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재정자급률 사상 첫 100%대 붕괴, 노키아 등 줄줄이 철수]
중국 재정부 집계 결과 상하이를 포함한 전국 31개 성급 지역 전부가 자체 수입만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중국 최상위 경제도시의 재정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의 재정 붕괴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는 중국 경제의 기반이 통째로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시진핑의 통치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는 최대 위기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상하이시 재정국의 발표를 인용해 “중국 지방경제를 떠받쳐온 재정 시스템에 심상치 않은 경고등이 켜졌다”면서 “이제 문제는 가난한 내륙 지방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상하이마저 올해 상반기 자체 일반공공예산 수입으로 지출 규모를 충당하지 못했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핵심 돈줄인 토지매각 수입은 또다시 30% 넘게 급감했고,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술기업까지 중국 연구개발 거점을 폐쇄하고 있다. 부동산·지방재정·외국기업이라는 중국 성장모델의 세 축에서 동시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중국 31개 지방정부 전부 ‘수입보다 지출 많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지방재정에서 상징적인 기록이 나왔다. 31개 성·자치구·직할시의 자체 일반공공예산 수입과 일반공공예산 지출을 비교한 집계에서 자체 수입이 지출을 넘어선 지역이 한 곳도 없었으며, 합산 재정자급률은 약 56.3%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거둬들이는 재원만으로 현재의 지출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주목해야 할 곳은 상하이다. 상하이시 재정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공공예산 수입은 4943억3000만 위안, 지출은 5302억1000만 위안이었다. 단순 비율로 계산하면 약 93.2%로, 자체 수입이 지출보다 약 359억 위안 부족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이자 전통적인 ‘재정 우등생’인 상하이마저 당기 자체 일반공공예산 수입이 지출 규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이 숫자를 곧바로 ‘상하이 재정파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의 상반기 일반공공예산 수입 자체는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했고, 지출도 10.7% 증가했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에서 경제력이 가장 강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에서도 자체 재정수입 증가 속도보다 재정지출 부담이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 폭탄은 ‘토지재정’…지방정부 최대 돈줄이 마른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지방정부를 수십 년 동안 먹여 살렸던 이른바 ‘토지재정(土地財政)’의 붕괴”라면서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아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고, 그 돈으로 도로·지하철·신도시 등 인프라를 건설하면서 다시 토지가격을 끌어올리는 성장모델을 유지해왔는데, 그러나 2021년 이후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 구조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유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977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31.5% 급감했다. 지방정부 특별채권도 상반기에 2조700억 위안이 발행됐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가 과거처럼 토지를 팔아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방식은 갈수록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지방재정에 단순한 세수 감소 이상의 충격이다. 로이터는 “부동산 침체→토지가격 하락→토지매각 감소→지방정부 재정악화→인프라 투자 감소→지역경기 둔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가 성장에서 차지해온 비중을 고려하면 토지재정의 약화는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방정식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올해 1~7월 전년 동기보다 6.7% 감소했다.
[베이징 결국 10조 위안 넘게 지방으로 내려보낸다]
지방정부의 재정압박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앙정부의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재정부가 편성한 2026년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이전지출 예산은 10조4150억 위안으로 지난해 집행액보다 2.2% 늘었다. 이 가운데 일반성 이전지출만 9조4779억 위안에 달한다.
특히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이른바 ‘3보(三保)’, 즉 기본민생·공무원 임금·행정기관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현급 기본재정보장 지원금만 4895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100억 위안 늘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행정·민생 기능 유지까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노키아 中 최대 R&D센터도 문 닫는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부담은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사업 축소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다. 노키아는 올해 중국 항저우의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폐쇄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약 16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키아는 미국의 B2B전문매체인 Light Reading에 “중국 사업이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중국 내 운영체계를 글로벌 사업방식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고 폐쇄 계획을 확인했다.
노키아의 중국 인력 감소 규모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노키아의 ‘Greater China’ 평균 직원 수는 2020년 1만3700명에서 2025년 7200명으로 거의 절반 감소했다. 항저우뿐 아니라 베이징·청두·칭다오·상하이의 사업장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단순한 비용절감 이상의 문제가 있다. 5G 시대 들어 중국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ZTE 등 자국 업체를 중심으로 장비를 조달하면서 노키아와 에릭슨의 중국시장 입지가 급격하게 축소됐다. Light Reading은 “노키아와 에릭슨이 2021년 이후 중국에서 약 850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미·중 갈등과 맞물린 글로벌 통신 생태계의 분절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자본에서도 ‘중국 재검토’ 움직임]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난다. 로이터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중국에서 설립한 100% 지분의 온쇼어 펀드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피델리티가 약 2억18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운용자산은 45억 위안 정도에 그쳐 당초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더구나 피델리티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슈로더, 리걸앤제너럴, 뱅가드 등 여러 해외 금융회사들도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전략을 재조정해왔는데, 이를 모든 외국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전면적 엑소더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때 중국시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수익성·규제·시장경쟁을 이유로 중국 사업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렇다고 상하이 경제가 당장 붕괴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상하이가 당장 경제적 붕괴 상태에 들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하이시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공공예산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했고, 금융시장 거래액은 24.1% 늘었다. 6월 말 금융기관 예금잔액도 전년보다 10.9% 증가했다. 상하이는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금융 중심지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이번 재정수치가 더 주목된다.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세수 기반과 금융·기업 인프라를 가진 상하이조차 자체 일반공공예산 수입 4943억 위안에 비해 지출이 5302억 위안으로 더 컸다면, 경제력이 훨씬 취약한 중서부 지방정부가 받고 있는 압박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숫자는 중국 지방재정 문제가 특정 낙후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중국 전체 경제의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4.3%로 3년여 만에 가장 낮았고, 1~7월 고정자산투자는 6.7%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8000억 위안 규모의 정책금융 수단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도 지방정부 투자와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Why Times Insight] 상하이가 보내는 경고, ‘중국식 성장방정식’이 깨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상하이가 망했느냐”가 아니다.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도시조차 왜 자체 일반공공예산 수입보다 지출이 커졌느냐는 점이다. 상하이의 상반기 수입은 4943억 위안, 지출은 5302억 위안이었다. 동시에 중국 전체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이던 토지매각 수입은 상반기에 31.5% 급감했다. 두 숫자를 함께 봐야 중국 지방재정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중국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공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지방정부가 토지를 비싸게 팔고→그 돈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기업과 자본이 들어오면서 고용과 세수가 증가하고→다시 토지가격이 상승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 연결고리의 출발점인 토지매각 수입 자체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제는 그 공식이 거꾸로 움직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토지매각 감소→지방재정 악화→정부 투자여력 감소→지역경기 둔화→세수기반 약화의 악순환이다. 실제 올해 1~7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6.7% 감소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8000억 위안 규모의 정책금융 수단까지 가동하고 있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베이징이 이미 지방정부를 떠받치기 위해 올해 10조4150억 위안의 중앙→지방 이전지출을 편성했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할수록 결국 중앙정부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의 ‘기본민생·임금·기관운영’까지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지방재정 압박의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의 중국 사업 재편까지 겹치고 있다. 노키아는 중국 사업의 지속적인 축소를 인정하며 항저우 R&D센터 폐쇄를 결정했고, 피델리티 인터내셔널도 중국 온쇼어 펀드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개별 기업마다 이유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외자 대탈출’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국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이 ‘확대’ 일변도에서 ‘축소·재검토·선별투자’로 이동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상하이의 이번 숫자는 단순한 359억 위안의 수입·지출 격차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가난한 지방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중국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최고의 경제도시까지 자체 재정수입보다 당기 지출이 커지고, 그 배경에서 중국 전체의 토지재정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 경제의 더 큰 위험은 어느 날 갑자기 국가가 파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이 줄고, 부동산이라는 기존 성장엔진이 힘을 잃고,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지방의 재정 공백을 계속 메워야 하는 구조가 장기화되는 데 있다.
상하이의 숫자는 중국 경제가 이미 무너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을 성장시켰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성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이것이 ‘상하이마저’라는 숫자가 갖는 진짜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