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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내부서 터져나온 ‘핵무기’ 카드…누르는 순간 푸틴이 잃을 것들 블룸버그 "러 관리들 사이 전술핵 사용 가능성 거론" 2026-09-05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블룸버그 "러 관리들 사이 전술핵 사용 가능성 거론"]


러시아 권력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늘 핵위협을 쏟아내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한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크렘린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 사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실제 준비한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바로 이 모순이 지금 크렘린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문제는 "푸틴이 정말 핵 버튼을 누를 것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최대 수준의 핵전력을 가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4년 반 넘게 전쟁을 벌이고도 원하는 정치·군사적 결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왜 다시 핵 사용론이 권력 내부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느냐는 점이다. 최근 전황과 러시아 내부의 경제적 압박을 함께 보면 그 배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지난 8월 말 크렘린에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계속될 경우 푸틴이 더 큰 군사적 확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러시아 관리들 가운데 궁극적으로 전술핵 사용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거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Bloomberg는 동시에 “러시아가 실제 핵사용을 준비하는 징후는 현재 없다”고 명시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다음 날 나온 크렘린의 반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경제·무역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군사적 확전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러시아군이 이미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핵사용론이 외부로 흘러나오자 크렘린이 곧바로 확전 의도를 부인한 셈이다.


[그런데 전장은 페스코프와 푸틴의 설명과 달랐다]


푸틴 대통령은 9월 1일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이기고 있고 공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네츠크에서 8월 한 달 동안 270㎢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러시아 방공체계가 개선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전황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전쟁연구소(ISW)의 공개정보 분석은 전혀 다른 그림을 제시했다. ISW가 실제 확인한 8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체 순증 점령지는 약 90.35㎢였다. 지난해 8월의 505.55㎢와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네츠크에서도 실제 확보가 확인된 지역은 약 73.14㎢로, 푸틴이 주장한 270㎢와 상당한 차이가 났다. ISW는 푸틴의 발표가 실제 전황과 동떨어져 있으며 우크라이나 방어선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인상을 만들려는 크렘린의 인지전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반대편 숫자다. ISW는 지난 1일, “우크라이나군은 8월 리만과 올렉산드리우카 방면 등을 중심으로 최소 129.81㎢를 수복했다”면서 “러시아군은 여전히 공격을 계속하고 있지만, 막대한 인명과 장비를 소모하고도 얻는 영토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ISW는 이어 “러시아군이 8월에만 4만 명을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우크라이나 측 집계도 있으며, 이러한 높은 손실률이 러시아의 병력 충원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패망 직전은 아니다…그러나 '승리의 길'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전선에서 붕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로이터는 “러시아군은 여전히 상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하고 있고,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대규모 장거리 공격 능력도 유지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9월 4일에는 키이우 중심부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본부를 러시아 드론이 직접 타격했는데,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공격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수도의 핵심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치열한 상호 타격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의 상황을 '패전 직전'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면서도 전쟁을 끝낼 결정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전략적 수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더욱이 전쟁 부담은 전선에만 머물지 않는다. 푸틴의 지속가능발전 특사 보리스 티토프는 9월 1일 “러시아 경제가 군수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경제 전체가 폭주할(berserk)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은 0.4% 수준으로 떨어졌고 비군수 부문의 정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는 “원유 생산량 전망치는 전쟁과 정유시설 피해 등의 영향으로 1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면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일부 정유시설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러시아는 국내 연료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석유제품 수출 제한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등장하는 것이 '핵 카드'다]


바로 이 상황에서 러시아 내부의 핵사용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재래식 전쟁이 압도적인 승리로 진행되고 있고 서방의 지원도 약화되고 있다면 러시아가 굳이 핵위협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반대로 엄청난 전쟁 비용에도 상대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의 공격 범위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으로 확대될수록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마지막 카드인 핵무기를 더 크게 흔들 유인은 커진다.


실제로 러시아는 올해 5월에도 전략핵전력 훈련을 갑자기 실시했다. 독일외교협회(DGAP)는 당시 “러시아의 잇따른 핵 신호가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에 불리한 상황과 강하게 연동돼 있었다”면서, “실제 핵공격 준비라기보다 서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러시아의 약점을 가리기 위한 핵 신호의 성격을 함께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푸틴은 왜 핵 버튼을 누르기 어려운가?]


여기서 핵심적인 역설이 생긴다. 핵무기는 위협할 때의 가치와 실제 사용할 때의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가 전술핵 한두 발을 사용한다고 해서 현재의 전황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대규모 기갑부대가 한곳에 집중돼 있는 냉전시대 전장과 다르고 병력·지휘시설·보급망이 상당히 분산돼 있다. 따라서 제한적 핵공격으로 거둘 수 있는 군사적 효과와 러시아가 치르게 될 정치·군사적 대가 사이에는 엄청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핵은 도시나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있지만 영토를 점령하고 통치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무기'는 아니다.


그리고 핵을 실제 사용하는 순간 전쟁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현재까지 미국과 NATO는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직접전쟁은 피하는 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핵사용 문턱을 실제 넘어선다면 서방의 대응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푸틴도 확신할 수 없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제한된 전술적 효과를 얻기 위해 NATO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 추가적인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비용까지 한꺼번에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핵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0으로 보는 것도 위험하다. 러시아는 2024년 핵독트린을 개정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국가의 공격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핵 억지의 적용범위를 넓혔다. 즉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핵사용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신호를 서방에 보내고 있다. 핵카드는 현실적인 군사수단인 동시에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수위를 높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려는 강압수단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푸틴에게 핵은 '최종병기'가 아니라 '최후의 도박']


따라서 푸틴에게 핵무기는 역설적인 카드다. 사용하지 않고 흔들 때는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는 강력한 억지수단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는 순간 핵위협이 갖고 있던 전략적 모호성은 사라지고, 러시아가 통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상황은 푸틴에게 최악이다. 러시아는 핵사용국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서방과의 확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도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결국 핵은 푸틴에게 승리를 보장하는 마지막 무기라기보다 승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러시아의 미래 전체를 판돈으로 올려놓는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러시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전술핵 사용론은 오히려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핵사용이 임박했다는 증거라기보다, 4년 반의 재래식 전쟁으로도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한 러시아 지도부 내부에서 그만큼 극단적인 선택지가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크렘린의 전략적 고민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왜 지금 크렘린 주변에서 다시 핵사용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가'가 핵심이다.


러시아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군사력도 남아 있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할 능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엄청난 병력과 국가재정을 쏟아붓고도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지 못했고, 진격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러시아 정유시설과 군사기지, 심지어 러시아 영공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단계로 확대됐다. 젤렌스키는 최근 항공사와 보험사에 러시아 영공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까지 했다.


푸틴에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전쟁을 멈추면 자신이 내걸었던 전쟁 목표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방식으로 전쟁을 계속하면 병력·경제·에너지 인프라의 소모가 계속된다. 그리고 전황을 단번에 뒤집겠다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 순간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전쟁에 들어간다.


결국 푸틴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핵무기는 푸틴의 승리를 위한 최종병기가 아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실제 사용하는 순간 오히려 러시아가 무엇을 잃을지 알 수 없는 무기가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내부에서 핵사용론이 다시 흘러나온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는 뉴스라기보다, 재래식 전쟁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크렘린이 얼마나 깊은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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