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경제 위기는 이제 산술의 문제”…세계가 더는 중국산을 흡수할 수 없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차기 세계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중국이 내수로 소화하지 못한 제품을 세계시장에 계속 밀어내면 각국 제조업과 일자리가 무너지고, 반대로 수출 장벽에 막혀 공장을 멈추면 중국 기업의 연쇄 도산과 지방정부 부채 위기가 세계 금융·원자재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생산을 계속해도 위기이고 멈춰도 위기인, 이른바 ‘중국발 양방향 충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게재한 ‘다음 세계경제위기는 중국에서 시작될 수 있다(The Next Global Economic Crisis Could Be Made in China)’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세계가 중국의 과잉생산을 흡수할 수 있는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공산당이 소비와 시장 대신 투자·생산·보조금에 의존해 만들어낸 성장모델이 산술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프로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냈고, 그 이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을 역임했다.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측 셰르파로 직접 협상을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진단은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단순한 대중 강경론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규모와 세계 수요를 토대로 한 구조적 경고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세계 수요보다 세 배 빠르게 불어난 중국의 무역흑자]
프로먼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반발 이전에 ‘산술적 한계’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두세 배 빠른 속도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이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한 지금은 세계 전체가 중국산 제품을 무한정 받아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중국의 2025년 상품무역 흑자는 사상 최대인 약 1조2000억 달러에 달했다”면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속에서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시장으로 물량을 밀어낸 결과”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어 “반면 IMF는 지난 7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면서 “세계 수요는 3% 안팎으로 늘어나는데 중국의 수출과 무역흑자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면서 공급과 수요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어페어스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문가인 황야성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런 구조를 ‘절대우위 경제’라고 규정한다. 중국은 인공지능·배터리·전기차 같은 첨단산업에서 미국·유럽과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섬유·의류·완구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과 경쟁한다. 사실상 모든 산업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일자리와 시장을 동시에 잠식하는 기형적 제조업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중국이 이미 세계 산업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비중이 4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을 제외하면 한 국가에 이처럼 막대한 산업력이 집중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OECD는 조사 대상 중국 기업들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거둔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분 가운데 약 60%가 정부 보조금의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전기차에서 폭발한 과잉생산]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의 과잉생산은 베이징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분야일수록 더욱 심각하다”면서 “중국의 태양광 설비 생산능력은 연간 약 1200기가와트(GW)로, 한 해 동안 세계에서 실제 설치되는 물량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데,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태양광 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중국 안에 이미 들어선 셈”이라고 짚었다.
자동차 분야는 더 극단적이다. 중국은 연간 약 2500만 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중국 내 신에너지차 수요는 이보다 훨씬 적다. 내연기관차까지 합치면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약 5500만 대로, 약 9000만 대인 세계 자동차 시장의 60%에 해당한다. 중국 공장들이 생산설비를 정상적으로 돌리려면 사실상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산 차량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약 710만 대보다 40%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실제로 지난 7월 중국의 내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1.1% 감소했지만 수출은 88.2% 급증했다”면서 “내수에서 팔리지 않는 자동차를 해외로 밀어내면서 중국의 경기침체가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압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 충격은 이미 유럽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폭스바겐은 최대 10만 명 규모의 감원과 독일 공장 4곳의 생산 중단 방안까지 검토했다”면서 “감독이사회가 즉각적인 공장 폐쇄안은 일단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추가 인력 감축과 생산능력 축소, 해당 공장들의 장기 존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잃은 데 이어 본토 시장에서도 중국산 저가 차량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 압박에 빠진 것이다.
[중국 공장이 멈추면 원자재 수출국이 무너진다]
그렇다고 중국이 생산을 급격히 줄이는 것도 세계경제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면 적자기업의 연쇄 도산과 실업 증가, 지방정부 세수 감소, 부동산·금융 부실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생산과 투자가 급락하면 철광석·구리·원유 등 원자재 수요도 곤두박질치게 된다.
프로먼은 2012∼2015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둔화했을 당시 구리 가격이 40% 이상, 원유가 60% 이상, 철광석 가격이 70% 이상 급락한 사례를 제시했다. 호주·브라질·칠레는 전체 수출의 25∼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몽골 등 일부 국가는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45∼90%에 달한다. 중국의 생산 조정이 시작되면 중국 기업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수출국의 재정과 통화, 고용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관세 127.5%로도 안심 못 한 미국 자동차업계]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미국 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지난 5일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노 차이나 오토스(No China Autos)’ 캠페인을 시작했다. 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과잉설비를 이용해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산 일반 승용차에 27.5%의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 전기차에는 추가관세를 합쳐 최대 127.5%에 이르는 사실상의 봉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커넥티드카 기술이 탑재된 차량의 수입과 판매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 유통업계가 중국 업체의 영구 퇴출을 요구한 것은 관세만으로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우회 진출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프로먼은 해법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에 준하는 다자 공조를 제안했다. 미국과 주요국이 중국에 위안화의 단계적 절상과 산업보조금 축소, 사회안전망 확충, 가계소비 확대 등 검증 가능한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10∼12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이른바 ‘플라자 합의 2.0’을 논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중국이 성장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두·에너지·항공기 등 개별 품목을 중심으로 협상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진핑 정권 역시 국가주도 제조업을 경제정책이 아니라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통치전략으로 보고 있어, 보조금과 생산설비를 자발적으로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Why Times Insight]
프로먼의 경고가 섬뜩한 이유는 중국의 과잉생산이 성공해도 위기이고 실패해도 위기라는 데 있다. 중국이 보조금을 쏟아부어 공장을 계속 돌리면 값싼 중국산 제품이 세계 제조업과 일자리를 무너뜨린다. 반대로 수출 장벽에 막혀 공장을 멈추면 적자기업의 도산과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금융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원자재 수출국과 세계 금융시장까지 충격을 받게 된다.
이는 중국의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이 소비보다 투자와 생산을, 시장보다 보조금과 국가통제를 선택해 만들어낸 성장모델 전체가 산술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중국차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영구 봉쇄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 공포 때문이다. 관세 127.5%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의 과잉생산 압력이 거세졌다는 것이다.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가 ‘플라자 합의 2.0’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시진핑 정권이 국가주도 제조업이라는 핵심 전략을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세계는 중국의 정책 전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중국산 제품이 몰려올 때 발생할 ‘제2의 차이나 쇼크’와 중국의 성장모델이 멈출 때 닥칠 ‘중국발 경제위기’에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 세계경제 위기가 중국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프로먼의 경고는 이제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