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회담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과의 '국공 회담'을 계기로 라이칭더 정부를 배제한 채 양안 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규모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12일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상시 소통 체계 구축과 경제·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양안 교류 및 협력 증진을 위한 10가지 정책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0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리원 국민당 주석이 10년 만에 마주 앉은 국공 회담의 결과물로,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밀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담은 92공식을 정치적 기반으로 재확인하며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토대로 중국 전국청년연합회와 국민당 청년사업발전위원회는 공식 플랫폼을 만들어 매년 대만 청년 단체 20곳을 중국 본토로 초청하는 등 미래 세대를 겨냥한 교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경제와 인프라 분야에서는 실질적인 밀착 행보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우루무치와 하얼빈 등 주요 도시와 대만을 잇는 직항 노선 재개를 지원하고 상하이와 푸젠성 주민의 대만 자유여행 개방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대만 관할인 진먼과 마쓰 지역에는 본토의 전기, 수도, 가스를 직접 연결하는 인프라 협력을 추진하며 대만 도서 지역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보였다.
먹거리와 문화 산업을 통한 민심 공략도 포함됐다. 대만 농수산물의 중국 수출길을 넓히기 위해 식품 기업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중소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는 지원책이 마련됐다. 문화적으로는 대만 제작자들이 중국 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고, 대만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영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대만 내부의 '여소야대' 정국을 교묘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라이칭더 총통은 현재 야권의 거센 견제로 인해 4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는 등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이 국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며 각종 혜택을 발표함에 따라, 민진당 정부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박 6일간의 방중 일정을 소화한 정리원 주석은 이 날 베이징의 첨단 산업 현장을 시찰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정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에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등을 둘러봤다. 이는 중국의 비약적인 산업 발전을 대만 측에 과시하고 국민당 주도의 경제 협력이 대만 경제에 실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