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주 지휘소와 예비 지휘소를 동시에 때린 우크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머리’를 직접 때리기 시작했다. 도네츠크 일대에 설치된 러시아군 주 지휘소와 예비 지휘소가 같은 날 정밀타격을 받았고, 러시아 제41근위합동군 참모부 작전국 소속 중령의 사망은 신원까지 확인됐다. 여기에 현재 도네츠크 공세의 핵심부대인 제51근위합동군 사령관과 부사령관급 지휘관들이 회의 도중 한꺼번에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직 51군 수뇌부 전사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병력을 전선에서 하나씩 소모시키는 전쟁을 넘어 지휘부·병참·에너지라는 러시아의 ‘전쟁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이우포스트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지난 26일부터 27일 새벽 사이 도네츠크 시 일대에 있는 러시아군 주 지휘소와 예비 지휘소를 공중발사 미사일로 동시에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면서 “총참모부는 ‘도네츠크 지역에서 적의 주 지휘소와 예비 지휘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같은 작전에서 케르손주 촌가르의 러시아군 정비·복구부대와 크름반도 올레니우카의 무인기 통제시설 등도 함께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이것은 단순히 지휘소 건물 하나를 파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작전”이라면서 “주 지휘부가 피격됐을 경우, 작전을 승계해야 할 예비 지휘소까지 동시에 공격했다는 것은 러시아군의 ‘백업 지휘체계’까지 한꺼번에 마비시키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키이우포스트는 “현지에서는 26일 저녁부터 27일 새벽 사이 최소 6차례 이상의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으며, 우크라이나 측 OSINT(오픈소스인텔리전스) 그룹 CyberBoroshno는 미완공 주거단지 지하 주차장에 여러 발의 미사일이 명중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짚었다.
[러시아군 41군 참모장교 사망 확인…51군 수뇌부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군 지휘·참모 인력이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사매체인 밀리타르니(Militarnyi)는 “러시아 제41근위합동군 참모부 작전국 선임장교 안드레이 모이세옌코 중령이 도네츠크 지휘소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러시아군 장교 전사자를 추적하는 공개출처정보 프로젝트 KIU에 따르면 모이세옌코의 부인은 남편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러시아군 지휘소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했으며, 그는 41군 참모부 작전국 선임장교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야전군급 작전참모는 예하부대의 공격방향과 병력배치, 포병·항공지원, 병참계획 등을 연결하는 핵심 지휘인력이다. 따라서 이런 인력이 지휘소 공격으로 집단 손실될 경우 단순한 인명피해를 넘어 작전조정 능력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러시아 제51근위합동군이다. 밀리타르니(Militarnyi)는 “우크라이나 측 OSINT 채널 Exilenova+ 등에서는 이번 공격 대상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제51근위합동군 지휘소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면서 “51군은 과거 친러 도네츠크 세력의 제1군단을 모체로 2024년 재편된 부대로, 현재 포크롭스크-도브로필리아 축선의 러시아군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이번 공격 이후 가장 충격적인 주장은 제51군 사령관 세르게이 밀차코프 중장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측 OSINT 공간에서는 밀차코프가 타격 당시 예하 지휘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으며, 공격으로 부사령관급 장교들과 함께 사망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면서 “그러나 29일 현재 밀차코프 사령관과 부사령관들의 사망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정부 어느 쪽에서도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는 러시아 야전사령부 초토화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러시아군 공세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지휘소 타격이 곧바로 러시아군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26일 하루 동안 전체 전선에서는 229회의 교전이 발생했으며 러시아군은 88회의 공습과 294발의 유도폭탄 공격을 실시했다”면서 “27일에도 러시아군의 공세는 계속됐으며, 전체 전선에서 206차례의 교전이 벌어졌는데, 러시아군은 특히 포크롭스크 방면에서만 36차례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이와 관련해 “현재 러시아군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도네츠크 북부의 슬로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드루즈키우카-코스티안티니우카로 연결되는 이른바 ‘요새벨트(Fortress Belt)’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요새벨트의 북쪽과 남쪽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코스티안티니우카 주변으로 소규모 침투조를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러시아 주력이 도시 전체를 장악할 정도로 진입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현재 전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러시아는 전선에서 계속 밀어붙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그 공격을 지휘하고 유지시키는 후방의 머리와 혈관을 때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의 전략이 달라졌다…병력이 아니라 ‘전쟁 시스템’]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패턴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지휘소뿐 아니라 레이더와 무인기 운용기지, 정비시설, 탄약고와 연료시설 등에 대한 장거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24일에는 러시아군 지휘소와 군수창고, 레이더시설 등이 공격을 받았으며 러시아 남부 비탸제보 비행장에 배치된 군용기에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어 “26일에는 크름반도에 있는 러시아군 레이더와 정비시설, 군수창고 등이 다시 공격받았다”고 짚었다.
이러한 공격을 하나로 연결하면 우크라이나의 의도가 보인다. 전선에서 러시아군 병사를 하나씩 제거하기보다는 러시아군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휘-정찰-연료-병참-무인기 운용망’을 동시에 공격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석유 심장’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더 심각한 문제는 에너지다. 로이터는 28일,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드론 공격으로 8월 말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은 하루 약 8만t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러시아의 여름철 국내수요가 하루 약 11만5000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생산만으로는 수요의 약 70%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러시아 제4위 정유시설이자 주요 휘발유 생산기지인 니즈니노브고로드의 NORSI 정유공장도 26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이후 원유처리를 중단했다”면서 “세계적인 산유국 러시아가 자국 정유시설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으면서 국내 휘발유 공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민생경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 군대는 전차·장갑차·트럭·발전기·철도와 군수수송에 막대한 연료를 소비하기 때문에 정유시설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군의 병참비용과 작전지속능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머리·눈·혈관·연료’를 동시에 노린다]
이제 도네츠크 지휘소 공격의 의미도 보다 명확해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요새벨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막대한 병력과 유도폭탄을 쏟아붓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그 공격을 가능하게 만드는 러시아군 후방의 시스템을 하나씩 공격하고 있다.
지휘소를 공격해 ‘머리’를 흔들고, 레이더와 무인기 통제시설을 공격해 ‘눈과 귀’를 무력화하며, 병참망과 군수창고를 공격해 ‘혈관’을 끊고, 정유공장을 공격해 전쟁기계를 움직이는 ‘연료’까지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번 도네츠크 공격은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야전 지휘부 역시 우크라이나의 정밀타격권 안에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공격의 진짜 의미는 “러시아 장성이 몇 명 죽었는가”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무엇을 공격하기 시작했느냐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포크롭스크와 코스티안티니우카 등에서 강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수백 차례의 교전이 벌어질 정도로 러시아군의 공격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십만 명의 병력이 존재하더라도 명령을 내리는 지휘부가 흔들리고, 전장을 감시할 레이더와 드론망이 무력화되고, 무기와 탄약을 수송할 병참망이 끊기며, 전차와 트럭에 넣을 연료까지 부족해지면 전투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가 지금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러시아군 전체를 정면에서 격파하기 어렵다면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결고리를 하나씩 끊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네츠크 지휘소 공격은 단독 사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 러시아 정유시설과 레이더, 무인기 기지, 군수창고와 병참시설을 향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연결해야 전체 그림이 보인다.
51군 사령관과 부사령관들의 사망설이 최종 확인된다면 이번 공격의 군사적 충격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생존해 있다고 하더라도 주 지휘소와 예비 지휘소가 같은 밤 정밀타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군으로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러시아는 지금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의 요새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한발 뒤로 돌아가 그 요새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러시아군의 ‘머리’와, 그 공격을 계속하게 만드는 전쟁기계의 ‘혈관’을 직접 노리고 있다.
2026년 가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부는 이제 ‘전선에서 누가 몇 ㎞를 차지하느냐’와 함께 ‘상대방의 전쟁 시스템을 누가 먼저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파괴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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