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스라엘의 섬뜩한 경고…“저들과는 합의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섬뜩한 경고를 던진 가운데 테헤란에서는 정반대로 미국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국제 항로에 설치됐던 이란 기뢰를 제거했다고 발표했고, 해상봉쇄와 금융제재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이란의 대외무역은 35% 급감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66%까지 치솟았다. 결국 테헤란은 지난 6월 미국과 마련했던 MOU의 틀을 되살려 외교적 출구를 찾으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은 이란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오히려 경제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버티기도, 경제적으로 장기전을 감당하기도, 과거 조건으로 협상을 되돌리기도 어려워진 이란에 이제 어떤 선택지가 남았는지가 핵심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란을 더욱 압박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태도”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란 지도부와 외교적 합의를 만드는 것 자체에 강한 회의론을 드러냈는데, 그는 ‘좋은 합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란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트럼프에게 사실상 ‘저들과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더 섬뜩한 것은 그 다음 메시지로, 네타냐후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군사적 선택지가 남아 있다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동시에 세 번째 선택지로 이란에 대한 포위와 경제적 압박 강화를 제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 이란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수록 경제적 고통이 누적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의식해야 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런데 이란은 거꾸로 미국에 “다시 외교하자”]
바로 이런 시점에 테헤란에서는 미국과의 외교 재개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와 테헤란에서 회담한 뒤 미국이 접근법을 바꾼다면 외교를 다시 궤도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는 피하면서도 협상 자체의 문은 닫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진 것”이라고 짚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는 “카타르 총리는 테헤란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을 전쟁 이전처럼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 재개를 중재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공개적으로는 미국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외교 움직임을 보면 테헤란 역시 장기전을 끝낼 출구를 찾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이 원하는 것은 결국 ‘6월 MOU 복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란이 원하는 협상의 출발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6월 미국과 체결했던 MOU의 복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당시 MOU가 유지되는 동안 미국은 제한적인 이란 원유 판매를 허용했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 기간 약 9000만 배럴의 원유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만들어졌던 이 틀은 호르무즈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국 무너졌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과거의 조건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 시도가 교착상태에 빠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의 예비 합의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은 오히려 해상봉쇄와 ‘경제적왕따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를 결합해 이란을 더 압박하는 쪽으로 전략의 중심을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를 분명히 했다. 그는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현재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이란이 의미 있는 협상을 선택할 때까지 경제압박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테헤란이 원하는 것은 과거 협상조건의 복원이지만 워싱턴의 계산은 지금보다 더 강한 압박을 통해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에 가까운 셈이다.
[왜 갑자기 협상인가?…호르무즈의 ‘기뢰 카드’부터 약해졌다]
이란이 다시 외교적 출구를 찾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상황도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은 지난 28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 항로에 설치했던 기뢰를 미군이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쿠퍼는 “해군 잠수요원과 네이비실, 미군 항공전력 등을 동원해 소해작전을 진행했다”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통항로는 이란 기뢰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미군은 단순히 기뢰만 제거한 것도 아니다. 쿠퍼 제독에 따르면 미군은 지금까지 약 1500척의 상선 통과를 지원했으며 이들 선박이 운송한 원유는 약 7억5000만 배럴에 달한다. 반대로 미국이 7월 중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재개한 뒤에는 이란 해안에서 원유가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주장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결국 국제선박은 통과시키되 이란의 원유 수출은 막는 것이다.
다만 당장 ‘호르무즈 완전 정상화’라고 할 수는 없다. 28일 공개된 선박 데이터에서도 실제 통항량은 역사적 평균보다 크게 낮았고, 최근까지 선박 공격도 계속됐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미국의 호르무즈 개방 주장을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란의 허가 없이는 선박이 통과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즉 기뢰라는 물리적 봉쇄수단은 약화됐지만 호르무즈를 둘러싼 군사적 위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달러가 마르고 있다는 것]
군사적 압박보다 이란 지도부가 더 두려워할 수 있는 것은 경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와 해상봉쇄로 이란의 수출입을 포함한 대외무역이 약 35% 감소했다”고 직접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여기에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무려 66%에 달했다. 이란 최고지도부조차 인플레이션과 실업, 물가 및 상품시장 안정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할 정도로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금융망까지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워싱턴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금융기관들에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집트 방크 미스르(Banque Misr)의 UAE 지점에 대해서는 이란과의 거래를 문제 삼아 달러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UAE 중앙은행까지 긴급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목표가 단순히 이란의 원유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테헤란으로 들어가는 달러와 국제금융 통로 자체를 좁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타냐후 아들까지 노렸나…대화 뒤편의 또 다른 전쟁]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불거졌다. Times of Israel(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는 29일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 야이르 네타냐후에게 “중대한 위해 위협”이 존재했다고 확인했다. 신베트는 위협평가를 거쳐 미국 플로리다에 있던 야이르를 긴급히 이스라엘로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TOI는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앞서 이란이 자신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야이르를 겨냥한 이란 공작 의혹이 확인됐다”면서 “다만 신베트가 TOI에 확인한 공식 설명에서는 위협의 구체적인 성격이나 배후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이란의 야이르 암살공작이 공식 확인됐다’고 단정하기보다 네타냐후가 이란의 암살 시도를 주장했고 신베트는 야이르에게 실제 중대한 위협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 TOI의 판단이다.
[Why Times Insight: 이란의 진짜 적은 이제 ‘시간’이다]
지금 이란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어쩌면 미국도, 이스라엘도 아니다. 시간이다. 테헤란에는 여전히 선택지가 있다. 호르무즈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 미국의 경제압박을 버티면서 우회무역망에 의존할 수도 있으며, 미국과 다시 협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카드도 몇 달 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호르무즈의 기뢰 위협은 미군에 의해 상당 부분 제거됐고 미국은 해상봉쇄와 금융제재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대외무역은 35% 줄었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66%까지 치솟았다. 반면 이란이 돌파구로 원하는 6월 MOU의 복원에는 트럼프가 부정적이다. 이란은 과거의 협상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그 협상장의 가격표 자체를 바꾸려 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더욱 강경하다. 네타냐후는 이란 지도부와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란이 다시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협상이 실패하면 테헤란은 미국의 경제압박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군사옵션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란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지금 협상하면 과거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버티면 경제적 체력은 더 떨어진다. 그렇다고 군사적으로 다시 맞서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테헤란이 몰리고 있는 ‘마지막 코너’의 실체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이란이 협상에 나서느냐”가 아니다. 진짜 핵심은 “테헤란이 언제까지 6월 MOU 복원을 고집할 수 있느냐, 그리고 미국이 요구하는 더 높은 협상 가격을 언제 받아들이기 시작하느냐”다. 트럼프가 지금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면 미국으로서는 먼저 양보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싸움은 ‘누가 먼저 버티지 못하느냐’의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와 호르무즈를 버텨야 하고, 미국은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국제유가와 동맹국들의 부담을 관리해야 한다. 아직 이란의 항복이나 정권 붕괴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테헤란이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란의 진짜 적은 이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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