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개혁개방으로 일어선 중국, 이제 사람·돈·기술 빠져나갈까 국경문 좁힌다]
중국이 결국 국민의 ‘발’까지 국가안보의 관리 대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출입국 규정에 따라 수출통제나 기술수출입 규정을 위반해 산업·기술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국 국민은 출국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이 조항에는 일부 다른 출국금지 사유와 달리 명시적인 상한기간이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조치가 세계 자본의 중국 투자 급감, 외국 금융회사의 철수 움직임, 중국 부유층의 해외자산 단속, 첨단기술 인력의 해외이동 제한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개방 시대의 중국이 세계의 돈과 기술,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경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지금의 시진핑 중국은 오히려 그것들이 빠져나갈까 걱정하며 문을 좁히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느끼는 위기감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 31일 리창 총리가 서명한 국무원령 제841호 ‘출입국 관리에 관한 규정’을 공포했다. 모두 19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규정은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중국 정부는 제1조에서 이 규정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국가의 “주권·안보·발전이익” 수호라고 명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국민에 대한 출국 제한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통제 또는 기술수출입 관리규정을 위반해 국가의 산업안보나 기술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국 국민에 대해 법에 따라 출국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 국가안보와 이익을 해친 사람에 대해서는 귀국 후 6개월에서 3년까지 출국제한 기간이 규정돼 있지만, 수출통제·기술안보 관련 출국제한에는 이와 같은 고정된 상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로이터도 이를 중국이 국가 기술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국민의 출국을 막을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를 “9월 15일부터 모든 중국 국민의 해외여행이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중국인의 일반 해외여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과 산업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이동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명확하게 법제화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이번 규정이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I기업 마누스 창업자에게 벌어진 일…“기술뿐 아니라 사람도 못 나간다”]
사실 이러한 통제는 새 규정 시행 이전부터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표적인 사건이 AI 에이전트 기업 마누스(Manus)로, 중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마누스가 메타에 매각되자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공동창업자 샤오훙과 지이차오를 불러 조사했고, 규제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을 떠나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면서 “두 사람은 중국 내 이동은 가능했지만 해외로 나갈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베이징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분명했다. 마누스의 초기 기술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개발했지만 회사는 이후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겼고, 결국 미국 빅테크 기업에 넘어갔다. 중국 규제당국은 이러한 방식이 하나의 성공적인 ‘탈중국 모델’로 자리 잡으면 다른 첨단기술 기업들도 중국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마누스 사건 이후 중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기업구조와 해외 이전을 다시 검토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베이징은 결국 메타의 마누스 인수를 되돌리도록 압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약 2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되돌리도록 요구했으며, 이는 중국에서 탄생한 AI 기술과 인재가 미국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교사까지 여권 반납…출국통제는 이미 사회 밑바닥으로 내려왔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출국관리가 첨단기술 기업인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공무원과 국유기업 직원뿐 아니라 교사 등 광범위한 공공부문 종사자에게 여권을 소속기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해외여행 때마다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개인 해외여행 관리’가 확대돼 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학교 교사와 공공부문 직원들에게 여권 제출이 요구되고 있으며, 해외여행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사례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최근 SNS에서 확산되는 이른바 ‘13개 직종 여권 전면회수’ 주장처럼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존 공무원과 국유기업 간부 중심의 해외여행 관리가 교사와 일반 공공부문 종사자까지 확대돼 왔다는 사실과, 중앙정부가 이제 기술·산업안보를 이유로 한 출국제한까지 제도적으로 강화했다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사람의 해외이동 자체를 국가안보와 체제관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세계 자본은 이미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사람과 기술의 이동에 이처럼 민감해지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최근 중국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함께 봐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딜로직과 피치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블랙스톤·KKR·워버그핀커스 등 세계 10대 사모펀드는 2026년 들어 7월까지 중국 본토에서 공개된 신규 지분투자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2021년 약 1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자금은 대신 일본과 인도, 호주 등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1조1800억 달러를 운용하는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설립 3년 만에 중국 내 100% 자회사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슈로더·리걸앤드제너럴·뱅가드 등도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금융회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을 개방했지만 정작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수익성과 규제환경을 이유로 중국에서 후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간 중국인들의 돈까지 추적한다]
중국 부유층의 해외자산에 대한 감시도 강화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세무당국은 해외신탁과 홍콩 등에서 가입한 해외보험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런 단속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중국인의 해외자산 규모는 최대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신탁 소득에 20% 세금을 적용하고 해외보험 수익까지 추적하면서 중국 부유층의 자산 해외이전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재정확보 차원도 있지만 자본의 해외이동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국제정보교환 체계와 자체 세무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 보험·부동산·신탁 등 중국인들의 역외자산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결국 중국 정부의 통제 대상이 기업에서 자본으로, 자본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의 이동으로 확대되는 모습인 것이다.
[중국 경제 자체도 이상신호…기업도 가계도 돈을 빌리지 않는다]
이런 통제 강화의 배경에는 중국 내부 경제상황도 자리 잡고 있다. FT는 “최근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7%까지 떨어지면서 1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문제는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인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가계도 차입을 줄이면서 민간의 자금수요 자체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7월 신규 은행대출도 감소했으며 민간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것은 시진핑 지도부 입장에서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내부의 기업과 국민들까지 미래를 낙관하지 않고 돈을 쓰거나 투자하지 않는다면 경제회복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이동하려는 자본과 첨단기술, 인재까지 늘어난다면 베이징으로서는 경제문제를 넘어 체제 신뢰의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개혁개방으로 일어선 중국, 이제 다시 문을 닫는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핵심 동력은 ‘개방’이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중국인을 해외로 보내 기술과 지식을 배우게 했으며, 세계시장과 중국 경제를 연결했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사람·돈·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은 중국 성장의 결정적인 엔진이었다.
그런데 시진핑 시대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간첩법과 국가안보법, 데이터보안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하더니 이제는 해외자산과 첨단기술, 심지어 핵심인력의 해외이동까지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안보와 발전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국가가 국민의 이동까지 관리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중국 지도부가 느끼는 불안의 크기를 보여준다.
[Why Times Insight — 시진핑이 두려워하는 것은 ‘출국’이 아니라 ‘이탈’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국이 9월 15일부터 국민 전체의 해외여행을 막는다는 데 있지 않다. 그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사람의 이동까지 국가안보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면 더욱 의미심장한 그림이 나타난다. 외국 자본은 중국 투자를 멈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중국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 부유층은 해외에 막대한 자산을 구축했고 베이징은 그 돈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성장한 첨단기술 기업은 싱가포르로 회사를 옮기려 하고, 핵심 기술인력이 미국 기업으로 넘어가려 하자 중국 정부는 결국 사람의 출국까지 막았다.
따라서 시진핑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을 떠나는 돈, 중국을 떠나는 기업, 중국을 떠나는 기술, 중국을 떠나는 인재,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국이라는 체제의 미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바로 ‘탈중국’의 확산일 것이다.
물론 오늘날 중국을 마오쩌둥 시대의 완전한 폐쇄국가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보다 통제, 성장보다 안보, 자유로운 이동보다 체제안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중국의 추가 기울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개혁개방으로 일어선 중국이 이제 사람과 돈, 기술이 빠져나갈 것을 두려워해 다시 국경의 문을 좁히고 있다. 강한 국가는 국민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과 자본, 기술이 나가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면 질문은 하나다.
시진핑은 지금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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