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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우크라 재건회의 개막…역사 갈등 속 젤렌스키 첫 불참 서방 각국 대규모 지원 약속 2026-06-26
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전후 복구를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폴란드에서 막을 올렸으나 국가 간의 민감한 과거사 분쟁 여파로 정작 우크라이나 정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유럽연합과 각국 행정부 수반,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 지도부들은 2026년 6월 2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폴란드 그단스크에 집결해 제5회 우크라이나 재건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 참가국들은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 복구와 무기 공급 체계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조달 계획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율리아 스리비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총액 100억 유로(약 17조5천억원) 넘는 160건 이상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거대한 원조 흐름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실제 회의 첫날부터 서방 진영의 대규모 금융 및 물자 지원 방안들이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 유럽연합(EU) 당국은 전시 지원 목적으로 기약했던 900억 유로(약 157조5천억원) 규모의 긴급 융자 자금 중에서 우선 1차 지급분인 32억 유로(약 5조6천억원)를 즉각 송금할 예정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영국 행정부는 붕괴 위험에 직면한 에너지 인프라 복구와 고질적인 반부패 시스템 개혁 사업에 2억9천만 파운드(약 5천900억원)를 전방위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북유럽의 핀란드 역시 자국의 무기 지원 특별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우선요구목록(PURL)에 추가로 4천만 유로(약 810억원)의 재원을 증액해 보태기로 확정하는 등 각국이 재정적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적인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대륙의 핵심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식장에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정작 행사의 중심이 되어야 할 공동 주최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개최지 수장인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자리는 나란히 비어 있었다. 양국 정상의 동반 불참 사태는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두 나라 간의 깊은 외교적 앙금과 과거사 분쟁에서 촉발되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수여받았던 폴란드 최고 권위의 백독수리 훈장을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강제로 박탈하겠다는 행정적 결정을 내리자,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 이달 20일 우체국 창구를 통해 해당 훈장을 실물로 반송하는 인증 사진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하며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외교적 마찰의 기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참혹한 역사적 비극과 양측의 엇갈린 민족주의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양국 간의 해묵은 감정은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 군 산하 특정 부대에 'UPA의 영웅들'이라는 국가적 명예 명칭을 전격 부여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다. 우크라이나반란군을 뜻하는 UPA는 과거 2차 대전 당시 소련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해 무장 투쟁을 전개한 우크라이나의 독자적인 민족주의 조직이다. 그러나 이들 부대의 일부 세력이 과거 나치 독일 정권에 부역하며 1943년부터 1944년 사이에 폴란드 민간인 약 10만 명을 잔혹하게 학살한 '볼히니아 사건'의 주범이라는 의혹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폴란드 내 민족주의 세력과 대다수 정계 인사들은 UPA의 유산을 추종하는 세력을 사실상의 위험한 네오나치 집단으로 규정하며 극도로 혐오해 왔다.


결국 국가 수반 대신 실무 대표로 단상에 오른 스리비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과거사 언급을 극력 자제한 채 "EU 안에서 공동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지에 감사드린다"라며 원론적인 사의만을 전달했다. 반면 주최국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축사를 통해 "미래는 오직 진실과 상호 존중,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구축할 수 있다"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며,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향해 편향된 역사 인식의 대대적인 전환과 진정성 있는 반성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본래 이 회의는 우크라이나 개혁회의라는 명칭으로 지난 2017년부터 유럽 주요국들이 모여 청렴한 행정 시스템 구축과 유럽통합 시나리오를 설계하던 정기 협의체였다. 그러나 전면전이 발발한 지난 2022년부터 전후 복구로 의제와 타이틀을 전면 수정해 운영되어 왔으며, 동맹의 상징이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 전격 불참한 사례는 올해가 역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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