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모스크바가 불탔다 — 전쟁 개시 후 최대 규모 공습]
18일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 194기가 모스크바 하늘을 뒤덮으며 러시아 수도의 핵심 정유 시설을 불태웠다. 단순한 공격이 아니다. 4년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에너지 전쟁의 정점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드론들이 모스크바 정유 시설에 도달하며 공항 운영을 마비시키고 도시 곳곳의 주요 도로를 폐쇄시켰다”면서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소뱌닌은 드론 194기가 격추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는데, 이는 올해 3월의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74기를 단숨에 3배 가까이 뛰어넘는 수치였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도 “카포트냐 지구의 모스크바 정유 시설에서는 최소 5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는 불과 일주일 사이 두 번째 타격이었다”면서 “검은 연기가 도심을 뒤덮었고, 인근 주민들은 '검은 비'가 쏟아졌다고 전했는데, 셰레메티예보 공항은 승객들을 긴급 대피시키고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며, 에어플로트와 로시야 항공은 발착 항공편 170편 이상을 취소했고, 모스크바 지역 주지사는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의 충격은 숫자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불타는 것은 정유 시설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자체가 불타고 있었다.
[이미 30% 이상 붕괴한 러시아 정제 능력]
이날의 공습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26년 내내 우크라이나는 체계적이고 집요하게 러시아의 에너지 심장부를 공략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자체 취재와 공식 데이터를 근거로, “러시아 중부의 주요 정유 시설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감축했다”면서 “피해를 입은 시설들의 합산 처리 용량은 연간 8,300만 메트릭톤, 즉 하루 약 23만 8,000톤에 달하며, 이는 러시아 전체 정제 용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데, 이 시설들은 러시아 가솔린의 30% 이상과 디젤의 약 25%를 생산하는 곳들”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어 “반복된 공격으로 러시아 1차 정제 능력의 30% 이상이 일시 가동 중단 상태에 놓였고, 생산량은 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짚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우크라이나의 전술 진화다. 에너지·청정대기 연구센터(CREA)의 러시아 분석가 아이작 레비는 “올해 들어 동일 시설을 반복 타격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정유 시설이 3~5일 만에 복구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흑해 연안 투압세 정유·수출 복합단지는 4월 세 차례, 5월 두 차례 타격을 받았다. CREA 데이터에 따르면 5월 투압세의 석유 선적량은 1년 전 대비 91% 급감했다.
러시아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은 마침내 공개 시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기자회견에서 “현재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2026년 초에 비해 하락했다”며 “여러 정유 시설이 긴급 수리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리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자국 정제 생산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석유를 채워넣지 못하는 현실]
에너지 붕괴는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그 충격은 지금 전쟁의 최전선까지 직접 흘러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온라인 매체인 밀리터리(militarnyi)는 이에 대해 “러시아 점령 하의 도네츠크 지역에서 연료가 사실상 바닥났으며, 부족 현상은 민간 부문을 넘어 실전 투입 중인 러시아 군부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프로파간다 매체 '로마노프 라이트'조차 인정한 내용”이라면서 “해당 매체에 따르면 도네츠크-아빌로-우스펜카 고속도로를 따라 연료가 있는 주유소를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으며, 로스토프 지역 주유소에서도 러시아 군인들이 연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모스크바 타임스도 “지난 10일 기준으로 러시아 내 25개 이상의 지역에서 가솔린 부족과 연료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인 6월 4일의 15개 지역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이라면서 “점령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루한스크·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 지역 등 6개 점령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도 동일한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에너지·천연자원 협회 부소장 안드리 자크레프스키는 “연료 위기의 결과는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러시아는 광활한 나라이고 물류가 핵심 역할을 한다. 운송 기업들로부터 연료 공급 문제 보고가 이미 올라오고 있다. 부족이 심화되면 도시 교통, 화물 운송, 전체 보급 체계를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더 이상 이 흐름을 빠르게 되돌릴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이미 시작됐고,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단순히 정유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포병전과 기갑전을 수행하는 군대이며, 이 전쟁은 결국 연료 소비 전쟁이다. 전차와 장갑차, 군용트럭, 전투기, 전략폭격기까지 모두 석유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자체보다 그 군대를 움직이는 연료 공급망을 먼저 무너뜨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 연료를 수입한다 — 전례 없는 굴욕]
눈여겨볼 것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가 결국 석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이달 중 서부 항구를 통해 아시아산 가솔린을 선박으로 수입할 예정”이라면서 “타네코 정유 시설과 모스크바 정유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사실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키이우포스트는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으로, 에너지 수출이 국가 재정과 전쟁 자금의 근간”이라면서 “그 나라가 자국민에게 연료를 공급하지 못해 아시아에서 수입선을 물색하고 있다”고 짚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어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연료 수입도 추진했지만, 두 나라 모두 부족분을 의미 있게 메울 만한 여유 생산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모스크바는 국내 공급 우선화를 위해 가솔린 수출 금지령을 7월 말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밀리터리는 “지난 5월 러시아의 디젤 연료 생산량은 3월 대비 약 10% 감소했으며, 이는 물량으로 환산하면 단 한 달 만에 60만 톤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항공유 수출을 임시 금지하는 조치를 동시에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중거리 드론의 결정타 — 크름반도·보급로가 잘렸다]
모스크바의 정유 시설이 장거리 드론의 표적이라면, 중거리 드론은 더욱 정교하게 러시아군의 보급 동맥을 끊고 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주요 육상 보급로 R-280 '노보로시야' 고속도로 통행을 집중 타격하면서 반도 전체에 연료 부족이 발생했다”면서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임명 주지사 미하일 라즈보자예프는 시내 주유소에서 AI-92·AI-95 등급 연료가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이 작전을 러시아군 후방을 압박하고 공세 작전 능력을 억제하는 '물류 봉쇄'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타임스는 “이번 크름반도 연료 부족은 2014년 러시아 합병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면서 “5월 말 기준으로 당국은 선불 쿠폰 방식으로 주 1회 차량당 20리터로 판매를 제한했으며,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장거리와 중거리 두 갈래로 러시아의 생산 능력과 수송 능력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고 짚었다.
[“크렘린의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의 전략적 의미를 대서방 외교와 연결시키는 것이 젤렌스키의 계산이다. ABC News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NATO 브뤼셀 회의를 앞두고 이번 드론 타격을 러시아를 외교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정면에 내세웠다”면서 “젤렌스키는 ‘서방 파트너들도 우리의 중거리 타격과 장거리 제재의 정밀성과 효과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ABC News는 이어 “이날 브뤼셀에서 젤렌스키는 NATO 및 EU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고, 독일과 탄도미사일 대응 방공 시스템의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이를 '반탄도미사일 연합'의 시작이라고 명명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는 X에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러시아인들은 그 질문을 푸틴에게 해야 한다”며 “당신의 나라가 우리나라에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 이제 알았으니, 언제 전쟁을 끝낼 것이냐고 푸틴에게 물어라”라고 썼다.
그렇다면 지금 러시아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모스크바 타임스는 중요한 경고를 덧붙인다. “러시아 연료 부족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크렘린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 정유 공격은 러시아의 경제와 전쟁 노력을 떠받치는 인프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수리·방호·물류 적응에 자원을 전용하도록 강제하는 중요한 압박 도구다. 장기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공격 캠페인은 결국 시스템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지난 2년 동안 구축한 드론 전쟁의 핵심은 러시아군을 직접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유지 능력 자체를 소모시키는 데 있다. 정유시설을 복구해야 하고, 방공망을 후방으로 돌려야 하며, 부족한 연료를 수입해야 하고, 늘어나는 군사비를 세금 인상으로 메워야 한다. 이는 모두 전선이 아닌 후방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결국 러시아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드론 몇 기가 아니라 '소모전의 경제학'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러시아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국가 전체를 움직이는 에너지·물류·재정 시스템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전쟁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전선의 포격보다 더 위험한 것은 후방의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푸틴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쟁의 모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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