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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미인계’에 美정치권 뚫렸다…FBI 150쪽 문건이 폭로한 충격적 침투공작 중국 연계 의심 인물은 어떻게 美정치권 심장부에 접근했나 2026-08-1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연계 의심 인물은 어떻게 美정치권 심장부에 접근했나]


미국 정치권이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FBI 문건이 공개됐다. 트럼프 백악관이 17일 공개한 자료에는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아온 중국인 여성 크리스틴 팡(Christine Fang·팡팡)이 정치후원금 모집과 정치권 인맥 구축 등을 통해 캘리포니아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접근했던 FBI의 수사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 민주당 하원의원 에릭 스왈웰이 FBI 조사에서 팡과 여러 차례 육체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한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다시 커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두 사람의 사생활이 아니다. 외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미국의 장래성 있는 정치인에게 접근해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했다면 이는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공격받은 중대한 방첩사건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18일,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공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FBI가 팡과 스왈웰의 관계를 단순한 남녀관계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공개된 FBI 문건에 따르면 연방수사국은 이 사건에 ‘Freshman Fiftee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4년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는데, 수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팡이 다른 사람을 이용한 이른바 ‘도관(導管, conduit) 후원’(후원 한도를 넘겼거나 후원 자격이 없는 사람(외국인 등)이 다른 사람 명의를 '파이프(도관)'처럼 빌려 정치자금을 우회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정치후원금을 우회 제공했는지 여부였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FBI는 팡이 최소 네 차례에 걸쳐 불법적인 정치후원금 모집에 관여했다고 판단했으며 기록 파기와 허위진술, 미등록 외국대리인 활동 가능성 등도 검토했다”며 “그러나 최종적으로 형사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스왈웰이 중국을 위해 활동했다거나 중국 측에 미국의 기밀정보를 넘겼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며 “스왈웰은 팡의 불법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으며 FBI의 경고를 받은 2015년 팡과의 접촉을 중단하고 수사에도 협조했다고 밝혔으며, 하원 윤리위원회 역시 2년간의 별도 조사를 마친 2023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짚었다.


[가장 충격적인 ‘허니팟’ 의혹…성적 관계까지 정치 접근의 수단이었나]


이번 문건 공개에서 가장 폭발적인 대목은 스왈웰 자신의 FBI 진술이다. 공개 문건을 확인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스왈웰은 FBI 조사에서 팡과 여러 차례 육체관계를 가졌다고 인정했다. 팡이 늦은 시간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일과 당시 수면유도제 앰비언을 복용해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진술도 공개된 문건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됐다.


더 주목할 부분은 FBI가 처음부터 팡을 수사대상으로만 접근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개 문건을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FBI는 2013년 팡을 정보원으로 포섭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스티 섬(Rusty Thumbs)’이라는 작전명(codename)이 등장한다. FBI는 이후 팡을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정치권 활동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여성’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본질을 잘못 짚는 것이다. 문제는 외모와 친밀감, 연애 또는 성적 관계가 정치적 접근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이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2020년 Axios의 최초 탐사보도에서도 팡이 정치인들과 광범위한 관계를 구축했고, 최소 두 명의 중서부 지역 시장과 연애 또는 성적 관계를 맺었다는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 제시된 바 있다.


[성관계로 끝나지 않았다…인턴·후원금·정치행사로 뻗은 네트워크]


팡 사건이 심각한 진짜 이유는 활동범위가 특정 정치인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Axios의 2020년 탐사보도에 따르면 팡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정치권에 깊숙이 들어가 정치인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선거자금 모금에 참여했으며 스왈웰 의원실에 인턴을 배치하는 데도 관여했다.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당시 팡의 활동을 중국이 미국 정치권에 접근하려 했던 장기적인 정치정보 수집작전의 사례로 판단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팡 사건의 의미가 달라진다. 외국의 영향력 공작은 반드시 처음부터 정치인에게 “기밀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선거를 돕고, 후원자를 연결하고, 행사를 주선하고, 사람을 소개하면서 정치인의 주변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접근권(access)’과 장기간 축적된 인간관계 자체가 정보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미국 방첩기관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Axios 역시 팡 사건을 중국 정보기관이 미래에 전국적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정치인들을 조기에 포착해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의 사례로 분석했다.


[스왈웰은 훗날 정보위원이 됐다…그렇다면 미국의 방첩망은 안전했나]


더욱 민감한 부분은 스왈웰이 이후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팡과의 관계가 정보위원회 활동 이전에 종료됐으며 스왈웰이 중국에 기밀을 제공했다는 증거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공화당 지도부 모두 FBI로부터 중국의 정치권 접근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스왈웰은 FBI 경고 이후 팡과의 접촉을 중단했다.


그렇다고 방첩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악시오스는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는 장차 국가 최고 수준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보기관 연계 의심 인물이 그의 주변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팡 사건의 진짜 교훈은 이미 기밀이 넘어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 정보기관이 미래의 권력자를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접근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고 짚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소가 없었다는 사실]


뉴욕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FBI는 수년 동안 팡의 활동을 추적했지만 결국 팡이나 스왈웰을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하지 않았다”면서 “새로 공개된 문건을 보면 FBI 수사에서는 팡의 불법 정치후원금 모집과 기록 파기, 허위진술, 미등록 외국대리인 활동 등의 문제가 검토됐지만 사건은 결국 ‘국가안보상의 이유’를 포함한 판단 아래 형사기소 없이 종료됐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도 “그러나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과 ‘국가안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실제로 FBI가 방어적 브리핑을 실시했고 의회 지도부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는 것은 미국 정보기관 역시 이 사안을 방첩 문제로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이어 “반대로 스왈웰 개인의 범죄행위는 입증되지 않았고 하원 윤리위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지금 공개했나…패텔의 문건 공개 추진도 논란]


이번 문건 공개에는 또 하나의 정치적 논쟁도 존재한다. Washington Post는 지난 3월 “캐시 패텔 FBI 국장이 스왈웰과 팡 사건의 오래된 수사문건 공개를 추진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FBI 요원들이 문건 검토와 삭제 작업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스왈웰 측은 공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스왈웰 측은 자신에게 범죄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의 수사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 공개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와 문건 속 중국 관련 방첩 내용이 심각한가 하는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WP는 “스왈웰이 중국을 위해 불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그것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중국 정보기관 연계 의심 인물이 미국 정치인들과 장기간 관계를 구축하고 정치후원·인턴·정치행사 등에 접근한 사실 역시 정치적 진영논리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스왈웰은 이후 팡 사건과 별개인 다수의 성적 비위·성폭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4월 의원직에서 사퇴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물러났다”면서 “스왈웰은 관련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의 의원직 사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제14선거구의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를 8월 18일 실시하도록 공식 공고했다”고 밝혔다.


[Why Times Insight]


이번 FBI 문건을 단순히 ‘스왈웰과 중국 여성의 성관계 폭로’로 소비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사건의 본질은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미국 당국이 의심한 인물이 학생·교민단체와 정치행사, 선거후원, 인턴 연결, 개인적 친분과 성적 관계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 정치권에 접근했다는 데 있다. Axios가 2020년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하면서 강조했던 것도 바로 중국 정보기관의 이러한 장기적 정치인 접근방식이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방식이 반드시 당장 기밀을 빼내기 위한 작전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인 시절부터 접근해 선거를 돕고, 사람을 소개하고, 정치행사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쌓은 뒤 그 정치인이 워싱턴의 권력 핵심부로 성장한다면 오랫동안 축적한 인간관계 자체가 엄청난 정보자산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시의원과 지역 정치인이 내일의 연방하원의원, 상원의원, 주지사, 장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 사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특정 민주당 정치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외국인의 불법 정치후원과 미등록 외국대리 활동을 철저하게 추적하고, 의원과 고위 공직자에게 외국 정보기관의 접근방식을 교육하며, 의회와 선거캠프의 인턴 및 외부인사 접근에 대한 방첩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성적 친밀감이나 금전, 정치후원과 인맥을 의도적으로 활용해 정치권에 침투하는 행위가 외국 정부의 지시나 통제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를 단순한 사생활 스캔들이 아니라 외국의 정치공작으로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결국 이번 150쪽 안팎의 FBI 자료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스왈웰이 중국에 기밀을 넘겼는가”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그가 기밀을 제공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은 인물이 어떻게 미국의 장래성 있는 정치인 주변까지 그렇게 깊숙이 접근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미국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다음 팡팡은 지금 누구에게 접근하고 있는가?”


그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은 10년 전의 스캔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대미 정치공작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미국이 강화해야 할 것은 정파적 폭로전이 아니라 방첩망 자체다. 외국 정부를 위해 정치인에게 접근하고 불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확인된다면 국적이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추적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팡팡 문건’을 단순한 성적인 스캔들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 사건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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