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3-05-23 12:32:16
기사수정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 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0여 년 전 소련을 정체시켰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개혁주의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붕괴를 막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러시아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브레즈네프가 75살의 나이로 재임 도중 사망할 당시 그는 인기도 없었고 건강도 나빴다. 푸틴은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말에 따르면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한편 브레즈네프는 공산당 정치국을 이끄는 지도자였으나 푸틴과 그 측근들은 대부분 연방보안국(KGB) 출신으로 권력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푸틴과 브레즈네프의 공통점 한두가지 아냐

푸틴과 브레즈네프의 공통점은 많다. 인접국을 침략해 나라를 고립시키고 서방과 관계를 악화시켰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러시아는 9년 만에 실패하고 철수했다. 이 사건이 소련 붕괴의 이유가 됐다. 2014년과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점령했으나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에 반격당하고 있다.


미국이 침략의 대가를 키웠다. 카터 대통령이 데탕트를 중단하고 소련과 경제 협력을 끊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아프간 반군 지원을 크게 늘리고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 접근을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를 지원했고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푸틴에게 경고했다.


1970년의 소련과 2010년의 러시아 모두 비밀리에 유럽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배치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는 1987년 중거리핵무기(INF) 금지조약에 위배되는 일이다. 그러자 유럽국들은 미국이 핵무기 배치하도록 했다. 2018년 푸틴은 핵순항미사일이 플로리다를 공격하는 애니메이션을 과시했지만 미국은 INF 조약을 폐기하지 않았고 전략핵무기 현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두 지도자 모두 압제자라는 점이 같다. 1980년대 반체제 인사 바실 스투스와 아나톨리 마르첸코가 수용소에서 숨졌다. 악명 높은 세르브스키 연구소에서 고문당한 반체제 인사들도 많다. 푸틴은 알렉세이 나발리와 블라디미르 카라-무자를 암살하는데 실패했지만 이들은 스탈린 시대처럼 장기 투옥된 처지다. 미국은 인권을 집중 부각했다. 카터 대통령은 물리학자 겸 반체제 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에 서한을 보냈고 바이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저지른 학살을 비난했다.


초기에 좋았던 경제 갈수록 악화

브레즈네프 시대도, 푸틴 시대도 초기엔 경제가 좋았다. 그러나 경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브레즈네프 시대는 식량 부족, 소비품 구하기 대열이 상징이었다. 작금의 러시아인들이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고 있으나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에너지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높은 전쟁 비용과 사회보장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두 지도자 치하에서 대중들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됐다. 브레즈네프의 경제 공약이 실천되지 못했고 그와 측근들이 노쇠함에 따라 소련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약해졌다. 나발니가 폭로한 소치의 초호화 푸틴 별장처럼 거대한 부패에 대한 분노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걱정 때문에 대중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고 엘리트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반대가 크지 않은 것은 탄압 때문일 뿐이다.


브레즈네프와 공통점을 감안할 때 푸틴은 쇠락의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두 사람 모두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고립을 자처한 푸틴의 모습이 이를 웅변한다. 고도로 집중된 의사 결정 방식으로 오판의 위험성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나토가 방어적이 아니라 공격적이라는, 서방의 지정학 목표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두 지도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일으켜 민생을 파탄시켰다.


푸틴의 정책 선회 여부 예측 어려워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런 점들을 고려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거나 적대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단언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은 브레즈네프 사후까지 이어졌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서방과 관계를 개선한 뒤에야 소련군이 철수했다.


푸틴의 정책은 러시아를 서방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우크라이나의 유럽화와 나토화를 촉진한다. 소련 시절 그랬듯이 러시아에서 군사적 패배, 과중한 전쟁 비용, 대중적 패배감 확산 등 내부 압력이 커지면 정부가 긴장을 완화하려는 비상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로선 너무 늦은 시점이 될 수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506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