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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바흐무트 점령? 오히려 우크라군 전략에 속았다! - 러시아의 바흐무트 완전 점령 주장, 사실 아니었다! - 바흐무트의 러시아군, 또 분열. 바그너그룹 25일 철수 주장 - 러시아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략에 당했다?
  • 기사등록 2023-05-23 05: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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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바흐무트 완전 점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완전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양측의 주장이 격돌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전술에 오히려 러시아가 넘어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면서 1년만에 처음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바흐무트를 점령한 용병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크렘린궁은 바그너그룹의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224일간의 전투 끝에 도시를 점령했다고 선언한지 반나절 지난 후, 푸틴대통령의 성명이 나왔다”고 했지만 “프리고진은 푸틴의 성명 가운데 전투에 전혀 공헌한 바 없는 러시아 정규군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성명 직후 자신의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녹음에서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동안 러시아 정규군은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군은 1명도 없다”면서 완전 점령을 주장한데 반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G7 정상회의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바흐무트가 파괴됐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들에서는 ‘바흐무트가 파괴되었으며 우리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다’는 말만 듣고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를 완전 점령한 것으로 추정해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그러한 표현은 원자폭탄으로 완전 폐허가 되었던 히로시마를 비교하면서 사용한 비유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의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오히려 바흐무트 교외와 도시 외곽 다른 지역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히며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을 옹호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영TV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남부의 남서부(리탁지구)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아직도 바흐무트 일부 지역을 지키고 있으며 오히려 많은 러시아군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21일 저녁 최전선을 깜짝 방문한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의 ‘작은 부분’만을 통제하고 있음을 인정했지만, 새로운 목표는 ‘전술적 포위’로 도시를 포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의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의 측면을 이용해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흐무트의 러시아군, 또 분열]


상황이 이렇게 혼돈스러운 가운데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바그너그룹 부대는) 점령하기로 한 모든 영토를 마지막 1㎠까지 점령하면 오는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떠날 것”이라고 밝혀 또다시 크렘린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선 프리고진은 이미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날 텔레그램에는 아직도 점령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올리면서 완전한 점령이 이루어진다면 25일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프리고진이 그동안 여러차례 완전 점령을 주장한 바 있고, 더불어 철수도 공언한 바 있어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프리고진의 25일 철수설은 크렘린궁에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략에 당했다?]


그런데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 장악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에 완전히 말려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를 비롯한 서방 매체들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별다른 전략적 의미는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준비해 온 봄철 대반격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다수의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현재 러시아가 바흐무트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한 상태라고 평가했다”면서 “작년 7월부터 바흐무트 공략을 시작한 러시아군의 발을 이곳에 묶어둠에 따라 다른 방면으로의 진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특수부대를 지휘해온 예우헨 메제비킨 대령은 “상대를 지치게 한 다음 공격한다는 것이 주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측면에서 저항을 지속해온 데 대해 “러시아군이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을 계속 할당하도록 몰아세운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지휘부가 의도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군사전략을 연구하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필립스 오브라이언 교수는 “러시아군의 대오가 생각보다 약했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파고드는 모양새였다”며 “러시아군은 엄청난 손실을 봤고, 바흐무트에서 너무 지쳐버려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끈질긴 항전으로 러시아군의 진을 빼는 데 성공하면서 점령군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준비해 온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위한 환경도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해 여름에도 러시아군의 전력이 고갈된 틈을 타 대대적인 반격을 펼쳐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수복한 데 이어, 남부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를 탈환하는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물론 러시아군의 피해도 엄청나지만 이들을 상대하는 우크라이나군도 상당한 손실을 봤다. 이에 대해 의용병 대대 지휘관인 타라스 데이아크는 “바흐무트에 머무르며 적군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였다”면서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회상했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 주장을 그대로 믿으면서 1년만의 전쟁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를 내주게 된다고 해도, 러시아가 특별히 유리해지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것에 비해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평가해 왔고, 심지어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게 바흐무트의 전략적 필요성 자체가 약하다고 판단해 철수할 것을 권하기도 했었다.


로이터는 “러시아 정부는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자국 합병을 선언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산업지대에 더욱 깊숙이 진격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흐무트는 사실 그만큼의 전략적 가치는 없다”고 일축했다.


ISW 분석가 카테리나 스테파넨코도 “푸틴의 의도와 달리 도네츠크 점령이 꼭 돈바스 장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20㎞ 밖 슬라뱐스크나 코스티안티니우카 방면으로부터 더욱 치열한 전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세계 제2의 군사강국이라는 러시아는 아무런 전략적 가치가 없는 자그마한 탄광촌을 장악하려다 엄청난 자원이 고갈되고 병사 수만 명을 잃게 됐다”며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을지라도, 이는 아주 작은 승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우크라군이 바흐무트를 포위하고 있다]


22일 우크라이나의 국영TV는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지역에 대한 반포위 작전을 시작했다”면서 “이 작전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모든 고층건물들을 통제하고 점차적으로 파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21일(현지시간)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의 말을 빌어 “우크라군이 바흐무트를 반포위함으로써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 머무르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리아르의 발언은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서의 완전 승리를 선언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뉴스위크는 또다른 기사에서 퇴역 미 육군 장군 마크 허틀링의 견해를 인용해 “수일 안에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되어 대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면서 그 근거로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Oleksandr Syrskyi)가 우크라이나 군대가 도시에 대한 ‘표적 포위’에 접근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었다.


미 육군의 유럽 및 제7군 사령관을 역임한 허틀링은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은 전문 군대가 아니다”면서 “바그너그룹은 이미 포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구 7만명의 살기좋은 도시였던 바흐무트는 이미 처절하게 파괴되었다. 그곳에서 러시아군은 수만명이 전사했다. 그 무덤 가운데 과연 평화가 찾아올 날은 언제일까?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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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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