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화북 지하수·남수북조·식량 수입 의존이 동시에 압박하는 중국의 심장부]
시진핑 정권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위협은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나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만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인민해방군 지휘부가 자리 잡은 베이징을 비롯해 화북의 곡창·산업지대 전체가 만성적인 물 부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이 지난 4월 국가 인프라 투자 목록에서 ‘수망(水網)’을 가장 먼저 열거한 것도 물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안보 현안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남수북조를 통해 지하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 대가는 남부 수계에 대한 의존과 화북 농업용수 통제라는 또 다른 부담이다. 결국 물 위기는 중국을 단숨에 무너뜨릴 폭탄이라기보다 시진핑 체제를 안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느린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일본의 시사정론지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8월 1일 시라카와 츠카사(白川司)의 기고를 통해 “시진핑 정권이 물 위기로 조용히 약체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 베이징과 톈진, 중국공산당의 권력 중추와 인민해방군 지휘부, 그리고 중국 최대의 산업·곡창지대가 모두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인 중국 북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시라카와는 신간 『시진핑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의 내용을 인용해 “중국의 정치·군사·산업 핵심부가 물 리스크를 안은 지역에 몰려 있다”며 이것이 시진핑 체제의 구조적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했다.
[AI보다 먼저 거론된 ‘수망’…중국 지도부도 위기 인식]
인민일보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4월 28일 수망과 신형 전력망, 산력망, 차세대 통신망, 도시 지하관망, 물류망 등 6대 인프라 건설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국무원은 5월 이를 구체화했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관련 투자 규모가 7조 위안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수망을 6대 인프라 가운데 가장 먼저 열거했다는 점에서 시라카와는 “물 문제가 AI와 통신망 못지않은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고 해석했다. 다만 나열 순서가 곧 공식적인 정책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사업은 물 위기만을 겨냥한 비상조치라기보다 경기 부양과 제15차 5개년 규획을 겨냥한 종합 인프라 투자 패키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수망이 첫머리에 등장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베이징 지도부가 화북의 만성적인 물 부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남쪽에, 권력과 곡창은 북쪽에 몰렸다]
중국 물 위기의 뿌리는 태생적으로 기울어진 자원 배치에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창장 이남 지역은 국토의 36.5%를 차지하면서도 전국 수자원의 약 81%를 보유한다. 반면 화이허 이북과 서북 지역은 국토의 63.5%를 차지하지만 수자원은 약 19%에 불과하다.
특히 하이허·화이허 유역은 전국 경지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수자원 보유량은 전체의 4% 수준에 그친다. 베이징과 톈진, 스자좡 등 거대 도시뿐 아니라 철강·화학·첨단 제조업 기지와 주요 곡창지대가 모두 물 부족 지역에 집중된 셈이다.
중국 전체 물 사용량의 약 60%는 농업에 투입되며, 화북평원의 관개농업은 지하수 의존도가 특히 높다. 이 지역의 겨울밀과 여름옥수수 이모작은 관개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 얕은 대수층이 줄어들면서 자연적으로 쉽게 보충되지 않는 깊은 지하수, 이른바 ‘화석수’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일상화됐다.
NASA의 중력관측위성 GRACE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화북에서 매년 약 83억㎥의 지하수가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남수북조와 강수량 증가, 취수 규제, 관개면적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지역의 지하수위는 회복됐다. 신화통신도 남수북조 동선·중선 1기 공정의 누적 송수량이 892억㎥를 넘어섰고 약 1억9500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물 위기가 해결됐다는 뜻이 아니다. 북부의 부족분을 남부에서 끌어와 메우고, 지하수 사용과 관개농업을 제한해 균형을 맞춘 것에 가깝다. 기후변화로 창장과 한장 유역의 유량 변동성이 커질 경우 남수북조의 장기적인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곡물자급률 98%’ 뒤에 가려진 취약성]
물 부족은 식량안보의 허점도 드러낸다. 시진핑은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 자신의 손에 단단히 쥐어야 한다”고 반복해 왔다. 중국 정부는 2024년 식량 생산량이 처음으로 7억 톤을 돌파했고 쌀·밀·옥수수 등 3대 주곡의 자급률이 98%를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98%는 전체 식품 자급률이 아니다. 대두와 식용유, 축산사료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수입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대두 자급률은 2000년 62.4%에서 2020년 16.6%로 추락했고, 보리와 수수 자급률도 20% 안팎에 머문다. 식용유 수입 의존도 역시 약 70%에 달한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중국의 전체 식량자급률이 2000년 93.6%에서 2020년 65.8%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4년 식량 순수입국으로 전환했고, 2021년에는 세계 최대 식량 수입국이 됐다. 겉으로는 주곡 자급률 98%를 내세우지만 실제 식량체계는 해외 대두와 사료, 식용유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쓰촨 가뭄이 보여준 물 위기의 파괴력]
2022년 쓰촨성에서 벌어진 사태는 물 부족이 어떻게 산업 위기로 번지는지를 보여준 예고편이었다. 당시 창장 유역은 1961년 통계 집계 이후 최장기간 폭염을 겪었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40% 줄었다. 전력의 8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던 쓰촨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발전 능력이 급감했다.
결국 폭스바겐과 토요타, BOE, CATL 등 주요 기업의 공장이 멈췄고, 충칭의 파나소닉과 덴소까지 조업 차질을 겪었다. 물 부족이 단순한 식수 문제가 아니라 전력·반도체·자동차·배터리 공급망 전체를 한꺼번에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아시아의 물탑’으로 불리는 티베트고원의 빙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제3차 빙하목록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 중국의 빙하 면적은 약 26% 감소했고, 약 7000개의 소형 빙하가 사라졌다. 빙하 감소가 당장 남수북조의 송수량 감소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주요 수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위험은 분명하다.
[거대 댐으로 덮을 수 없는 시진핑의 딜레마]
중국은 지금까지 남수북조와 산샤댐, 야룽창부강 초대형 수력발전 사업 같은 거대 토목공사로 물과 전력 문제에 대응해 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야룽창부강 사업을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그러나 거대한 댐과 수로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물 다소비 작물의 전환, 산업용수 재활용, 오염 규제, 효율적인 관개기술 확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농업 생산과 농민 소득, 산업활동을 동시에 압박한다는 데 있다.
농업용수를 줄이면 식량 생산이 흔들리고, 지하수 취수를 제한하면 농민 소득이 감소한다. 공업용수를 통제하면 경제성장률과 제조업 경쟁력이 타격을 받는다.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시진핑 지도부는 과거의 성장·식량·인프라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Why Times Insight]
중국의 물 위기가 곧바로 시진핑 정권의 붕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화북의 지하수위가 일부 회복됐고 남수북조도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회복은 물 부족 자체가 사라진 결과가 아니라 남부 수계에 대한 의존과 지하수 사용 억제, 관개농업 조정을 통해 부담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결과에 가깝다.
진짜 위기는 물 부족과 식량·전력·산업안보가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지도부가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부담이 터져 나온다. 더구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상 근본적인 구조조정보다 거대 토목사업이라는 대증요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물 위기는 중국을 어느 날 갑자기 붕괴시키는 급성 위기가 아니다. 시진핑 체제의 자원과 선택지를 해마다 갉아먹는 ‘구조적 소모’다. 그리고 물과 식량의 압박이 커질수록 “시간이 중국 편이 아니다”라는 지도부의 초조함도 커질 수 있다. 시진핑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물이 마르는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물과 함께 중국의 시간까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