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포기 거부한 이란, 47년 만의 미·이란 담판 21시간 만에 결렬]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7년 만에 성사된 미국과 이란의 첫 고위급 대면 협상이 21시간의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핵무기 포기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이후 이란은 아직 휴전회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며 추후 협상에 미련을 둔 반면, 미국측은 이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추가 회담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측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시도한다면 미국이 역으로 해협 지배권을 장악해 통제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자세를 내비쳐 주목을 끌었다.

뉴욕포스트는 12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면서 “밴스 부통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단언하며,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테헤란에 돌렸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은 3분 남짓에 불과했고, 밴스 부통령은 곧바로 에어포스 투에 탑승해 파키스탄을 떠났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전쟁 발발 6주 만에 성사시킨 첫 종전 협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으며, 양측은 파키스탄의 중재 하에 지난 4월 7일 2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한 뒤 나흘 만에 이슬라마바드에서 마주 앉았다. 이처럼 두 나라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한 이래 10여 년 만의 일이었다.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명확했다. 첫째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여 원유 흐름을 정상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란의 핵 농축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쇄하여 핵폭탄 제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위협으로 인해 전면 통제된 상태이며, 이는 국제 유가 급등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을 주문했고 우리는 충분히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핵 문제, 협상 최대 걸림돌]
협상이 결렬된 핵심 원인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문제였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현재뿐 아니라 2년 후,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며, 우리가 협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바”라고 설명하며, “미국은 이에 대한 ‘명시적 확약(affirmative commitment)’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이 요구한 이란의 핵 포기는 단순한 농축 중단 수준이 아니었다. 핵무기 자체는 물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단과 도구를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레드라인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비확산 프로그램의 안드레아 스트리커 부국장은 뉴욕포스트에 “이번 협상 결렬은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확보 경로는 이란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본질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며 “미국이 상대한 이들은 합리적인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과거와 다름없는 이슬람 공화국 정권 그 자체였다”고 지적했다.
스트리커 부국장은 “이란의 막판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임시 휴전 체제는 곧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협상팀은 “핵 레드라인에 대해 추호의 양보도 없이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이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밴스 부통령은 '2주간의 휴전(doubleid-sed ceasefire)' 기간이 끝난 뒤 전쟁이 재개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으나, 미국이 제시한 '최후이자 최선의 제안(final and best offer)'을 이란이 거부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핵 문제 외에도 이번 협상에서는 여러 사안에서 양국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이란은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주권 인정 ▲우라늄 농축권 보장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 철폐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에 대한 전쟁 배상금 지급 등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통한 국제 원유 공급 정상화였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마일 바가에이는 협상 종료 후 “일부 사안에서는 상호 이해에 도달했지만, 2~3개의 중요한 쟁점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의 성과는 상대방의 진지함과 선의, 그리고 이란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에 돌렸다. 협상 직전 이란은 소셜미디어(X)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흉악한 범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슬람공화국은 국익 수호를 위해 외교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측 협상단은 밴스 부통령을 수석 대표로, 스티브 위트코프 평화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합류했다. 이란 측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가 협상단을 이끌었다.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서 자국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협상 장소로 제공했으며,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협상 결렬 이후 “양측이 휴전 약속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파키스탄은 앞으로도 대화 촉진을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은 현지 시간 기준 전날 오후부터 시작돼 이른 아침 시간까지 21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수십 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협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UFC 327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향후 전망: 벼랑 끝 중동 정세와 이스라엘의 움직임]
협상 결렬 이후 가장 시급한 쟁점은 2주간 합의된 임시 휴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회견장에서 기자들로부터 휴전 종료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으나 이에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2월 28일 발발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번 전쟁이 재개될지를 놓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최종적이고 최선인 제안을 남기고 떠난다”며 이란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혀, 협상의 완전한 종료보다는 공을 이란 측에 넘기는 형태로 일정한 외교적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란이 핵 포기라는 핵심 조건을 거부함에 따라, 향후 미국의 압박 수위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를 위한 추가적인 공습이나 강력한 추가 제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협상이 진행되던 4월 11일, 구축함 두 척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협상 진행과 병행해 군사적 압박 수단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투트랙 전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미·이란 협상과는 별개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평화 회담이 다음 주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들의 도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어, 중동 전체의 평화 정착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 내 민간 시설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국제사회는 다시금 전운이 감도는 페르시아만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협상 결렬 후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해상 통제권 카드 꺼내]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베네수엘라에 적용했던 전략을 이란에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는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통행세를 요구하는 상황에 맞서, 미국이 '역봉쇄(counter-blockade)' 전략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의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돼 있지 않다”며 “이란은 통행을 허가, 조건부,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자유항행이 아니라 강압”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휴전 합의 직후부터 “이란이 해협 재개방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매우 불명예스러운 행위”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공개 발언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이 종결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테헤란이 핵무기 개발 직전 단계까지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핵 과학자 12명을 제거하고 핵 시설에 타격을 가하는 등 역사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란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이중 실존적 위협'이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이스라엘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향후 독자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