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후티, 사우디 남부 4개 도시 동시 타격…아람코 정유시설도 표적]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번졌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명가량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미군은 이란 유조선을 다시 타격하며 중동 전선이 동시다발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산유국이면서도 휘발유가 부족해진 이란은 휘발유 가격을 전격 인상했는데, 이란 국민들의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보안군을 전면 배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남부의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4개 도시를 드론과 미사일로 동시에 공격했다”면서 “표적에는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전력 시설이 포함됐는데, 사우디 당국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는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공격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영상에는 지잔 정유소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와 아브하 석유 분배 센터의 흰 연기가 포착됐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키 소장은 “이번 공격은 위험하고 무분별한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전투기는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와 서남부 타이즈 지역에 즉각 보복 공습을 가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 전쟁으로 번진 예멘 내전]
이번 공습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며칠간 예멘 곳곳의 반군 거점에 121차례에 달하는 공습을 가했고, 후티는 이를 ‘무자비한 공습’이라며 반발했다. 예멘 내전은 2022년 휴전 이후 소강상태를 이어왔으나 지난달 후티의 휴전 종료 선언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도 후티 장악 지역을 모두 탈환하겠다며 다방면 지상 공세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후티·정부군 양측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한 주간 정부군 216명, 후티 278명, 민간인 최소 29명 등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사흘간 예멘 서해안 일대에서만 1만8500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는 항상 평화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자국을 방어하고 이익을 보호하며, 형제국 예멘의 안보와 안정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사우디 안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는 이제 자국 안보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파장을 지닌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요충지 중 한 곳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이란과 후티가 국제 해운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 이란 유조선 재타격…걸프 산유국 전역으로 위협 확산]
같은 날 걸프 해역에서도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이 재개됐다. 로이터는 “미군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하려 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미 당국자가 밝혔는데, 이는 이틀간의 소강 상태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미군 미사일이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에서 약 4해리(약 7.4㎞) 떨어진 해상의 이란 유조선을 명중시켰다”고 전했고, 이란 국영 방송은 “걸프만 자스크 인근 해상에서 두 번째 유조선도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군은 즉각 강력 반발했다.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참모총장은 “침략자인 미군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대피 경고를 보냈다”며 “이란 유조선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역내 미군 기지를 향한 이란군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IRGC 해군도 성명을 내고 “여러 척의 이란 유조선을 표적으로 삼은 미 테러 군대의 악의적인 행위에 대응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군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그들의 범죄에 동조한 쿠웨이트와 바레인 항구 인근의 모든 유조선 선원은 즉각 선박에서 대피하라”고 위협했다.
이어 “이들 유조선은 항구에 진입해 있든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든 관계없이 모두 우리의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말에도 미군은 이란이 신형 탄도미사일로 미 군함을 겨냥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바 있어, 이번 타격은 사실상 같은 패턴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100달러 위협…이란은 내부 압박까지 이중고]
걸프와 홍해 양쪽에서 동시에 벌어진 무력 충돌은 국제 유가를 밀어 올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9달러 선을 넘나들며 7월 23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후티의 사우디 석유 인프라 공격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타격을 입은 원유 시장에 추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국 내 경유 소매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 내부 사정도 심상치 않다. 이란인터내셔널은 9일, “정부가 월별 보조금 한도를 초과한 운전자에 대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5만 리알에서 10만 리알로 두 배 인상하자, 이란 보안군과 특수부대, 바시지 민병대가 테헤란·마슈하드·시라즈·타브리즈 등 전국 주요 도시 주유소 주변에 전진 배치됐다”면서 “한 테헤란 주민은 ‘주유소 주변은 삼엄한 경비 태세였다. 특수부대와 바시즈 민병대가 끊임없이 순찰을 돌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은 이어 “이란의 평균 월급이 약 113달러 수준인 상황에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2019년 유가 인상 당시 보안군이 시위대 약 1500명을 사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짚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전선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걸프 해역(미-이란), 홍해·바브엘만데브(사우디-후티), 예멘 내륙(정부군-후티), 이란 국내(보안군-주민) 등 최소 네 개의 전선이 동시에 가열되고 있으며, 이 중 어느 하나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도 나머지 전선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특히 IRGC가 쿠웨이트·바레인 인근 유조선까지 타격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걸프 산유국 전반으로 확전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Danny Citrinowicz) 연구원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는 이제 자국 안보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파장을 지닌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요충지 중 한 곳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이란과 후티가 국제 해운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미 함정 공격이 요격당하면서 이란의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미군 급유기가 이란 케슘섬 상공을 아무런 제지 없이 비행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미군이 앞으로 호르무즈에서의 대 이란 공격이 훨씬 쉬워진다는 점에서 이란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티가 이번 주 사우디 본토 4개 도시를 동시 공격해낸 사실 자체는 이란 동맹 축의 반격 역량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후티의 다음 수가 주목된다
이렇게 전쟁의 상황은 호르무즈를 넘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번져가고 있으나 그러한 이란 및 동맹세력의 공격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날이 갈수록 호르무즈를 넘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까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쟁의 주도권 자체를 철저하게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 및 후티 세력의 반발성 반격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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