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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23 05: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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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가장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다섯 식솔을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입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 가족부양의 책임감은 돌덩이처럼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일해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은 만큼 지원해주었고 아내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교외에 아름다운 집과 텃밭, 그리고 노후 연금까지 든든하게 마련해 놓았습니다. 저는 가족을 위해 이 정도 하면 나의 책임이 끝나게 되고 제가 계획했던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평생 하던 일도 힘겹고 지겨운 생각이 듭니다.


저의 희망은 동남아에 가서 저의 건축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제가 해외봉사활동에 쓰는 비용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공부를 더 하고 싶다 하니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있는 것도 다주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주려고 애썼습니다, 이제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의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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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아버지’들은 가족의 건강과 안전한 환경을 책임지는 사람, 사회적으로 가족을 대표하고 부양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화와 더불어 가족 중심주의에서 개인중심주의, 서열화에서 평등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상호존중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적 가치에 중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것, 그 외에 마음을 알아주고 배려해줌으로 가족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아버지 역할은 성인자녀의 독립시기가 늦어지면 더욱 힘겹게 되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경제적인 지원과 헌신을 요구하는 가족들과 쉬고 싶은 중년 이후의 아버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버지들의 갈등과 한숨 속에서 함께 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성은 어떤 것일까요? 한국의 부성성은 무뚝뚝한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헌신하는 아버지일 것입니다. 형제님도 예외없이 헌신적인 부성의 소유자로서 자신보다 가족의 행복을 앞세우던 분이십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런 아버지의 위대함 앞에서 왜소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보다 먼저 일어나서 쉼 없이 일하는 아버지가 든든한 한편 아버지를 능가할 어떤 성적표도 내밀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 물놀이 가요!” 아이들이 아버지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안돼! 일이 많거든, 남들 놀 때 일하지 않으면 우리가족이 행복하게 살기 어렵단다. 아버지는 일 할테니 엄마랑 다녀와라!”라고 합니다. 이런 아버지를 보면서 아이들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나는 아버지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 수 없다!”는 좌절감이 옵니다.

반면에 아버지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유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해서 훌륭하고 당당한 성인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 공부가 끝나면 나는 가족부양의 책임에서 해방되고 나의 꿈을 실현하는 제2의 인생을 살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가정의 최고 책임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서른 살이 넘도록 아직도 아버지의 아들로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어디가 아버지 역할의 끝인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열어준 문을 통해서만 사회로 나갑니다. 자, 이제부터 자녀들이 나갈 수 있는 독립의 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거대한 아버지상을 가진 아이들은 아버지를 더욱 의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키를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아이들의 성인됨을 축하해주며 아이들의 미래에 관해 함께 고민하는 진지한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바라보는 아버지가 아니라 함께 하는 아버지가 되는 겁니다. 아버지들은 “아, 나는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켰으면 알아서 제 일은 척척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혹은 “아이들과 대화하는 거 너무 힘듭니다. 아이들이 저와 눈맞춤도 안 하려고 하고 식탁에 함께 앉아서 밥을 먹은 지도 오래되었습니다.”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용돈을 받을 때만 문자로 “아버지, 사랑해요. 이달 용돈을 보내주세용”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당연히 용돈을 받는 태도도 화가 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용돈이 아닌 사랑을 받아야 철이 듭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자식의 일에 관여하는 것, 자식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너는 아직도 아버지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는거냐? 다 큰 아이가!” 이런 눈치를 주면 아버지는 더욱 커지고 아이는 더욱 작아짐으로 두 분 사이의 격차가 좀 더 벌어집니다.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아버지를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합니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미래의 꿈을 말해주고 아이의 계획도 경청하고, 지나치면서 “안녕, 잘 잤니? 오늘은 날씨가 무더운걸,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니?” 이런 사소한 이야기부터 정치이야기, 축구이야기 등을 나누는 것이 아버지와 아들이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아버지와 친한 아이들은 윗사람들과 어떻게 일하며 협상하는지에 관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둘째, 아이들이 독립하여 사회인이 되는 시기가 늦어지는 가족 내의 원인은 아버지의 위엄 가득한 이미지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축적된 아버지 경험이 아버지 이미지를 형성한 것입니다. ‘성실하고 힘 있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나아갈 사회를 ‘부지런하게 일하고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며 능력 있어야 받아주는 사회’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회인이 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고 독립의 시기는 늦어집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관대한 모습을 매일 기대합니다. 아버지의 관대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바로 거울이 가르쳐 줄 것입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십시오. 이것이 아이들이 바라보는 아버지 이미지입니다. 또는 사회의 이미지입니다. 몇 권의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보다 아버지의 웃음 띤 얼굴을 읽는 것이 자녀의 독립과 성취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웃음을 읽는 뇌의 거울세포는 그 웃음을 복사해서 자신의 이미지로 사용하게 됩니다. 뇌를 활성화시키고 세상은 밝은 곳이며, 나를 웃으면서 받아주는 곳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아버지들도 꿈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꿈을 이야기해주십시오. 하나님은 사람에게 약 3가지의 꿈을 주신다고 합니다. 형제님께서 건축기사로 활동하셨으니 그 기술을 가르치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제 2의 꿈을 실현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 노년의 꿈은 예술과 상상력, 창조성을 지닌 것이 될 것입니다. 노년에 글쓰기, 그림그리기, 도자기 굽기, 가구 만들기, 도시정원 설계하기, 발표식품 연구가, 사회정화운동리더 등이 되는 것도 하나님의 인간발달계획의 마지막 꿈에 속합니다. 아버지의 꿈을 듣는 아이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은퇴 후에 어떤 일을 할수 있는지를 생각할 여지를 주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내가 해야하는 거구나”라는 힘겨움이 아버지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지 못한 아버지에게도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잘하고 있니?”를 “공부하느라고 수고많구나” “너는 일하려고는 안하고 아빠에게 아직도 용돈을 요구하냐”를 “요즈음 취직하기 힘들지, 바늘구멍보다 좁으니 말이야”로 바꾸는 연습이 아이들의 독립에 도움이 됩니다.


긍정적인 아버지는 긍정적인 어머니보다 자녀의 성적, 성취에 더욱 필요합니다. 아이와 함께, 그리고 따로 가는 길에 하나님의 축복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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