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9월 화교권서 다시 불붙은 ‘1조 위안 천년대계’ 논쟁]
중국 화교권에서 최근 묘한 조롱이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이 직접 손대는 일마다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한 반시진핑 구호로 치부하기에는 그 배경에 슝안신구와 부동산 규제, 사교육 단속, 공동부유 등 시진핑이 직접 정치적 권위를 걸었던 굵직한 정책들이 줄줄이 놓여 있다. 그리고 2026년 9월, 그 논쟁의 한복판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 무려 1조 위안 이상을 투입한 ‘시진핑의 도시’ 슝안신구다.

대만의 자유시보 경제망은 8일, 슝안신구를 집중 조명하면서, “2017년 착공 이후 누적 투자액이 1조 위안을 넘어섰지만 주요 도로와 상업지역에서는 여전히 낮은 인구 밀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천년대계’가 ‘아름다운 폐허’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시보의 이 보도는 2024년 블룸버그가 직접 현지를 취재해 “시진핑의 꿈의 도시가 그의 권력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던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슝안신구는 2017년 4월 시진핑 지도부가 직접 발표한 국가급 신구다. 베이징에서 약 100㎞ 떨어진 허베이성 슝현·룽청현·안신현 일대를 묶어 베이징에 집중된 중앙기업·대학·병원·연구기관 등의 비수도 기능을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단순한 신도시 건설이 아니라 ‘천년대계, 국가대사’로 규정했다.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상징성이 그만큼 강하게 투영된 사업이다.
그런데 블룸버그가 주목했던 것은 단순히 빈 건물 몇 채가 아니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이 베이징 서남쪽 약 100㎞ 떨어진 허베이성 농촌지역에 직접 구상한 신도시를 세우고 정부기관과 대학, 중앙 국유기업을 옮기도록 했는데도 사람과 기업의 실제 이동은 국가가 지은 건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미 2017년 슝안 발표 직후부터 이 도시가 대규모 ‘고스트 타운’으로 갈 위험성을 제기했고, 2024년 현지 르포에서는 이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성공”…그런데 왜 시진핑이 3월에 다시 직접 독려했나]
물론 중국 정부의 설명은 정반대다. 신화통신은 “2026년 1월 현재 슝안신구 개발면적이 약 215㎢, 건물이 5300동 이상이며 상주인구도 약 140만 명”이라고 발표했고, 3월에는 “400개가 넘는 중앙국유기업 관련 기관과 600개 이상의 첨단기술기업이 모이면서 슝안에 대한 청사진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누적 투자액은 2025년 말 기준 이미 1조 위안을 돌파했다.
그런데 주목할 대목이 있다. 시진핑은 바로 올해 3월 23일 다시 슝안을 찾아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을 더 강력하게 이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슝안을 실제 사람과 기관으로 채우기 위한 시진핑의 새로운 독려라고 해석했다. 이미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도시라면 최고지도자가 9년째 직접 내려가 ‘더 강력한 이전’을 독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역설이 생긴다.
[1조 위안보다 더 충격적인 숫자…인구는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슝안의 ‘140만 인구’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지역은 완전히 사람이 없던 황무지 위에 세워진 도시가 아니다. 2020년 인구조사 당시 슝안신구를 구성하는 지역의 상주인구는 이미 약 120만 명 규모였다. 따라서 현재의 약 140만 명을 단순히 “신도시 건설로 140만 명이 새로 유입됐다”고 해석할 수 없다.
더욱이 슝안 건설 과정에서 기존 농촌 주민 상당수가 철거·재정착을 통해 새 아파트로 이동했다. 결국 숫자상 ‘신도시 주민’ 증가와 베이징에서 기업·대학·전문인력이 자발적으로 옮겨와 형성되는 새로운 경제권은 전혀 다른 문제다. 슝안 논쟁의 핵심은 건물을 얼마나 지었느냐가 아니라, 국가 명령 없이도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고 일하려 하느냐에 있다.
[문제는 슝안 하나가 아니다…부동산 ‘3개 레드라인’도 결국 후퇴]
그래서 화교권에서 슝안이 더 크게 회자되는 것이다. 비슷한 패턴이 다른 시진핑 핵심정책에서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중국은 2020년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3개 레드라인(三道红线)’을 도입했다. 과도한 차입을 차단한다는 취지는 합리적이었지만, 규제를 급격하게 적용하면서 개발업체의 유동성이 말랐고, 2021년부터 헝다를 비롯한 대형 업체들의 연쇄 디폴트와 부동산 위기가 본격화됐다. 로이터는 올해 1월 “중국 당국이 결국 이 규제를 사실상 종료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정책이 현재까지 중국경제를 짓누르는 부동산 부채위기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제를 거둬들였다고 시장이 돌아온 것도 아니다. 로이터가 8월 28일 발표한 기관 설문에서 “중국 주택가격은 2026년에도 3.4% 하락, 부동산 투자는 무려 20% 감소, 주택판매 면적도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책을 거꾸로 돌렸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가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사교육 초강경 규제도 결국 완화…시장 없앤 뒤 다시 시장 찾는다]
2021년의 ‘쌍감(雙減·Double Reduction)’ 정책도 비슷하다. 중국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인다며 초·중등 교과목 영리 사교육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당시 약 12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던 사교육산업이 순식간에 흔들렸고, 뉴오리엔탈과 TAL 등 대형업체의 기업가치가 폭락했으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런데 경기둔화와 청년고용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이후 사교육에 대한 집행강도를 사실상 낮추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업체들이 다시 채용에 나서고 학원이 공개적으로 영업을 재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을 한 번에 눌러버린 뒤 일자리와 소비가 필요해지자 다시 조심스럽게 살려내는 모습이다.
[‘공동부유’도 남긴 것은 민간기업의 공포]
공동부유 역시 빈부격차를 줄인다는 명분에서 출발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플랫폼·부동산·교육 등 민간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동시에 진행됐다. 당시 중국 증권당국조차 외국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규제가 민간기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직접 해명해야 할 정도로 시장 불안이 커졌다. 로이터는 “이 규제 드라이브가 주요 중국기업들의 시가총액 수천억 달러를 증발시키고 외국인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고 보도했다.
[2026년에도 같은 문제…공장은 늘어나는데 소비는 따라오지 않는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이 문제가 과거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로이터는 10일,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주도 첨단산업 도시 허페이를 분석하면서, “제조업 생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고작 0.6%에 머물렀다”면서, “정부 투자로 공장과 첨단산업은 키울 수 있지만 주민들의 소비와 자신감까지 행정명령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것이 슝안신구와 연결된다. 국가는 건물은 지을 수 있다. 기업의 주소도 옮길 수 있다. 은행에 돈을 빌려주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그 도시로 가고 싶게 만들고, 기업가가 투자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까지 명령할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시진핑이 틀렸다’보다 더 깊다]
따라서 최근 화교권에서 나오는 “시진핑이 손대면 망한다”는 표현은 정치적 조롱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슝안신구도 아직 장기 건설계획이 진행 중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최종적인 ‘실패 도시’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책결정 구조의 문제는 분명히 짚어볼 수 있다. 슝안, 부동산 규제, 사교육 단속, 공동부유 모두 최고지도자가 방향을 정하면 관료조직 전체가 동시에 달려가는 중국식 정책 집행의 특징을 보여준다. 시장의 경고나 민간의 반응을 중간에서 수정할 제동장치가 약할 경우, 정책의 오류 역시 전국 규모로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최근 화교권에서 나오는 “시진핑이 손을 대면 망한다”는 말 자체는 사실판단이라기보다 강한 정치적 조롱에 가깝다. 슝안 역시 2049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이고, 중앙국유기업과 대학·병원의 이전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완전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슝안, 부동산의 3개 레드라인, 사교육 쌍감, 공동부유에서 반복되는 공통점은 정책의 방향이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되고,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관료조직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책이 맞으면 엄청난 속도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판단이 틀렸을 경우에는 오류 역시 전국적 규모로 확대된다.
시진핑 시대 중국경제의 가장 위험한 부분이 바로 이것일 수 있다.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은 “시장이 먼저 움직이면 국가는 뒤에서 길을 열어주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는 점차 “국가가 방향을 정하면 시장이 따라와야 한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슝안은 그 철학을 도시 하나에 그대로 옮겨놓은 거대한 실험장이다. 국가가 먼저 도시를 만들고, 철도와 아파트를 짓고, 국유기업과 대학을 옮기고, 그 다음 사람들이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군대가 아니다. 명령으로 기업의 주소는 옮길 수 있어도 기업가의 투자심리까지 옮길 수는 없다. 국가가 아파트는 지을 수 있어도 그 집을 사고 싶은 마음까지 만들 수는 없다. 규제로 부채를 줄일 수는 있어도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행정명령으로 되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최근 화교권에서 “지도자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중국경제를 돕는 길”이라는 독설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슝안신구가 최종적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9년과 1조 위안을 투입한 지금, 중국경제를 향해 던져야 할 질문은 충분히 선명해졌다.
중국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시진핑이 충분히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오히려, 시진핑의 의지가 시장보다 너무 앞서갔기 때문인가? 지금 중국이 직면한 더 근본적인 위험은 경기침체 그 자체보다 최고지도자의 판단을 시장이 거부하기 어려운 경제체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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