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원유 실은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연료 수급난 해소를 위해 다음 달 인도분 러시아산 원유 6,000만 배럴 추가 매입 단행
미국 재무부의 한시적 제재 유예 조치 활용해 베네수엘라 및 이란으로 공급망 다각화하며 에너지 안보 강화 주력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자 인도가 극심한 연료 부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6,000만 배럴을 추가로 사들였다.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26일(현지시간) 인도 정유사들이 다음 달 인도될 물량으로 러시아산 원유 6,000만 배럴의 계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국제 유가의 지표가 되는 브렌트유 가격보다 배럴당 최소 5달러에서 최대 15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로 체결되었다. 이는 한화로 약 7,500원에서 22,500원 사이의 웃돈을 얹어준 셈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인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을 30일 동안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시적 일반 면허를 발급한 바 있다.
인도는 이달 중순 미국의 예외 조치가 시행된 이후 이미 3,00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를 확보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예외 적용 국가를 확대하는 한편, 지난 20일부터는 선박에 실린 이란산 원유에 대해서도 30일간의 한시적 구매 허용 방침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이 시행 중인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면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자 인도는 러시아 외에도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원자재 분석 업체 케이플러의 집계에 따르면 인도는 다음 달 수령을 조건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 800만 배럴을 구매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의 거래다. 특히 인도 최대 민간 정유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최근 이란산 원유 500만 배럴을 매입했는데, 인도가 이란산 기름을 수입한 것은 2019년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이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원유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치솟으며 유례없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이후 최대치의 원유 수출 수익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로만 마르샤빈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중동 분쟁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러시아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현재 스리랑카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가 자국 원유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스리랑카 국영 실론석유공사의 자나카 라자카루나 사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로부터 향후 3개월 분량의 원유와 석유 제품을 일괄 구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라자카루나 사장은 해당 도입 계획에 대해 다음 주 중으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를 필두로 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 같은 행보는 중동발 공급망 마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