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처음엔 ‘지진’인 줄 알았다…실제로는 산과 빙하가 무너졌다]
히말라야 대참사가 발생한 뒤 중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대한 급류가 티베트 국경검문소를 집어삼키는 CCTV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사라졌고, 어렵게 현장에 들어간 중국 매체가 주민들을 인터뷰한 기사마저 몇 시간 만에 삭제됐다. 외신기자들은 피해지역 진입을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은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경 하나를 건너 네팔로 가면 상황은 정반대다. 피해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 앞에서 증언하고, 기자들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같은 참사를 두고 왜 중국 티베트에서만 사람들의 목소리와 영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도대체 왜 자연재해의 현장까지 틀어막는 것일까. 시진핑은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하는 것일까?

ABC News는 8월 31일(현지시간) “중국이 티베트 산사태 재난에 관한 정보를 검열하고 외국 기자들이 독립적으로 현장 취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참사의 실제 규모와 티베트 주민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반면 네팔에서는 외신들이 자유롭게 피해지역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번 히말라야 참사를 바라봐야 할 출발점이다. 중국이 빙하를 무너뜨린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과학적 증거를 보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히말라야의 대규모 빙하·암반 붕괴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발생한 뒤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감추느냐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번 참사는 중국 공산당의 정보통제 시스템이 대형 자연재해 앞에서도 얼마나 빠르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상 올라오자 사라졌다…중국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
이번 정보통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참사 직후 공개된 CCTV 영상이다. 영상에는 거대한 얼음과 진흙, 물이 뒤섞인 급류가 티베트와 네팔 사이의 국경지역을 덮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뛰어 달아나고 건물과 차량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중국 밖에서는 히말라야 대참사의 규모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로 널리 확산됐다.
그런데 중국 안에서는 빠르게 사라졌다. ABC뉴스는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참사 영상과 피해 관련 게시물 상당수가 삭제됐으며,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했던 일부 중국 매체의 기사도 게시된 지 몇 시간 만에 내려갔다”면서 “이는 중국의 검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영상 몇 개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ABC뉴스는 “중국 당국은 티베트에서 실제로 어느 마을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어떤 주민이 실종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측이 티베트에서 500명 넘게 실종됐다고 발표하면서도 외국인 수백 명의 국적별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계가 대참사 보도할 때 중국 CCTV 첫 뉴스는 ‘시진핑 신간’]
중국의 대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세계 주요 언론이 히말라야 참사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던 27일 저녁, 중국 국영 CCTV 프라임타임 뉴스의 첫 번째 소식은 수백 명이 숨진 재난이 아니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간 출간 소식이었다.

다음 날 중국 최대 관영지 인민일보 1면 역시 시진핑의 신간을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참사 소식은 1면 아래쪽에서 도로 800m가 복구됐다는 당국의 구조 성과를 중심으로 보도됐다. 이는 중국이 재난을 완전히 보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조대가 얼마나 투입됐는지, 군과 경찰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도로가 얼마나 복구됐는지는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무엇을 겪었는지, 가족들이 누구를 찾고 있는지, 왜 이렇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관한 질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재난의 주인공이 피해자가 아니라 ‘재난을 관리하는 국가’로 바뀐 것이다.
[국경 하나 건넜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세상]
중국의 정보통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국경 반대편 네팔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네팔 정부는 실종 관광객의 국적과 여행사 등 상세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했다. 피해 가족들은 언론 앞에서 실종자의 사진을 들고 가족을 찾아달라고 호소했고,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참혹한 순간을 기자들에게 증언했다. ABC 기자들 역시 피해지역에 들어가 가족과 생존자를 직접 취재했다.
그런데 불과 국경 하나를 넘어 티베트로 들어가면 사람이 사라진다. 어떤 마을이 사라졌는지, 누가 가족을 잃었는지, 주민들이 중국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ABC는 “네팔에서는 재난의 중심에 사람들이 있지만 티베트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듣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신 기자 “들어가겠다”…중국 “안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신기자들의 독립 취재 자체가 차단됐다는 점이다. ABC를 비롯한 외신기자들은 중국 당국에 티베트 재난 현장 방문을 요청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중국 측은 사고지역의 도로가 파괴됐고 추가 재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실제로 현장의 위험성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BC는 자연재해나 전쟁, 산불 등 위험지역을 취재하는 것은 전 세계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라며 위험을 이유로 모든 독립 취재를 금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네팔에서도 도로와 교량이 끊기고 산사태 위험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자들은 현장에 들어가 취재하고 있다. 그러니 질문은 더욱 분명해진다. 왜 네팔에서는 가능한 취재가 티베트에서는 불가능한가.
[티베트 주민들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
외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티베트 주민들 역시 외부에 피해 상황을 자유롭게 알리기 어렵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중국은 2007년 이후 외국 언론인의 티베트 자유 취재를 사실상 제한해 왔다. 주민들의 휴대전화와 온라인 활동 역시 강력한 감시망 아래 놓여 있다.
국제티베트운동 관계자는 ABC에 주민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재난 정보를 SNS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구조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지”, “어느 마을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지” 같은 정보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내 한 이용자는 티베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친척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밖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요청했다. 외부 이용자들이 위성영상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그 건설현장은 홍수로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중국 안에 있는 가족이 중국 밖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족이 살아 있는지 물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막는가?]
바로 이것이 이번 정세분석의 핵심이다. 중국은 왜 대형 자연재해마저 정보통제의 대상으로 삼는가. 첫 번째 이유는 티베트라는 공간 자체가 중국 공산당에 가장 민감한 정치지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에서는 독립과 자치, 달라이 라마, 종교와 인권 문제가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 통치의 민감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의 주민이 희생되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고 정부의 준비 부족이나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확산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재난 여론을 넘어 정치적 불만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베이징 입장에서는 재난 자체보다 재난을 둘러싼 ‘통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현재 증거만으로 “중국 지도부가 폭동을 두려워해 영상을 삭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상이 삭제되고 주민 인터뷰 기사가 사라졌으며, 외신 접근까지 막혔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더 민감한 문제가 있다…중국이 가지고 있던 ‘정보’]
이번 사태가 중국에 더욱 부담스러운 이유는 참사 이전부터 또 하나의 문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네팔은 이미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중국에 히말라야 빙하와 수문 데이터를 더 많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네팔과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카트만두에서 빙하 감시와 조기경보 문제를 논의했다. 네팔 측은 중국 영토 쪽 히말라야에서 발생하는 빙하 움직임과 하천 변화를 더 빨리 전달받기를 원했다. 그런데 충분한 실시간 정보공유 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참사가 터진 것이다.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의 증거만으로 중국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9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붕괴는 워낙 급격하게 발생했고 홍수의 이동 속도도 빨라 어떤 조기경보 시스템이라도 대응시간이 극히 짧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초국경 재난을 막기 위해 중국이 보유한 빙하·수문 정보를 훨씬 더 개방해야 한다는 문제는 이번 참사를 통해 더욱 절박해졌다.
[Why Times Insight]
이번 히말라야 참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어쩌면 거대한 홍수가 아니다. 홍수가 지나간 뒤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 사람들이 남긴 영상과 목소리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팔에서는 피해자 가족들이 울부짖고 생존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참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국경 하나를 넘어 티베트로 들어가면 피해자의 얼굴이 희미해지고 목소리가 끊긴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성과와 관영매체의 보도가 채운다.
재난은 같았지만 정보는 완전히 달랐다. 중국이 이번 빙하 붕괴를 일으켰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재난이 일어난 뒤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보여줄지를 결정한 것은 자연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다.
더구나 이번 참사는 중국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히말라야에서 무너진 얼음과 암석은 몇 분 만에 국경을 넘어 네팔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자연재해가 국경을 모른다면 재난정보 역시 국경 안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정보통제는 단순한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 국민의 안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적인 문제가 된다.
중국이 정말 ‘책임 있는 대국’을 자처한다면 필요한 것은 티베트를 더욱 폐쇄하는 일이 아니다.
빙하와 수문 데이터를 더 열고 현장 취재를 허용하며 피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상황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중국은 반대로 움직였다. 영상은 사라졌고, 기사는 내려갔으며, 기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히말라야 참사가 중국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도대체 중국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빙하는 검열할 수 없다. 홍수에도 인터넷 방화벽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에도 재난보다 먼저 정보의 문부터 닫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