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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차고스 제도 모리셔스 반환 보류…미국 압박에 ‘제동’ - 미 승인 얻을 때까지 협정 이행 절차 중단 -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안보 중요성 부각에 트럼프 비판 가세 - 모리셔스, 외교·법적 수단 총동원해 강력 대응 시사
  • 기사등록 2026-04-12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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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스 제도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섬[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정부가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했던 기존 협정의 이행을 전격 보류했다. 미·영 합동 공군기지가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전략적 가치를 두고 미국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동맹국인 미국의 명확한 승인을 얻기 전까지 절차를 멈추기로 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 이행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예정된 차기 의회 회기 안건에서도 관련 법안은 제외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되, 핵심 군사 요충지인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최소 99년간 영국이 통제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반환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유럽 동맹국들과의 갈등 국면에서 "디에고 가르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자 큰 실수"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특히 지난 2월 말 미국의 이란 기습 공격 당시 영국이 기지 사용 요청을 거절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영국은 이란 공습 이후 '방어적' 작전에 한해서만 기지 이용을 허용하는 등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1970년대 설치된 이후 중동, 동아프리카,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미국의 안보 작전 거점으로 활용되어 왔다. 최근 이란이 사거리 제한을 깨고 약 4,000km 떨어진 이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안보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의 지지가 있을 때만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현재 미국 및 모리셔스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리셔스 정부는 영국의 이행 보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국제적인 법적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난자이 람풀 모리셔스 외무장관은 "인도양 지역의 탈식민지화 완료는 정의의 문제"라며 "외교적, 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1965년 영국에 의해 분할된 이후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로 남은 차고스 제도를 되찾기 위해 모리셔스는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반환 판결을 끌어내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해 왔다.


영국이 미국의 압박과 모리셔스의 권리 주장 사이에서 이행 보류라는 고육책을 택함에 따라, 인도양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둘러싼 주권 분쟁은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미·영 동맹의 결속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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