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EU 정보기관 "중국 군사기지서 러시아군 훈련" 공식 확인]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줄곧 내세워온 '중립국' 이미지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군사시설에서 수백 명의 러시아 병사가 훈련을 받았으며, 일부는 실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다. 경제 경쟁 상대를 넘어 안보 위협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인식이 유럽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EU의 대중국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언론 매체인 우크라이나 프라우다(Ukraeine Pravda)는 13일, “중국이 수백 명의 러시아 병사를 훈련시켰으며, 훈련은 중국 내 여러 기지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EU고위 관리가 직접 확인해 주었다”면서 “이 관리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말했지만, EU 집행부 차원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프라우다는 이어 “유럽연합은 중국 땅 여러 곳에서 이런 훈련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수백 명에 달하며, 이는 중국 측이 그동안 유럽연합에게 해온 말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는 구체적인 군인 훈련이며, 그 중 일부는 이후 전쟁터 또는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줄곧 “우리는 중립”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를 제재하지 않고, 모스크바와 긴밀한 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EU가 증거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면서 그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로이터가 폭로한 비밀 군사협력…드론 전쟁 기술 전수]
EU의 이번 공식 확인은 한 달 전 로이터통신의 단독 보도를 토대로 한다. 로이터는 3개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발언과 직접 확인한 문건을 토대로 “2025년 말 중국 인민해방군이 약 200명의 러시아 군인을 비밀리에 훈련시켰으며, 이들 중 일부가 이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전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의 핵심은 드론 운용이었으며, 이는 2025년 7월 2일 베이징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고위 군사 관계자들이 서명한 양국어 합의문에 명시됐다.
합의문에는 러시아 병사들이 베이징과 난징 등 중국 군사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중국 군인들도 러시아 내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맞교환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이 합의에는 언론 보도를 금지하고 제3자에게 내용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철저한 비밀 유지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그 숨기기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훈련 내용과 규모는 단순한 군사 교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러시아 병사들은 드론 운용, 전자전, 장갑차 보병 전술, 항공 지원 등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참가자의 계급은 하사에서 중령까지 다양했으며, 이는 중국에서 익힌 전술 지식이 귀환 후 러시아 군 전체로 빠르게 퍼질 수 있음을 뜻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12월 석가장 소재 인민해방군 보병학교에서 열린 한 교육에는 러시아 병사 약 50명이 참여해, 드론으로 목표물을 찾아내면서 82밀리미터 박격포를 쏘는 훈련을 받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널리 쓰이는 전술이다. 또 다른 과정에서는 전자전 소총과 그물 발사 장비를 이용한 드론 요격 기술도 가르쳤다. 이빈의 인민해방군 항공훈련센터에서는 FPV 드론 비행 시뮬레이터 교육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받은 러시아 병사들, 실제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
훈련이 단순한 군사 협력이었다는 베이징의 변명도 차단됐다. 유럽 정보기관 가운데 한 곳은 중국에서 훈련받은 러시아 군인 일부가 이후 점령지 크름반도와 자포리자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실제 전투에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을 신원 확인을 통해 밝혀냈다. 훈련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전 투입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 정보 당국자는 “작전·전술 수준의 훈련을 받고 우크라이나 전장에 참전하는 러시아 병력을 중국이 교육시키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유럽 대륙의 전쟁에 이전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드론 속 중국산 부품, 65%까지 올라]
무기 부품 차원의 지원도 이번에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키이우포스트(Kyiv Post)는 “지난 5월에는 러시아의 샤헤드(Shahed)형 공격 드론에 들어간 외국산 부품 가운데 중국산 비율이 65%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미국산 부품을 넘어선 수치”라면서 “병사 훈련과 무기 부품 공급,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대러 군사 지원이 동시에 드러난 셈”이라 밝혔다.
키이우포스트는 “2025년 7월 왕이 외교부장이 EU 카운터파트에게 비공개 자리에서 ‘베이징은 러시아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겉으로는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안으로는 러시아 편임을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15일 EU 외교장관 회의, 중국 정책 다시 짜는 출발점 되나]
유로피언프라우다는 “이번 폭로는 시점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면서 “EU 고위 관리는 이번 훈련 문제를 포함한 EU·중국 관계 전반이 6월 15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는 중국 공급망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 EU 방위 산업에 대한 위험 요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위기가 터질 때 EU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함께 다뤄진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최근 “중국은 우리 시장에 경제적 압박 수단을 쓰는 장기적인 문제”라며 “무역 파트너를 다양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군사 훈련 폭로는 경제 마찰을 넘어, 안보 위협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EU·중국 관계에 더했다.
[유럽이 중국에서 멀어지면, 중국이 잃는 것]
유럽과의 관계가 나빠질 경우 중국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는 막대하다. 유럽연합 통계청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25년 EU는 중국에서 5,594억 유로어치 물건을 사들이고 1,996억 유로를 팔아, 3,598억 유로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EU가 여전히 중국 제조업의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임을 의미한다. 만약 유럽이 공급망 재편과 수입 규제를 본격화할 경우, 중국 제조업 전반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전략적 신뢰의 문제다. 중국은 전쟁 중재자이자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지만, 러시아 병사 훈련 의혹이 사실로 굳어진다면 그 외교적 자산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유럽과의 협력 확대, 국제 다자외교에서의 영향력 확대 구상 역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이 선택한 길, 그리고 고립의 대가]
전략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중국이 스스로 택한 길의 결과다. 베이징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유럽을 잠재적 협력 파트너로 끌어당기려는 외교를 이어왔다. 2026년 2월 뮌헨에서 열린 중·독·불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독일과 프랑스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군사 훈련 폭로는 그 외교의 밑바탕 자체를 흔들어놓는 사건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유럽이 아직 중국에 대한 통일된 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가 6월 G7 및 유럽 이사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폭로가 EU가 그동안 미뤄온 대중 전략의 집단적 재설계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손실을 넘어 외교적·전략적 타격도 크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전쟁 이후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 했다. 그러나 싸우는 한쪽 편의 병사를 직접 훈련시킨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 중재자 자격은 사라졌다. 전후 유럽 재건 참여,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EU와의 다자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설 자리는 동시에 좁아지게 됐다.
중국이 선택한 길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한 반서방 연대였다. 그러나 그 선택의 값은 이제 유럽 시장 접근 제한, 첨단기술 협력 차단, 외교적 고립이라는 형태로 하나씩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중국의 '중립' 주장은 이번 EU 정보기관의 공식 확인으로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중국이 짊어져야 할 고립의 무게는 스스로 쌓아온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중국이 이제 유럽의 시각에서 단순한 경제 경쟁자가 아니라 안보 위협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만약 EU와 NATO가 중국을 러시아 전쟁의 실질적 지원 세력으로 규정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관세나 무역 규제를 넘어 기술·금융·안보 영역 전반에 걸친 새로운 대중국 압박 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큰 지정학적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EU 정보기관의 이번 확인은 어쩌면 중국의 '중립 외교'가 막을 내리는 순간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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