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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핵전쟁 경고한 러시아, "핵도발시 20분 안에 망한다!" - 또 ‘핵종말 가능성’ 발언한 푸틴의 오른 팔 - 핵무기 사용에 중국 반대, 나토 대응 가능성도 있어 주저 - 러시아의 핵위협, 결국 F-16 지원 늦추자는 의도
  • 기사등록 2023-05-25 12: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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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핵종말 가능성’ 발언한 푸틴의 오른 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코너에 몰릴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것이 핵전쟁 위협이다. 그런데 푸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인해 ‘핵 종말’(nuclear apocalypse) 위험이 고조됐다”면서 또다시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진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베트남을 방문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가 지원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의 파괴력이 커질수록 소위 ‘핵 종말’이라고 불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러한 핵 종말 시나리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만일 그랬다면 우크라이나 정권에 그렇게 위험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러면서 “그들은 핵 종말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언젠가는 완전히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핵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권과 이를 후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가 이렇게 핵전쟁이라는 용어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에 F-16전투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투기 등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며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만 점점 더 심각한 유형의 무기들만 (우크라이나 전장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또한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러한 종류의 사보타주(파괴공작)가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잡설을 늘어놓더라도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보타주 가담자들을 ‘쥐새끼처럼 박멸해야 할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했다.


메드베데프의 핵전쟁 위협 발언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2월 27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판세가 러시아에게 극히 불리하게 전개되자, 메드베데프는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러시아 존망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선뿐 아니라 인류 문명의 존망에 대한 사안과 함께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서 불명확한 부분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러시아가 없는 세상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존재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된다면, 핵무기를 사용해 온 세상이 파멸되도록 만들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수세에 몰릴 때마다 선제 핵 타격 가능성이나 핵무기 기반 시설 건설 등을 언급했으며,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문제로 삼으며 과거에도 수시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도 이웃나라인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수 있다며 위협을 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진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는 진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고문을 맡고 있는 댄 라이스 키이우 아메리칸대학 총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N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러시아가 크름 반도를 잃게 된다면 푸틴 대통령이 핵 공격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술핵을 떨어뜨리면 그의 정권이 살 수 있는 시간은 20분 정도”라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라이스 총장은 “(핵을 사용하면) 푸틴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군사적 표적이 될 것”이라며 “그리고 (러시아 해군의 주력인) 흑해함대는 10분 안에 침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육사 출신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했던 라이스 총장은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지휘부가 핵무기 사용을 아예 상정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알라르 카리스(Alar Karis)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푸틴이 매우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뉴스위크가 지난 13일 보도하기도 했다. 카리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푸틴이 핵무기 버튼을 누르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산산조각났다는 평가도 있다. 뉴스위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킨잘 미사일이 줄줄이 격추되는 순간, 푸틴의 핵무기 사용 계획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서방의 어떤 방어체계로도 결코 격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패트리엇 시스템에 의해 격추당함으로써 러시아의 완벽한 핵무기 전달체계가 무력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회복력이니셔티브센터의 설립자인 세르게이 숨레니(Sergej Sumlenny)는 “미국의 패트리엇이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을 격추함으로써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오슬로 대학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도 뉴스위크에 “러시아가 핵무기를 극초음속미사일에 장착해 발사를 한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원하는 목표물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졌다”면서 “이로인해 러시아의 최종 결정권자들이 핵무기의 생존 가능성과 전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러시아의 고민은 실제로 핵무기를 꺼내는 것을 상당히 주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러시아가 원했던 목표 달성을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러시아가 되치기를 당할 경우, 댄 라이스 총장이 경고한 것처럼 20여분 안에 러시아가 멸망의 길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22일(현지시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5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으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는 욕구가 치솟기는 하겠지만, 이를 실제로 꺼내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미국의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도 “여전히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밝혔다. 사실 푸틴의 마음 속을 헤아린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적으로 푸틴이 그러한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푸틴의 핵무기 사용을 가로막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했다. 그 첫 번째가 중국의 반대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푸틴에게 핵무기 사용을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밝혔다.


러시아에게 있어서 중국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그러한 중국의 뜻을 저버리고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살에 가깝다. 또한 그동안 러시아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인도 등의 제3세계 국가와도 단절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을 푸틴이 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과 나토(NATO)의 대응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국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해도 미국이나 나토가 곧바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이미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강력 대응하게 될 것이다.


그 ’재앙적 결과‘가 무엇일지는 공개적으로 언급된 바 없지만, 나토와 러시아간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금 우크라이나군과도 제대로 전투를 벌일 능력도 안되는 러시아가 나토군과 전쟁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핵위협, 결국 F-16 지원 늦추자는 의도]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러시아가 다시 핵전쟁 위협론을 꺼내든 것은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전투기의 지원을 막아보려는 술수로 여겨진다. 그만큼 러시아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핵전쟁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가 아직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이런데도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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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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