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5343건의 경고…중국인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확인된 집단행동은 5343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44%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8.6% 늘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상당수가 민주화나 체제변혁을 요구하는 정치시위가 아니라 임금체불과 부동산, 토지분쟁 등 바로 ‘먹고사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문제에 대한 인민들의 인내심이 흔들리면서 중국 공산당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회안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운영하는 중국 내 시위·저항 동향 추적 프로젝트 ‘차이나 디센트 모니터(China Dissent Monitor·CDM)’는 “2025년 중국에서 확인된 집단행동은 모두 5343건으로, 2024년의 3704건에서 불과 1년 만에 44%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노동자들이 전체 집단행동의 54%를 차지했고 부동산 소유자 22%, 농촌 주민 14%가 뒤를 이었는데, 중국의 시위와 집단행동이 일부 정치적 반체제 세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주택·농촌 문제와 연결돼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차이나 디센트 모니터’는 이어 “올해 들어서도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

실제로 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CDM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에 중국에서 확인된 시위는 최소 1241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46건보다 18.6% 늘어난 수치다. CECC 역시 중국 정부의 검열과 내부에서 시위를 추적하는 데 따르는 위험 때문에 실제 집단행동 규모는 확인된 숫자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린 월급 달라, 내 집 돌려달라”…정치보다 무서운 생존의 분노]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다. CE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확인되는 상당수 집단행동은 ‘공산당 타도’나 ‘민주화’를 외치는 정치투쟁이 아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돈을 냈지만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주민, 토지분쟁에 휘말린 농민 등이 각각 자신들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바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사람들을 집단행동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6년 춘제를 앞둔 4개월 동안 임금체불을 이유로 발생한 노동자 집단행동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증가했다. 프리덤하우스는 “이러한 새로운 고점이 중국의 경기둔화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의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월급과 생계가 집단행동의 직접적인 연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에는 훨씬 풀기 어려운 문제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정치적 반체제 인사는 체포할 수 있고 조직은 해산시킬 수 있다. 인터넷 계정 역시 폐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임금을 주지 못하고 평생 모은 돈을 넣은 집에서 문제가 생기며 장사가 안돼 생계가 흔들리는 현실은 공안 병력이나 인터넷 검열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중국 공산당에는 정치적 구호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출발한 분노가 훨씬 지속적이고 관리하기 어려운 사회안정 문제가 될 수 있다.
[올해 2분기 시위가 45% 줄었다?…숫자 뒤에 숨은 ‘검열의 함정’]
그런데 올해 2분기에는 언뜻 정반대처럼 보이는 숫자가 등장했다. CDM이 확인한 집단행동이 84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중국 사회가 갑자기 안정된 것일까. 프리덤하우스는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국 정부가 검열을 크게 강화하면서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위 정보 자체가 줄어든 것이 통계 감소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2월 12일 ‘청랑(清朗)·2026년 즐겁고 평화로운 춘제 인터넷 환경 조성’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당국이 직접 밝힌 단속 대상 가운데 하나가 ‘악의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선동하는 콘텐츠’였다. 이후 당국은 관련 단속을 통해 수많은 계정과 콘텐츠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스스로 ‘부정적 감정’의 온라인 확산을 국가적 인터넷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프리덤하우스의 예비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확인된 시위 관련 게시물은 검열 캠페인 이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시위가 줄어든 것과 시위 영상이 사라진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 상황을 분석할 때 관영매체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위 영상 3개 중 2개가 사라졌다]
검열은 올해 갑자기 시작된 현상도 아니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CDM이 2025년 6월부터 12월까지 더우인에 올라온 중국 시위 관련 게시물 2970건을 추적한 결과 약 3분의 2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이징과 신장 지역의 시위, 청원자들의 집단행동, 당국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담은 게시물의 삭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CDM 자체가 만들어진 이유도 이러한 중국의 정보환경 때문이다. 프리덤하우스는 중국의 심각한 언론 제한과 내부에서 시위 정보를 수집할 때 따르는 위험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설명한다. 뉴스 보도뿐 아니라 시민사회 자료와 중국 내 SNS를 종합해 집단행동을 추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는 공식 언론만 바라보면 거리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이커우 6명 사망 화재…‘사회 보복’ 공포가 번지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또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하이커우 소방구조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께 슈잉대로 동쪽의 인테리어 공사 중이던 예샹위안(椰香源) 식당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불은 오후 3시10분께 진압됐으며 소방당국은 세 차례 수색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식 발표는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수준이며 방화나 사회보복형 범죄라고 볼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사회에서 ‘사회 보복(报复社会)’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진 데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미국의 소환센터(The Soufan Center)는 2024년 중국에서 20건이 넘는 대중 상대 폭력사건이 발생해 9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면서, 차량 돌진과 흉기 공격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적·사회적 불만이나 민원 해결 통로의 제약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11월 주하이 스포츠센터 차량 돌진 사건에서는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따라서 하이커우 화재 자체를 ‘사회 보복’ 범죄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중국 사회에서 대형 사고나 무차별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또 사회에 원한을 품은 범죄인가’라는 공포가 쉽게 확산될 정도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경제적 압박과 사회적 좌절, 민원 해결 통로의 제약이 극단적 폭력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제기돼 왔다.

[중국 공산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시위 한 건’이 아니다]
올해 2분기 CDM이 확인한 집단행동의 주체를 보면 주택소유자가 36%로 가장 많았고 노동자가 24%, 농촌 주민이 18%였다. 그밖에도 학부모와 학생, 영세상인, 투자자, 소비자, 청원자 등 다양한 계층이 거리로 나왔다. 지역적으로도 광둥이 가장 많았고 허베이·산시(陝西)·허난·산둥 등으로 넓게 분포했다.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지금 발생하는 집단행동을 하나의 전국적 반정부 운동이나 ‘민중봉기’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대부분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경제적·생활적 요구를 제기하는 국지적 시위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관점에서는 바로 그 점이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임금체불 노동자와 부동산 피해자, 농민과 영세상인의 서로 다른 불만이 어느 순간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문제’라는 공통의 인식으로 연결되는 순간부터 사회불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집단행동을 곧바로 체제 붕괴의 전조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현재 확인되는 시위 대부분은 민주화혁명이나 공산당 타도를 요구하는 정치운동이 아니라 임금과 주택, 토지와 생계를 둘러싼 경제형·생활형 저항이다. 그러나 2025년 확인된 집단행동이 44% 증가하고 올해 1분기에도 다시 18.6% 늘었다는 것은 중국 사회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것은 이러한 문제가 공안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체제 인사는 체포하고 조직은 해산시킬 수 있다. SNS에 올라온 시위 영상 역시 삭제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올해 ‘부정적 감정’을 겨냥한 인터넷 단속을 강화했고, 프리덤하우스는 그 이후 더우인의 시위 관련 게시물이 약 50%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밀린 월급과 미완성 주택, 장사가 되지 않는 현실까지 인터넷에서 삭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중국을 판단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으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지난해 더우인에 올라온 시위 관련 게시물 가운데 약 3분의 2가 이후 삭제됐고, 올해 들어 다시 검열이 강화됐다. 중국에서는 거리의 집단행동 규모와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집단행동의 규모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시진핑 체제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늘 발생한 시위 한 건이 아니다. 노동자와 집주인, 농민과 영세상인이 각각 다른 이유로 거리로 나오다가 어느 순간 자신들의 어려움이 하나의 구조적 문제라는 공통된 인식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아직 중국이 그 단계에 도달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경제적 불만이 지역과 계층을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거리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중국 공산당이 가장 민감하게 지켜봐야 할 변화다.
감시카메라는 사람을 추적할 수 있다. 공안은 시위대를 해산할 수 있고 인터넷 검열은 영상을 지울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만들어낸 분노 자체를 삭제할 수는 없다. 지금 중국을 바라보면서 물어야 할 질문도 바로 이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통제 체제 가운데 하나를 구축한 중국에서,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리로 나오고 있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지금 중국의 향방을 읽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