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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 수장의 경고, “러시아에서 혁명 일어난다!” - 바그너 수장, “우크라 침공은 실패했다!” 질타 - 프리고진의 반발, 크렘린은 침묵, 푸틴의 힘 다했다? - 프리고진의 반발, 또다른 역사의 서막일 수도
  • 기사등록 2023-05-26 05: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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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수장, “우크라 침공은 실패했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정면 공격을 넘어 혁명 가능성까지 꺼냈다는 점에서 러시아 내부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24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능력을 혹평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휘체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우크라이나 출신 친러 정치전문가이며 군사블로거인 콘스탄틴 돌고프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는 러시아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우리는 새로운 동원령을 발표하고 탄약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투입해야 하며, 계엄령도 즉각 발동해 몇 년 동안 북한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두바이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의 딸 크세니야 쇼이구를 언급하면서 “전쟁 중에도 러시아의 부유층과 기득권이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 뒤 “엘리트 자녀들이 크림을 바르는 모습을 인터넷에 자랑할 때 서민의 자식들은 산산조각이 난 시신으로 관에 실려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중과 기득권의 심각한 격차로 인해 군인들이 먼저 들고 일어나고 대중들도 따르게 되면 1917년처럼 혁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프리고진이 언급한 1917년은 2월과 10월 두 차례의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소련이 탄생했던 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오히려 우크라이나 군대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중 하나로 만들었다”면서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특별군사작전' 초기에 (우크라이나군이) 전차 500대를 보유했다면 지금은 5000대를 갖고 있으며, 싸울 수 있는 전사의 수도 2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은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끊기고 중국이 평화협상을 중재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계속 영유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긍정적 시나리오를 잘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조만간 시작될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부분적으로 성공하면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가 공격받는 등 일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밀려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리고진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고로드에서 벌어진 반 푸틴 무장세력의 도발을 언급하면서 “몇 달 전 벨고로드 지역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쇼이구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분개하며 ‘러시아군은 국경을 방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며 “벨고로드에서 교전이 벌어진 데 대해 군 관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의 반발, 크렘린은 왜 침묵할까?]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프리고진이 이같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허위 정보나 비판을 한다든지, 심지어 ‘전쟁’이라는 용어만 사용해도 사법처리를 받도록 강화했고, 이로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처벌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왜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도발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까? 물론 우선적으로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항하는 세력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푸틴이 했기 때문에 내버려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전쟁을 치르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이 패퇴하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군부 세력간에 서로 공격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국민들의 비판을 흡수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그러한 푸틴의 통치 방식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프리고진이 조국에 대한 사랑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프리고진의 비판 내용 가운데 국민적 혁명을 말하면서 푸틴 정권이 전복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그 후폭풍을 유의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번 프리고진의 반발이 러시아 내부의 군 비판 세력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말해 프리고진이 극도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푸틴 체제 이후의 권력 투쟁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학대학원의 역사학자 세르게이 라드첸코는 “프리고진의 행태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있다”며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부의 분열, 내분, (이에 대한) 푸틴의 무관심과 푸틴 권력의 약화 등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건 우발적인 게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러시아군 사령관이었던 이고르 기르킨도 “권력 핵심부의 일부가 프리고진 뒤에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프리고진의 공개적 도발과 국방부의 침묵은 지배 계층 내부 모순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 이후를 겨냥한 생존 투쟁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내년 4월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런 공개적 갈등을 계속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리고진과 러시아군 수뇌부 간의 갈등으로 푸틴 대통령이 구축한 권력 체제에 중대한 균열이 드러났다”면서 “프리고진과 군 수뇌부 간의 대립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푸틴 대통령이 20년간 구축해온 가공할 권력 체계에 부담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잠재적 도전자를 견제하고자 부하들 간의 경쟁을 촉진해왔으며, 이러한 술책은 그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숨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프리고진이 군 수뇌부를 향해 잇따라 독설을 쏟아내 갈등 양상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기존 권력 체계를 유지하던 틀이 무너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WSJ은 특히 야당 등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군을 비판하는 것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런 공개적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푸틴이 지금 상황에서 프리고진에 대해 처벌에 가까운 징계를 할 수 있을만큼의 강력한 힘이 있는가의 여부다. 다시 말해 만약 프리고진에 대해 사법 처리를 한다든지 아니면 더 이상 바그너그룹의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했을 때, 푸틴이 과연 프리고진의 반발을 막을 힘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만약 프리고진의 배후에 푸틴의 현세력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군부가 있다면, 자칫 쿠데타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푸틴이 섣부르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서방의 한 외교관은 “(이런 상황에서도) 푸틴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그의 힘이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 작가였다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분석가 압바스 갈리아모프도 “이번 갈등을 보면, 러시아 엘리트들이 낸 결론은 푸틴이 이런 관계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푸틴이 너무 약해져서 수직적 권력 구조가 해체되고 있다는 의미로, 전시에는 통일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임무이나 푸틴은 이를 달성할 능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영국의 더타임스도 “프리고진이 엘리트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 자체가 푸틴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 분석했다.


한 미국 관리도 “(러시아 권력) 시스템은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쉬워서 언제 깨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프리고진이 이렇게 크렘린을 향해 거친 발언을 하는 배경에는 푸틴의 용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총리를 지냈던 인물로 현재 망명 생활 중인 미하일 카시아노프는 “프리고진의 운명과 존재 자체는 전적으로 푸틴에게 달려 있다”면서 “푸틴이 가면 프리고진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른바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반발, 또다른 역사의 서막일 수도]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프리고진의 이런 거친 언사의 배경에 바흐무트에 대한 완전 정복이라는 일방적 주장이 자리잡고 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6월까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이라 공언했다. 푸틴도 바흐무트 정복을 적극 칭찬하면서 대대적 홍보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흐무트의 90% 가까이를 바그너그룹이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세우기 위해 일부 과장을 한 것이고, 이를 푸틴도 용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바그너그룹이 철수한 후의 바흐무트는 어떻게 될까? 이미 러시아군의 대대적 후퇴가 예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러시아내 갈등은 상상외로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프리고진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고, 러시아 내부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수도 있다는 말들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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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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