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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에 눈 뜨고 코 베인 러시아 - G7 직전 열린 중국-중앙亞 정상회의,러시아를 능멸했다! - 중국, 러시아 영향력 아래 있던 중앙아시아를 사실상 뺏은 것 - 중국과 중앙아시아, 위구르 문제 등 한계도 있다
  • 기사등록 2023-05-24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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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직전 열린 중국-중앙亞 정상회의]


중국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회의를 견제하기 위해, 산시성 시안에서 개최한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첫 대면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회의가 사실상 러시아를 능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동력을 불어 넣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 결과물인 '시안 선언'은 “각 측은 중국·중앙아시아 에너지 발전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하고, 에너지 산업망 협력을 확대하며,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전통 에너지 영역에서의 협력을 한층 더 전개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협력을 심화한다”고 명기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0일, “우크라이나 위기와 대러시아 제재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에서, 중국은 에너지 공급 안정화 측면에서 중앙아시아에 주목하고 있었다”면서 “중국-중앙아시아 천연가스관 D라인은 양측 에너지 협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BBVA 리서치 둥진웨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을 전했다.


또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중앙아시아 전문가 리리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탈퇴 가능성 제기로 일대일로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일대일로의 '기둥' 역할을 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쪽으로 선회하는 상황은 중국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양슈 전 란저우대학 중앙아시아연구소 소장도 “남중국해를 포함한 중국의 동쪽 안보 환경의 악화가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며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서방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운, 중국 서쪽 국가들과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황제의전 했을까?]


사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이들 5개 나라 정상들을 최상의 예우로 대했으며, 동시에 경제적 지원과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시 주석은 총 260억 위안(약 4조9천억원) 규모의 대(對)중앙아시아 융자 및 무상 원조, 중국-중앙아시아 가스관 설치 등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정치적 신뢰를 심화하고 각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취지의 기조연설도 했다. 5개국이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이자 핵심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해 중국과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뜻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이들 정상들에 대해 ‘황제의 스케일’을 선보였다. 황궁을 배경으로 하는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공연을 펼쳤고,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 거리를 둔 거대한 회의장에서 만났다.


사실 이러한 중국의 과공(過恭)은 일본 전통 료칸(여관)의 소박한 원탁에 둘러앉아 대화하고, 식당에서 붙어 앉아 만찬을 즐기던 G7정상회의와 비교되면서 “중국이 몸집 부풀리기를 위해 무리했다”는 비판까지 불러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신경을 썼던 것일까? 사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모두 옛 소련에 속했으며,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국가들이다. 당연히 이들 국가들 모두 러시아 권역의 국가들이고, 사실상 중국보다는 러시아의 우방국들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가 받고 있는 경제제재로 인해 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으며, 동시에 러시아의 경제 피폐화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러시아는 현실적으로 중앙아시아를 관리할 여력이 부족하다. 중국이 바로 이러한 틈을 노리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1990년대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한 뒤, 이들을 따로 불러 대면 정상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맹주’ 격인 러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미온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 등에 있어 중국에 오히려 의존하게 되면서 회의가 비로소 성사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리리판은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서방 국가들로부터 '간접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지원과 투자는 정치·경제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9일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냈다”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는 사실 러시아와 약속했던 무한한 우정에 금이 가는 행동이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탈출구로 중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은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푸틴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들 국가들이 푸틴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2018년의 조지아에 대한 군사력 발동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라파엘로 판투치 선임연구원은 “카자흐스탄에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러시아 민족이 있다는 점에서 카자흐스탄도 이들 국가들과 똑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영토보전과 주권 확보를 위해, 러시아가 아닌 중국에 의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WP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등 서방진영 외교담당자들의 방문을 받았지만, 이들 국가들이 경제적 지원에 대해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정치적·경제적·외교적으로 화끈한 지원을 약속하자 러시아가 아닌 중국에 의존하는 길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그동안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교역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700억 달러를 돌파하게 되었다. 여기에 중국은 카자흐스탄과의 송유관 건설까지 약속했다. 키르기스스탄도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하기로 했고, 무역에 쓰이는 화폐도 자국통화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중국에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는 사이, 중국이 러시아의 앞마당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사실상 빼앗아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는 눈 뜨고 코베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들 국가들에 대해 사실상의 안전보장을 약속한 것도 러시아로서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한계도 있다]


물론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장애물도 있다. 우선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 소수민족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도자들로부터 홍콩, 대만, 신장에 대한 접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신장 위구르 문제가 다른 외적 요인에 의해 확대가 된다면 언제든지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 위구르족의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리리판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사이에서 여전히 균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의의 성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는 사실상 러시아 제국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총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는 23일(현지시간)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모스크바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CSTO는 NATO와 대비되는 러시아 중심의 안보체제로 러시아가 사실상 종주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 제국은 사실상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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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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