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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존 볼턴 회고록 폭탄, 트럼프에게 오히려 기회되나? - 文정부에 속아 미북정상회담 열어, 비핵화 가능성 없었다 - 文정부의 미북회담 추동, '평화체제' 선전에 더 관심 - 코너몰린 트럼프, 반전카드로 北 도발 응징 나설수도
  • 기사등록 2020-06-19 14:12:20
  • 수정 2020-06-20 15: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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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존 볼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Breaking 911]


[트럼프 재선 길목에 터진 존 볼턴 회고록 폭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회고록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존 볼턴은 오는 23일 발간될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 백악관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무식했고 국제정세에 대해 무지하다 할 정도로 몰랐다”고 평가했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가 입수해 보도한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큼 경천동지할 내용들이 줄줄이 언급된다. 특히 지난 2017년의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나 한미정상회담 관련 내용들도 수록되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존 볼턴이 펴낸 회고록 표지


[존 볼턴 회고록 1: 미북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관련]


지난 2018년 6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졸 볼턴 회고록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당시 트럼프는 볼턴에게 "별 내용 없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승리를 선언한 다음 이 동네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의 실제적 내용보다 이를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는 의미다.


볼턴의 말 그대로 너무 어이가 없다 할 정도로 당시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목표, 범위, 검증 방법 등이 언급되지 전혀 않았다.


이는 싱가포르 회담 직전 트럼프가 "북핵을 빠른 시일 내 없앨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는 달랐다. 정작 공동성명에는 폐기 시한도, 방법도, 원칙도 전부 빠지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모호한 문구만 남았다. 그것도 네 가지 합의 중 세 번째 항목이었다.


그리고 회담 직후 트럼프는 국방부 장관과 상의도 없이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핵은 그대로인데 한·미 훈련이 없어진 것이다. 그만큼 북핵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이다.


또 회담 도중에 김정은이 “불신을 털고 비핵화를 해나가자”고 하자, 트럼프는 북한과의 어떤 합의든 "상원의 비준을 받겠다"고 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이 모습을 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볼턴에게 "그는 정말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다고 한다. 볼턴은 이러한 폼페이오의 말이 김정은이 아닌 트럼프를 향한 것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두 번 만날 때까지 대북 제재의 필요성도 몰랐다는 대목이다. 볼턴의 주장이 그렇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때도 참모들에게 "왜 미국이 7000마일(약 1만1000㎞)이나 떨어진 나라를 제재하느냐"고 물었다고 볼턴은 회고록에 적었다.


그러면서 볼턴은 트럼프에게 한국의 분단된 역사적 배경 등을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트럼프가 주한 미군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런 트럼프도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다시 흥미를 잃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참모들이 '이런 식으로 가다간 미국 내에서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론동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트럼프이기에 가능한 조치다.


[존 볼턴 회고록 2: 미북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 책임론]


특히 존 볼턴 회고록에서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관심을 끈 부분은 싱가포르 회담 자체를 볼턴은 ‘외교적 대혼란’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볼턴은 미북정상회담이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관련 있었다"면서 한국 정부의 평화 공세의 일환으로 회담이 진행되다보니 미·북간에 실질적 전략이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에게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되도록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해 백악관은 이러한 발언을 사실대로 믿고 미북정상회담을 진행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믿고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우려도 있었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회담을 하고 싶어 했다"면서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좋은 "홍보 행사"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회담 1달 후 트럼프의 미·북 외교는 "성공할 확률이 제로(0)"라고 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폼페이오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에는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가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하고 귀국했던 사건이 깔려있다. 폼페이오는 이때 이미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에게 '리틀 로켓 맨'이란 별명을 붙여줬던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가수 엘톤 존의 친필 서명과 '로켓 맨'이란 곡이 수록된 CD를 전달했는지에만 관심 있었다고 볼턴은 전했다.


한국과 관련한 또 하나의 중요한 대목은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한 ’톱-다운(Top-Down) 방식의 회담 고수 문제이다. 사실 북핵 폐기를 위해선 북핵 시설 신고가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런 실무회담을 통해 세부 사항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북한은 정작 실무 회담은 회피하면서 곧바로 정상회담을 하려고 했다.


바로 이 ‘톱-다운’ 방식 회담을 문재인 정부도 적극 찬성했고 또 백악관에 그렇게 하도록 유도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자랑 쇼 판을 벌여주면 '핵보유+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미북회담을 열게 되면 남북 평화체제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결국 미북정상회담이 거창하게 열린 것이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세계사적 사건" "남·북·미의 위대한 승리"라고 했다.


[존 볼턴 회고록 3: 미중관계 관련]


존 볼턴 회고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미중관계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날을 세우고 있는데 정작 볼턴의 회고록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재선 지원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6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노골적으로 ”(대선에서) 이기게 해 달라“면서 재선 지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중국의 대두·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당시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분노, ‘볼턴은 거짓말쟁이’]


존 볼턴의 이러한 회고록 발간에 대해 백악관은 17일 회고록 출간을 막아달라는 민사소송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 18일에는 법무부가 회고록 공개 중지를 요구하는 긴급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 말 그대로 출간 저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가안보에 미칠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18일 트윗


트럼프 대통령도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끔찍한 평가를 받고 있는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를 집대성한 것으로, 모두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며 "내가 했다는 그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진술들은 결코 없었던, 순수한 소설(never made, pure fiction)"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볼턴은 병든 강아지처럼 해고된 것에 대해 복수를 하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트윗에서 볼턴을 '언짢고 지루한 바보'라고 지칭하며 "늘 전쟁에만 나가고 싶어했다"고 비난했다. 회고록에 대해서도 "거짓말과 가짜 이야기"라고도 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간단히 말해 그(볼턴)는 법을 어겼다"며 "이건 극비사항"이라고 했다.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졸 볼턴 회고록, 트럼프의 반전 카드는?]


존 볼턴의 회고록은 워싱턴 정가를 넘어 미국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그리 안해도 스윙 스테이트 주에서 모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마당에 존 볼턴의 회고록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저한 보수주의자인 존 볼턴의 이러한 트럼프에 대한 맹폭이 미국내 보수 일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2016년에도 힐러리에 막판까지 여론조사는 졌지만 선거에서는 이겼기 때문에 아직까지 재선 판도를 가늠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보수진영 내부에서의 ‘자살 골’ 같은 형식의 파동이기 때문에 보수 진영이나 공화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코너에 몰릴수록 난국 타개를 위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도박판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미국을 향한 ICBM이나 SLBM 도발로 이어진다면 트럼프에게는 아주 좋은 미끼를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것도 국내 문제가 아닌 북핵 문제, 미국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외교문제로 반전카드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의 전통 중 하나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고 오히려 힘을 모아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명분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의 반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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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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