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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10 12: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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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의 제주도 표류, 뉴암스테르담의 개척, 남아프리카 희망봉까지 네덜란드인들의 글로벌 진출 두드러져
-일본은 치열한 내전 거치면서 발전시킨 창병과 화승총병의 조합으로 탄금대에서 조선의 기마군단 물리쳐
-명나라 척계광은 장검 들고 근접전에 능숙한 왜구와 싸우기 위해 원앙진 개발… 위기가 창의와 혁신 낳는다


바렌츠 선장은 북극해를 넘어 동쪽으로 나아가면 아시아 지역에 더 빨리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북극해는 빙하가 장애물이지만, 여름이면 빙하가 녹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1596년 여름 역사적인 동북 항로의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북극해에 도착하니 배 앞에는 녹지 않은 빙하가 가로막고 있었고, 다른 빙하가 움직여 그들 뒤의 지나온 길도 막고 있었다. 그때부터 선원들은 혹한의 북극해에서 겨울을 견뎠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18명의 선원 중 8명이 사망했다. 화물 중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물건도 많이 있었으나, 바렌츠 선장은 고객의 위탁상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자본주의 공부] 시장경제는 ‘신뢰’를 먹고산다


위 인용문은 여러 가지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1596년은 한반도에서 정유재란 1년 전으로 이른 바 ‘화의교섭’이 진행중인 시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네덜란드는 오늘의 한국처럼, 당대에 해운업으로 번영의 입구로 진입중이었다는 것입니다.


1. 1596년은 빌럼1세의 둘째 아들인 마우리츠의 활약으로 네덜란드 독립전쟁이 거의 승리로 나아가는 시점이었습니다.

 ‘1591년에 마우리츠는 쥣펜, 데이펀터르, 네이메이헌, 휠스트(Hulst), 스떼인베이크(Steenwijk), 꾸포르던(Coevonden)과 같은 도시들을 재탈환함으로써, 파르마의 스페인 군대는 남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네덜란드사 중)’ 마우리츠는 군사에서 혁신과 창의를 이룩한 사람으로 요컨대 창검의 시대에서 총검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창병으로 보호되는 화승총병 제도를 도입하여 스페인군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것입니다. 이런 혁신이 스웨덴의 구스타프스 아돌푸스에서 전파되어 결국 신교측의 승리로 30년 전쟁이 종결되고 네덜란드가 독립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 네덜란드 사람들은 80년 독립전쟁 기간중에도 신산업을 개척했는데 해운업은 확실히 네덜란드의 주요 산업으로 ‘유럽의 마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1596년 바렌츠해(海)의 노바야젬리야섬에서 난파한 배가 화물을 보존한 사례가 여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네덜란드 상선 선장의 이름이 그가 난파한 바다에 붙여진 것입니다.


3. 사실 신뢰를 자본주의가 작동되는 원동력이라고 예시하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단어에 내포된 바람직하지 않은 해석의 여지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인간사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성품’의 영역에 속한 것인데 아무리 거래관계라 해도 그래야만 요컨대 ‘편익의 증대’ 즉 번영으로 가는 길을 열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운업이 상징하는 통상과 무역을 통한 부가가치의 증대와 번영은 이런 신뢰에 바탕하며 이는 확실히 자본주의와만 연계하기에는 보편적 인간의 상품목록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이로부터 약 13년 후인 1609년부터 스페인과 휴전에 돌입하게 되며 번영의 50년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9년 후에는 유럽판 세계대전의 초기 전쟁과도 같았던 30년 전쟁이 시작됩니다.


▲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네덜란드인들이 포르투갈에게서 빼앗았다


4. 독립전쟁의 와중에서도 해운업을 발전시키고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 지구 온난화가 급진전된 결과로서 북극의 빙산이 녹아서 북극항로가 열리고 쇄빙선을 겸한 상선들이 운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헌데 이 시기에 무모할 정도로 북극항로를 개척하려던 사람들이 네덜란드인이었으니 하멜이 제주도까지 표류하게 된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북아메리카에서 뉴암스테르담을 가장 먼저 네덜란드 사람들이 개척했습니다.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은 포르투갈이 선점했었지만 결국 네덜란드인들이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빼앗았고 영국이 다시 빼앗았는데 아무튼 네덜란드인들도 정말 글로벌로 이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 극동의 대만과 일본에 먼저 포르투갈 상인들이 도착했고 일본에 조총을 가장 먼저 전래하고 판매했습니다. 그 기술이 일본판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마우리츠와 비슷하게 조총병을 보호하는 창병 개념으로 진화하여 그 전쟁의 기술이 한반도까지 확산되어 ‘조총을 든 왜병’이 군마를 탄 조선 기병을 물리친 신화적 탄금대 전투가 남게 된 것입니다. 

동시발견의 사례처럼, 마우리츠의 창병과 화승총병의 조합을 일본은 1550년이후 1615년까지 치열한 내전을 거치면서 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역사적 경로는 유럽과 정말 유사한 것입니다. 네덜란드가 독립전쟁 80년을 겪는 시기가 일본에서 짧은 전국시대의 내전 시기였으니 말입니다.


6. 한반도는 1350년에서 1392년 조선 건국직전까지 50년 전란의 시대를 빼놓고 치열한 전쟁을 치른 시기도 별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우리츠나 구스타브스 아돌푸스보다 선조 임금 같은 사람이 나오는 땅이었습니다. 군공이 컸던 곽재우를 ‘아무런 공도 없으며 실제 전쟁은 명나라 군대가 다 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었으니 될 일이 없었습니다. 명나라가 ‘조선인들은 도무지 전쟁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임진왜란 시점에 평가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명나라 장수 척계광이 왜 원앙진을 개발했습니까. 1500년대 일본은 치열한 내전중이었고 해안지역에서 조선과 명나라를 털기 위해 함선을 타고 나서는 왜구의 활동 또한 활발했습니다. 한반도도 1350년에서 1392년에 꼭 그러했는데 1500년에서 1592년 임진왜란시기까지는 명나라 해안을 그렇게 유린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척계광의 원앙진이 장검 들고 근접전에 능숙한 왜구와 싸우는 창의적 전법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거듭되는 위기가 없이 창의와 혁신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과학사는 다소 관념적으로, 중세의 삼분법 세계관에 대한 회의주의가 위기를 불러냈고 그 결과가 과학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하지만 그보다, 유럽에서는 국가간 전쟁으로 빚어지는 위기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한국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비로소 토지개혁이 급진전했습니다. 오늘날의 번영에는 분명 한국전쟁과 남북 대결구도라는 상설적 위기도 계기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1250년 전후에는 몽골이, 1300년부터는 오스만투르크가 유럽을 위협했습니다. 1452년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면서 거의 동시에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이 종료되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100년 전쟁을 거치면서 영토가 확정되고 이때부터 유럽각국의 각축전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전선은 오스만과의 발칸과 지중해에 있었습니다. 상징적입니다.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은 지중해의 진출이 종식됩니다.


이후 대서양 시대로 이행하는 와중에 일어난 전쟁이 네덜란드 독립전쟁과 30년 전쟁이었습니다. 30년 전쟁을 거치면서 특히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국가의 기틀을 확립하고 국가간 쟁패전의 시기로 진입합니다. 유럽 춘추시대의 본격화입니다. 그 출발점이 30년 전쟁이었고 이 전쟁의 종료시점에서 네덜란드가 독립했으니 정말 대단한 80년 여정이었습니다.


이런 전쟁과 함께 유럽을 강타한 소빙하 시기의 기후변화가 겹치면서, 특히 투르크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남단을 빙 돌아 인도로 나아가고 대서양을 건너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대양을 건너는 모험’을 유럽인들이 행했고 그 와중에서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학문도 출현했습니다.


과학혁명의 출발은 생리학의 혁명인데 사실 핵심은 ‘잘못 형성된’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의 극복이었습니다. 이런 잘못된 과학이 카톨릭과 융합되어 지배적 세계관이 되어 있으니 과학혁명이 곧 카톨릭 세계관의 지양이 되었던 것입니다. 천동설의 수학적 기법은 기독교와 전혀 무관함에도 지동설이 결국 교회와 다툼을 벌이게 된 것도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실로 과학은 유럽의 거듭된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대양을 건너는 모험 속에서 형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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