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해리스-월즈, 경합주서 첫 유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결정되면서 미국 대선은 민주당 해리스-월즈 대 공화당 트럼프-밴스의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월즈 부통령 후보의 등장 이후 미 대선에 다양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7일(현지시간) “민주당의 Harris-Walz 진영과 공화당의 Trump-Vance 팀을 비교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대조적”이라면서 “특히 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순간부터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은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정당이 희망과 열망을 파는 것은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필수 요소”라면서 “최근의 미국 대선 분위기가 분열과 좌절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한 상황에서 월즈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고 전했다.
CNN이 주목한 것은 공교롭게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추격했던 니키 헤일리가 했던 발언이다. 헤일리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024년 공화당이 기존의 백인 남성 대통령 후보를 버리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지금 트럼프 대 해리스의 구도가 헤일리의 예측대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월즈 주지사를 지명하면서 선거 분위기는 공화당과 확연하게 구분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측은 민주당을 향한 분노와 복수를 내세우고 있으며, 선거캠페인의 톤앤매너(tone & Manner)도 강경과 공격 일변도지만 해리스측은 월즈 부통령 후보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웃음과 하나됨, 미래를 말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들어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모이는 유세장에서의 대표적인 이미지 사진들을 보면 분노에 찬 트럼프가 강하게 연설하는 모습이 올라오지만, 월즈가 처음으로 등장한 필라델피아의 유세 이미지 사진은 환하게 웃는 해리스와 월즈의 모습이었다.
이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쇠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다면 트럼프는 반대로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나서고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월즈가 러닝메이트로 나섰다면 공화당의 캠페인 전략도 또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그러한 전략 포인트를 전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미국인들의 지지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해리스는 필라델피아 유세 현장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갈라놓고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세우는 일들을 할 것”이라면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사람들을 갈라치기하는 것보다 공통점을 찾으면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누가 보더라도 트럼프 측의 선거캠페인을 사실상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해리스팀의 선거 캠페인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해리스 측의 선거캠페인은 지난 2008년의 오바마 캠프 전략을 많이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청중들에게 미국이 앞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캡페인을 끌고 나갔다. 그래서 오바마 지지자들은 “미국이 이젠 뭔가를 이룰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적 마인드를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해리스측의 이번 선거전략도 보면 오바마 전략의 데자뷔를 보는 듯 하다. 이번 필라델피아 유세에서도 해리스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지키겠다고 했을 때 청중들은 큰소리로 “Yes, We Can!”을 외쳤다.
청중들에게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선거전략은 단지 유세장에 참석한 군중들에게만 아니라 이러한 장면을 지켜보는 많은 TV시청자들에게까지 울림을 준다. 그것이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면서 호감도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유세장에 참석한 청중들이 한결같이 ‘이보다 기쁠 수 없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전했다. CNN은 그러면서 “필라델피아 유세장에서의 낙관주의, 웃음, 긍정적인 에너지는 트럼프 유세장에서 보였던 개인적 복수가 넘쳐나는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는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은 쇠퇴하는 나라, 실패하는 나라”라고 말하며 미국을 에너지 부족, 마약이 만연한 도시, 통제 불가능한 이민과 범죄로 가득한 지옥 같은 나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리는 자신감, 의지력, 힘을 잃은 국가”라면서 “미국은 이미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6일에도 미국인들이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국이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트럼프는 또한 민주당의 월즈 부통령 후보에 대해서도 “그는 지옥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트럼프의 선거전략이 바이든 현 민주당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형편없게 망가진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트럼프 자신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강력 지지자들에게는 흥분감을 일으키고 전투력을 고조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정작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중도층과 특히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젊은 층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트럼프 캠프는 바로 이 점을 놓치고 있다.
[무적함대처럼 보였던 트럼프,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선거 캠페인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분위기를 잘 타야 하고 또 긍정적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이슈들을 계속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 캠페인의 전략으로 나타나야 한다.
특히 트럼프 캠프의 경우 바이든과 맞대응을 한다면 당연히 최약점이었던 고령리스크를 핵심으로 한 선거전략을 펴면서 차별 우위적 포인트들을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제시하는 애드벌룬을 띄우면 된다. 트럼프에게는 그것이 바로 MAGA다. 그리고 그 MAGA가 힘을 얻으려면 MAGA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전략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캠프는 선거운동의 흐름상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음에도 해리스와 월즈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만 일삼고 있다. 그러다보니 MAGA라는 강한 캠페인 무기는 날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특히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후보가 바뀌었음에도 트럼프 캠프의 선거전략은 새로운 무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한 실책이다.
상당히 중립적 성향을 보이는 영국의 가디언은 7일, “트럼프는 한때 무적처럼 보였지만 해리스는 그 마법을 깨뜨렸다”는 제목의 오피니언 글을 게재했다.
가디언은 이 글에서 “트럼프의 엄청난 인기와 함께 그의 스턴트는 항상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제 해리스는 그의 연기를 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가디언의 글에서도 지적되지만 트럼프는 잘 나갈 때보다 위기에 처했거나 갑자기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질 때 냉정을 되찾고 또다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 올바른 길로 되찾아가야 하지만 트럼프는 바로 그 순간 진짜 길을 잃어버리고 흥분하다가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이 트럼프에게는 위기의 때이고 좌절감을 분노로 표출하기 딱 쉬운 때이다. 이럴 때 트럼프는 과격한 언어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해서는 안될 말들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캠프에서 제대로 통제해 주지 못한다면 캠페인은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 7월 22일에 펼쳐진 유세가 바로 트럼프의 어두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트럼프의 즉흥적 발언이 어떤 문제점들을 불러오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바이든이 경선에서 물러나고 해리스가 등장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트럼프는 당황을 했고 그러한 당혹감이 유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그날 유세에서 한니발 렉터 농담, 알 카포네 이야기, 낸시 펠로시를 ‘미친 낸시, ’낮은 IQ 소유자‘ 등으로 헐뜯었다.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저 시시껄렁한 잡담이었다. 그러다가 문뜩 자신의 발언들에 대한 소재가 진부하다고 느꼈는지 돌연 화제를 바꾸는 그의 말에는 불안감들이 묻어 나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멜라니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는 “그녀가 어젯밤에 멋져보였다”는 등의 유머도 아닌 말들을 주절주절 꺼내놓았다. 그러한 트럼프의 연설을 듣는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지 트럼프는 아마 계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리스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하는 말은 ’좌파‘라는 것이다. 그리고 월즈에 대해서도 ’지독한 좌파‘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이념적 잣대로 상대방을 비방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의 집권당 후보를 말이다. 이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다.
트럼프는 6일에도 자신의 SNS 플랫폼인 Truth Social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넘겨 준 대통령 후보직을 되찾으려 할 수도 있다”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이나 팩트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냥 해 본 말이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고 지금 공화당의 후보라는 사람이 저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자신에게서 해리스로 급변하고 있는 이 상황을 트럼프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불안감이 그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디언의 지적 그대로 트럼프에게는 지금이 위기다. 이미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날이 갈수록 가파라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민주당의 켄벤션 효과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트럼프 캠프는 침착해야 하고 치밀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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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9758-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