 역시 심각하다. 이란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한 IranWire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84.4% 상승했고, 12개월 누적 물가상승률도 65.1%까지 올라갔다. 전쟁 장기화와 환율 급락, 상품 부족과 물류비 상승이 서로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IMF는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이란 경제가 2026년 5.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3~4월 이란의 원유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했다는 점을 반영해 전망치를 오히려 0.7%포인트 올렸음에도 최종 성장 전망이 -5.4%였다. 현재처럼 해상운송과 원유수출에 다시 충격이 가해질 경우 경제적 압력은 당시 전망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美 경제봉쇄도 한 단계 더 세진다…“거래하면 끝까지 쫓겠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미국이 군사공격과 동시에 경제적 목줄까지 조이고 있다는 점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0일 “다음 주 이란과 관련된 ‘대형 은행’ 한 곳을 추가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원유수출·해운·무기조달·금융중개·암호화폐·항공망을 제재하고 있으며, 8월에는 ‘경제적 왕따작전’을 통해 약 60개 개인·기관·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베선트는 이란 정권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뜻도 노골적으로 밝혔다. 핵심은 단순히 이란 정부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이 제재를 우회하는 금융·해운·기술 네트워크 자체를 계속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유령회사와 제3국 금융망, 우회수출을 통해 버틸 공간까지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강경파는 오히려 더 강경해진다…“힘의 언어로 미국 굴복시켜야”]
그런데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이란 강경파는 반대로 더욱 공격적인 길을 요구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최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힘의 언어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역시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으며, 미국이 봉쇄를 강화하면 이란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회에서는 한술 더 뜨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세인알리 하지델리가니 의원은 “이란이 핵실험을 실시하고 실질적인 억지력을 제공할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적을 상대로 한 선제공격까지 거론했다. 강경파 일각에서는 이제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미국과 역내 미국 지원국을 상대로 보다 직접적인 군사적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Iran International은 이러한 흐름을 “이란의 새로운 전쟁전략이 단순한 호르무즈 봉쇄를 넘어 미국의 군사·경제적 이해관계 전반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강경파는 후퇴 대신 전쟁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러서지 않는다…트럼프 “지금 협상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강경파의 계산과 달리 미국이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은 아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협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지금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란이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오래 견딜 수 없다면서 전쟁이 11월 3일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종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11일 공개된 발언에서도 트럼프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다시 한다고 해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쟁이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미국 내부의 불만에도 현재로서는 압박 노선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함정…강경파 스스로 퇴로를 태운다]
두 번째 함정은 더욱 심각하다. 강경파가 군사적 강도를 높일수록 다시 협상으로 돌아갈 정치적 공간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미군 함정을 공격하면 보복이 돌아오고, 호르무즈를 흔들면 미국은 유조선을 공격한다. IAEA와 대립하면 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가고, 여기에 다시 NPT 탈퇴까지 선택한다면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강경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갈수록 극단적인 것만 남게 된다. 공격하지 않으면 ‘저항’의 명분이 흔들리고, 공격하면 더 큰 보복을 받는다. 협상하면 굴복이라는 비판을 받고, 협상을 거부하면 경제적 질식은 계속된다. NPT에 남으면 사찰·검증 압박을 받아야 하고, 탈퇴하면 국제적 고립은 더 심해진다. 이것이 지금 이란 강경파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중의 함정’이다.
[Why Times Insight: 이란의 진짜 위기는 ‘패배’가 아니라 ‘선택지의 소멸’]
지금 상황에서 이란 강경파가 반드시 대답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이란이 숨 쉴 공간은 넓어졌는가?” 현재까지 나타난 흐름은 오히려 반대다. 공격하면 미국의 보복 규모가 커지고, 해상수출 환경은 더 위험해지고, 경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식료품 물가는 약 128% 뛰었고 달러 환율은 23만4000토만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핵 문제까지 20년 만에 다시 유엔 안보리로 넘어갔다.
그런데 강경파의 대답은 다시 더 강한 호르무즈 압박, 선제공격 주장, 핵실험론, 심지어 NPT 탈퇴 가능성이다. 이것은 협상력을 키우는 전략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마지막 남은 외교적 퇴로까지 스스로 허무는 선택이 될 위험도 크다. 공격 수위가 올라갈수록 다음 선택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것이어야 하는 ‘확전의 사다리’에 올라선 셈이다.
이것이 지금 이란 강경파가 처한 가장 위험한 지점이다. 싸울수록 협상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카드만 남은 국가는 강해진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 들어선 국가일 수 있다. 이란 강경파의 진짜 위기는 미국이 강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돌아갈 길을 하나씩 태우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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