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시작된 이슬라마바드 담판, 흔들리는 정전 합의]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간의 휴전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서로 정전 합의 위반 공방을 벌이며, 대화냐 전면전이냐의 기로에 섰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난관은 이란내 강경파들이 의도적으로 도발을 하면서 ‘협상은 배신’이라며 대미 결사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란내에 전쟁이 가려온 경제 파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과연 지속적인 전쟁이 가능할지 깊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영국의 BBC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밤새 공습을 주고받았다”면서 “계속되는 전투와 이란-미국 간 불안정한 휴전 협정에서 레바논의 지위가 불분명한 상황이 막 시작된 평화 회담을 긴장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루는 방식을 비판했는데, 호르무즈 해협은 워싱턴과 테헤란 간의 임시 휴전 협정의 핵심 부분”이라면서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일련의 게시물에서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해협을 ‘매우 형편없이’ 관리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테헤란에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료를 부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 사이에 협상은 시작됐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이란 측에서는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협상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양측 협상단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협상에서의 분위기를 잡기 위한 비난전이 시작됐다. 갈리바프 의장은 9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10개 제안의 3가지 핵심 조항 위반에 대한 성명'에서 “우리가 미국에 가진 깊은 역사적 불신은 모든 형태의 약속을 반복적으로 위반해 온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패턴은 유감스럽게도 또다시 반복됐다”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이 문제 삼은 3개 위반 조항은 레바논 휴전 미이행, 이란 영공으로의 무인기 침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정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특히 레바논 문제와 관련해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까지 '레바논과 기타 지역을 포함해 전면적인 즉각 휴전이 즉시 발효된다'고 선언했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레바논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술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백악관 측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이 헤즈볼라를 겨냥한 것이며, 미·이란 정전 협정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8일, “이란이 합의 약속을 깬다면 심각한 대가들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란이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의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위해 이란에 좋은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이란이 직접 다음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에게는 전쟁을 재개할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밴스 부통령은 갈리바프 의장이 미국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의문”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측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단순한 협상용 압박을 넘어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 연설에서 이란에 대해 “앞으로 2~3주에 걸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해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협상 실패 시 군사적 옵션을 실제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이 오고가는 가운데 일단 협상은 시작됐다. 우선 이란 측이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파키스탄에 이미 파견했다는 것은, 협상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또한 협상 전의 강경 발언은 이란내 강경파들을 의식한 제스처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의 진전이 기대되는 바도 있다.
[분노한 이란 강경파, "협상은 배신" 대미 결사전선 구축]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것은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이란 협상단이 이란내의 친정부 강경파 세력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란내 강경파가 미국과의 휴전 논의와 협상 추진을 '리더십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하며 대규모 시위와 함께 정권 내부의 온건 세력을 향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테헤란 도심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 포착된 SNS 영상들에 따르면, 이슬람 공화국 충성파로 구성된 시위대는 미국과의 휴전 가능성을 강력히 성토하며 대외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복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어떠한 외교적 접촉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시위 현장의 연사들은 특히 대미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직접 정조준했다.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인사는 “갈리바프 의장, 당신이 이 나라에서 누리는 모든 것은 순교한 우리 지도자 덕분임을 잊지 말라”며 “만약 당신이 지도자의 피를 짓밟으려 한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정권 내부의 실용주의적 움직임에 대한 강경파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파의 화살은 과거 대외 협상을 이끌었던 온건파 인사들에게 더욱 날카롭게 향하고 있다. 하미드 라사이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 정치인들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과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체포를 사법당국에 촉구하고 나섰다.
자리프 전 장관은 최근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이란이 현재의 위치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합의에 나설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제재 해제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에 제한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시나리오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강경파들에게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시위 현장에서는 자리프와 로하니의 초상화가 불태워졌고, 이들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첩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재 이란 내부의 갈등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체제의 정체성을 둘러싼 실존적 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유고 가능성과 권력 승계가 맞물린 시점에서, 강경파는 외교적 타협을 곧 체제 붕괴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부 분열이 이란의 대외 정책 수립에 심각한 마찰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용주의 세력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제재 완화를 시도하려 해도, 군부와 강경 종교 세력의 강력한 결사항전 의지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특히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강경 세력은 대리 세력을 통한 항전 지속을 주장하며, 협상파를 향한 '사상 검증'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내부의 극심한 저항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리로 나온 충성파들의 분노와 '반역자' 처단 요구가 거세질수록, 이란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쟁이 가려온 경제 파탄의 민낯]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7일 발표된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소식은 글로벌 원유 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주었으나, 정작 이란 본토에는 전쟁보다 더 가혹한 '경제적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이란 내부의 상황은 심각하다. 전쟁은 그간 이란의 고질적인 경제 위기를 일시적으로 '냉동'시킨 상태였다. 시장은 문을 닫았고 가격 조정 기능은 중단되었으나,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지연에 불과했다. 과거 12일간의 교전 후 시장이 재개장했을 때 가격 상승 압력이 폭발했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파괴 규모를 고려하면 그 충격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전략적 인프라를 정밀 타격했다. 특히 마샤르(Mahshahr)와 아살루예(Asaluyeh) 석유화학 단지에 대한 공격으로 이란 전체 석유화학 수출 용량의 85%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은 자동차, 건설, 플라스틱 등 하부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뿌리 산업이라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미칠 연쇄 부작용은 치명적이다.
이란의 인플레이션은 공습 이전에도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인 70%를 돌파한 상태였다. 식료품 물가는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빵과 곡물은 140%, 식용유는 200% 이상 치솟았다.
여기에 정부의 재정 대책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승인된 예산안에는 세수 65% 증액이 포함되어 있으나, 현재 이란 노동 연령 인구의 약 60%가 실업 상태다. 소득이 없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어 재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모순된 전략은 전후 복구 비용과 군사비 지출 급증이라는 현실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이란의 가장 중요한 금융 숨통이었던 두바이 채널의 붕괴는 치명타다. 연간 $160억에서 $280억 규모의 무역 및 환전 거래가 이루어지던 두바이에서, 최근 에미레이트 당국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환전상 수십 명을 구금하고 위장 업체들을 폐쇄했다. 이는 곧 리알화 가치의 수직 낙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은 이란 경제의 모순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탱하던 마지막 수출 역량마저 앗아갔다. 시장이 다시 열리는 순간, 투자자들은 전쟁 이전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소실된 국부(國富)까지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이란 경제는 이제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나락으로 진입하고 있다.
결국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느냐에 따라 이란이라는 국가 경제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