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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21세기 英·日동맹 부활의 의미 - 피터 자이한,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 역할 할 것" - 한국, 대륙세력과 손 잡게 되면 망국의 길 갈수도 - 일본,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국 역할할 것
  • 기사등록 2021-02-06 21:26:37
  • 수정 2021-02-06 21: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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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년만의 英·日동맹 부활 조짐]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진 않지만, 그 흐름은 되풀이 된다”(마크 트웨인)는 말이 있다. 그 말 그대로 영국과 일본의 밀착이 119년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1902년 러시아 남하(南下)를 막을 목적으로 동맹국이 됐던 두 나라가 최근엔 중국 견제와 경제적 이유를 매개로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영국과 일본은 외무·국방 장관(2+2) 회의를 화상(畵像)으로 열고 올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을 파견할 때 자위대와 공동 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의 해경국(海警局)이 필요시 발포까지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와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국제법에 토대를 둔 해양 질서 유지와 항행 자유가 중요하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3일의 양국 회의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4일자 지면에서 “양국의 협력은 남중국·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양국은 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은 지금까지 군사 협력을 위한 협정 체결과 공동 훈련을 거듭해가며 ‘준동맹국’화를 진행해왔다”고 평가했다.


[119년 전의 英·日동맹, 어떻게 진화할까?]


1902년, 공통의 적인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맺었던 영·일동맹은 양국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면서 의기투합한 것이었다.


그 당시 일본은 갓 근대화한 신흥국이었음에도 영국은 일본을 파트너로 삼았다. 러시아는 부동항 확보를 위해 남하하던 때여서 러시아를 막는 데 우군이 필요했다. 일본 역시 삼국간섭(요동반도 반환 압력), 동청철도(하얼빈철도) 부설 등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낸 러시아를 제압하는 데 영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렇게 양국이 동맹이 된 후 벌어진 러일전쟁(1904~1905)에서 절대 열세이던 일본이 러시아를 제압한데는 바로 이 영일동맹의 힘이 컸다.


러시아가 일본 제압을 위해 최강 발틱함대를 파견하자, 영국은 수에즈 운하 통과를 저지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러시아는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무려 7개월이나 항해를 한 후에 일본 해군을 만났으니 제대로 힘 한번 못써보고 패배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일본해군이 보유한 주력함들 모두가 영국에서 건조된 것이었다. 이렇게 영국은 일본의 힘을 빌어 러시아를 제거했고, 대신 일본은 조선반도의 지배를 보장받게 된다.


청·일전쟁(1895) 이후 조선은 국제정세에 너무나도 어두웠다. 그 와중에 러시아에 기댔다가 결국 나라를 잃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된 것이다.


그 영일동맹 체결 이후 119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영국과 일본간에는 제2의 동맹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실상 이미 준동맹(準同盟)국이 되었다.


‘제2의 영일동맹’은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브랙시트 이후 ‘글로벌 파워’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경제규모 세계 3위(일본)와 5위(영국)이 뭉치고 있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1월 “영국인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며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일본의 밀착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었다. 당시 영국의 캐머런 정권은 전후(戰後) 처음으로 일본이 호주, 뉴질랜드처럼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국방의 2+2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 안보·경제 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영국군을 일본으로 보내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영국군이 강습상륙함 앨비언(L14)을 도쿄(東京) 근해에 파견해 유엔 제재에 의한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 활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자유무역협정(EPA)을 체결하면서 경제적 밀착까지 가속화했다.

양국의 밀착은 이제 군사·안보 분야의 결속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일본은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쿼드 4개국에 영국을 포함해 퀸텟(quintet·5인조)으로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고, 영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최고의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식스 아이스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영국이 일본에 정성을 쏟는 이유?]


1902년 당시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영국의 최근 위상은 많이 위축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다음으로 많은 해외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현재 모두 15개 해외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만에는 새로운 군사 기지를 건설했다. 그리고 싱가포르나 브루나이 중 한 곳을 ‘영구합동작전기지(PJOB)’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게 하려 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키프로스의 아크로티리 데켈리아, 지브롤터, 포클랜드, 영국령 인도양 지역의 디에고 가르시아에 등 4곳에서 PJOB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영국은 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과 함께 ‘영국 연방 5개국 방위협정(FPDA)’을 맺고, 이 협정에 따라 싱가포르에 군사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이 이렇게 아시아 지역에 적극 진출하려 하는 중요한 이유는 브렉시트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한마디로 독일 주도의 유럽연합(EU)에서 벗어나 미·일과 손잡고 유럽 국가가 아닌 ‘글로벌 해양 국가’로 나간다는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국가를 추구했던 탈아입구(脫亞入歐)에 빗대, 영국이 ‘탈구입아(脫歐入亞)’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교 노선은 과거 캐머런 내각이 2015년 11월에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영국이 이렇게 일본과 관계를 적극화하는 것은 일본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고 이후 미국 전략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중국은 과대평가됐다. 아시아의 우두머리는 일본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공황 상태다. 독일은 한물갔다.”고 평가했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원제는 Disunited Nations. 국제연합(United Nations)으로 상징되는 풍요의 시대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담긴 제목)이란 책에서 주장한 것이다.


특히 피터 자이한은 일본 해군력과 공군력이 중국을 압도하기 때문에 중국은 일본과 일대일 싸움에서도 승기를 잡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은 이러한 일본의 미래를 정확히 분석하면서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의 反 자유화에 대처하기로 판단한 듯 보인다. 특히 영국에게는 홍콩이라는 ‘버릴 수 없는 자식’이 심정적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국제협약에 의해 비록 반환이 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홍콩인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지금 홍콩인들의 울부짖음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런 중국에 대해 일본과 손을 잡고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 영국의 입장인 것이다.


[일본이 갖는 유익은?]


일본은 일본대로 영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더욱 든든한 중국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미국이 용인한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영국과 손을 굳게 잡음으로써 다 날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이제 미국의 가장 우선되는 동맹국으로써 우뚝 섰다. 중국 견제가 미국의 최우선 외교 과제가 되면서 미일동맹은 더욱 더 견고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보여준 자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정상 통화 순서는 통상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취임 후 아시아 국가 정상과의 첫 통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보다 무려 일주일이나 빨랐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을 아시아에서 가장 비중 있는 동맹이자 우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바이든 정부 시대의 미일동맹은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쿼드(Quad) 협의체 확대 ▶북핵 문제 공동 대응 등의 4개 카테고리에서 협력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미·일 협력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태평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을 견제하지 못할 경우 미·일 모두 중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다. 바로 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수행국으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 스스로 그 중심 역할을 걷어찬 덕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영국을 양 어깨에 지고 대 중국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 일본이 든든해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렇게 미·영을 등에 업고 중국에 맞서면서 아시아의 소(小) 맹주 역할을 하려 할 것이다.


[지금 영국은...]


이렇게 일본과 손을 굳게 잡은 영국은 지금 ‘중국 떄리기’의 최선봉에 섰다. 영국의 BBC는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하는 특집방송을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영국 의회는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저지른 국가와의 무역합의를 재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4일 영국 통신 규제당국 오프컴(Ofcom)은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이 운영하는 영어 위성 뉴스 채널의 허가를 취소했다. CGTN은 중국 관영 방송사 CCTV의 자회사로서 외국어로 세계 100여 국에 방송을 내보내는 채널로 중국 국영방송사다. 2019년 런던에 유럽본부를 설치했는데 면허 취소로 철수해야 할 처지다.


오프컴은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의견을 참고해 해당 채널이 자체 편집권 없이 중국 공산당의 대외 선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여기에 영국은 지난 1월 31일부터 홍콩의 해외시민여권 소지자들에 이민 문호를 크게 확대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영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경제적 잠재력이 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에 참여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영국이 확실하게 중국과 대결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응은?]


지정학적 입장에서 한반도는 그동안 대륙세력과 손을 잡을 때는 국운도 쇠하였지만 해양세력과 함께 나아가면 하늘로 솟구쳤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도 일본 호주 인도 영국을 잇는 해양세력 대연합을 구상 중이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러시아 등 대륙세력의 팽창에 대한 해양세력의 응전이 미일동맹, 영일동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일본-영국이 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의 팽창을 억지하기 위해 뭉치고 있다. 100여 년 전처럼 국제 세력균형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할까? 이미 언급했지만 조선은 대륙세력인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가 나라를 말아 먹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일본의 공조 제안을 거부했다. 하기야 국가안보실장을 지냈고 이번에 외교부장관으로 내정된 정의용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철썩 같이 믿고 있고 김정은은 국제정세에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 정부의 태도를 ‘위북척일(衛北斥日)’ 노선으로 받아들이고, 한국과의 협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이 일본을 철천지 원수로 만들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은 무너지고 있고, 한국은 대륙세력인 북·중·러 편에 기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이 일본과 등을 지고 북한 및 중국과 손을 잡음으로 인해 일본은 더욱 군사대국화되어 가고 더불어 미국의 최우방으로 인도-태평양전략 수행국의 핵심국가가 되면서 아시아 맹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정책과 친중·친북정책이 역설적으로 일본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은 문대통령이 취임떄 공언한 것처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는가? 대답할 필요조차 없는 질문 아닌가?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2월 7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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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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