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투자 붕괴가 런던에 유령 지구를 만들었다”]
대만의 유력 일간지 자유시보(自由時報)가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를 정면으로 조명했다. 약 18년 전 런던에 대거 유입됐던 중국 자금이 국내 부동산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영국 수도 한복판에 '유령 지구'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해외 투자 실패가 아니다. 시진핑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이 낳은 중국 내 유령도시 사태가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자유시보는 16일, “중국 투자의 붕괴는 어떻게 런던에 유령도시를 만들었나?”라는 직접적인 제목 아래 영국 매체 ‘런던 스탠더드(The London Standard)’의 분석을 인용하며, “중국 자본이 런던에 '유령 지구(ghost neighbourhoods)'의 흔적을 남겼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자유시보는 타워 브리지 인근 로열 민트 코트(Royal Mint Court) 사태를 핵심 사례로 들었다. 자유시보는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영국과 중국 관계가 절정에 달하던 이른바 '황금 시대'에 중국 자본은 런던으로 쏟아졌다”면서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런던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매력적으로 낮아지자, 중국의 대형 개발업체와 국유은행들이 대거 뛰어들었고, 베이징은 국내에서 흡수하지 못한 자본을 해외에 투자하도록 장려했다”고 짚었다.
자유시보는 중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이 당시를 회고한 말을 소개했다. “중국인들은 무엇이든 샀다. 정말 무엇이든.” 당시 나인 엘름스(Nine Elms),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주변, 런던 동부 항만 지구 등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시작됐고, 국유 은행과 대형 개발업체들이 앞다퉈 참여했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중국 자본이 약속했던 도시 재개발과 일자리 창출은 공허한 구호에 그쳤다. 현재 런던에서 진행 중인 391개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5개 중국계 대형 개발업체가 맡은 8개 대형 부지는 여전히 공사 중이거나 절반만 지어진 채 방치돼 있다.
로열 민트 코트 사태가 이 갈등의 상징이 됐다. 중국은 2018년 이 부지를 2억5500만 파운드(약 4400억 원)에 매입한 뒤 60만 평방피트 규모의 '초대형 대사관' 개발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해당 부지 지하에는 208개의 밀실이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그 중 한 밀실은 영국에서 가장 민감한 통신 케이블과 불과 1미터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간첩 활동에 대한 우려가 폭발했다. 지방 계획 당국은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이 계획을 거부했다. 이후 스티브 리드 영국 주택부 장관이 2026년 1월 스타머 총리의 방중 직전 이 계획을 승인했으나, 여전히 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고 공사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中 부동산 철수의 전 세계적 충격파]
런던만이 아니다. 중국 자본이 건드린 곳마다 비슷한 상처가 남았다. 말레이시아 조호르 해협 인공섬 위에 세워진 '포레스트 시티(Forest City)'는 지금 거의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텅 빈 거리와 공실 상가, 빈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 도시는 재정난에 빠진 중국 개발업체 컨트리가든(Country Garden)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자유시보도 인용한 영국 매체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한때 '깊은 주머니를 가진 도시 건설자'로 환영받았던 중국이 10년도 채 안 돼 '권위주의적 위협'으로 묘사되기에 이르렀다고. 중국 자본의 런던 철수는 단순한 투자 철회가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 내 부동산 위기가 맞물린 복합적 붕괴의 산물이다.
[중국 本土의 재앙-50개 유령도시, 최대 8000만 채의 공실]
진짜 문제는 중국 본토에 있다. 런던의 유령 지구는 빙산의 일각이다. 뉴스위크는 “중국 전역에서 비어 있는 주택은 6500만에서 8000만 채에 달한다”면서 “전 국가통계국 부국장 허컹(賀鏗)은 ‘가장 극단적인 추정치로는 현재 공실 주택이 30억 명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숫자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려면 독일 전체 인구(약 8400만 명)를 떠올리면 된다. 추정치 최저선인 6500만 채만 해도 독일 전체 인구를 수용하고도 남는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발행되는 반중매체 비전타임스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어 놓으면 사람이 찾아오는 시대는 끝났다. 중국은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자산 거품의 고통스러운 청산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진핑의 역점 사업인 슝안신구(雄安新區)도 마찬가지다. 수도 베이징을 대체할 신도시를 짓겠다면서 2017년 '1000년 계획'으로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거 목표 인구인 500만명은커녕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텅 비어있다. 그나마 지금 거주하는 이들도 중국 정부가 강제로 이주시킨 학교와 기업들 관련자가 대부분이다.
한 대학 행정관은 “도시는 깔끔하고 기본 시설도 있지만 삶의 활기가 없다”고 했다. 외신과 독립 관찰자들은 슝안을 '유령도시' 혹은 '세기의 유령도시'라고 묘사하지만, 시진핑은 2026년 3월 직접 현지를 방문해 “완전히 옳은 결정이었다”고 강변했다.
[1994년에 심어진 시한폭탄 — 토지 금융의 자멸]
이 사태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다. 뿌리는 1994년 세제 개편에 있다. 베이징이 세수를 중앙 집중화하면서 자금이 부족해진 지방정부는 토지 임대를 생존 수단으로 삼았다. 2000년대 초에는 지방정부 세수의 60~80%가 토지 임대에서 나왔다. 지방 관리들의 승진은 GDP 성장률로 결정됐고, 건물을 올릴수록 GDP가 늘었기에 수요와 무관하게 개발은 계속됐다.
지방정부들은 중앙 정부로부터 직접 차입이 제한되자 '지방정부금융차량(LGFV)'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토지를 담보로 수조 위안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다. 부채는 법인 장부에만 잡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공식 재정은 겉으로 깨끗해 보였다. 2026년 기준 이 숨겨진 부채 총액은 60조 위안(약 8조500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애틀랜틱카운슬은 “LGFV들은 토지 임대 수익으로 대출을 상환해왔지만, 2021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그 수익원이 증발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새 차입이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빚을 갚아가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짚었다.
[헝다그룹 붕괴에서 47개월 연속 하락까지]
중국 부동산 시장은 현재 4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30년 동안 생존 근거로 삼아온 토지 금융과 재정 신화를 완전히 해체하는 과정이다.
2021년 헝다그룹(恒大, Evergrande)가 300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무너지자 선분양 주택 수십만 채의 공사가 동시에 중단됐다. 그로부터 18개월 뒤 중국 최대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도 위기 신호를 보냈다. 2024년 5월 베이징은 위기가 경제 비상사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며 420억 달러 규모의 구제 패키지를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비용이 5000억~1조 달러에 달하며, 현재 대응책은 그 규모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거리도, 상가도, 공장-“사람이 없다”]
유령도시는 이제 개발 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내 경제 논평가 장핑(张平)은 최근 “명절에도 거리에, 상가에 사람이 없다. 10분을 서 있어도 지나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는다. 14억 대국에서 사람들은 다 어디 간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외신들도 똑같이 던지고 있다.
비전타임스는 “2026년 초, 상하이 핵심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임대 문의' 표지판이 줄지어 붙은 공실 상점들과 텅 빈 쇼핑몰, 황폐화된 상업 지구가 펼쳐진다”면서 “선전에서는 2025년 하반기에만 음식점 약 1000곳이 문을 닫았고, 개업한 지 5년도 안 된 호텔들도 폐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핑은 “소비 방식의 전환, 공장 자동화, 농촌 공동화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외신들이 주목하는 본질은 다르다. 디플레이션, 극단적 수요 위축, 유동성 부족으로 대표되는 '돈 가뭄(钱荒·전황)' 현상이 구조적 특징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유령도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상하이의 핵심 오피스 시장조차 전례 없는 공실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경제 및 정치에 초점을 맞춘 싱크탱크 로듐그룹(Rodium Group)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중국 15개 주요 도시의 핵심 상업 부동산 평균 공실률은 11.1%에 달한다”면서 “인구도 줄고 있는데, 2025년 중국 출생아 수는 792만 명으로, 10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향후 10년간 중국은 약 6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자유시보가 포착한 런던의 유령 지구는 단순한 영국의 도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중국식 성장 모델이 해외에 남긴 흔적이자, 부동산에 의존해 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오르도스와 슝안에서 시작된 유령도시는 이제 런던과 조호르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더 이상 국내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된 중국 경제의 그림자 역시 세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