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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독일 경제,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 글로벌 경제까지 위축시킨 독일 경제의 추락 - 독일 경제와 함께 중국 경제 전망도 우울 - 러시아 에너지 및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편중이 원인
  • 기사등록 2023-05-21 04: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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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까지 위축시킨 독일 경제의 추락]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었던 독일 경제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독일과 함께 중국 경제까지 암울한 상황을 보이면서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등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독일에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쳐오는 가운데, 덩달아 중국도 최근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등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반등세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고. 유럽 강국 독일이 산업 부문에서 부진이 짙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두 견인차인 독일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slowind down)으로 경제 회복력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독일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약해지면서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독일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발표한 5월 경기기대지수는 마이너스 10.7로 집계됐다. 독일 내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이 지수가 플러스(+)면 6개월 후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는 것이고, 마이너스(-)면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지수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시장 예상(-5.0)을 크게 밑돌았으며, 지난 2월(28.1) 이후 3월(13)·4월(4.1)로 급속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잡히지 않는 고물가 상황 등 이미 불리해진 경제 여건이 하반기에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일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7.2%까지 치솟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0.5%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0.5%로 역성장한 가운데, 오는 25일 발표되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기술적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 떄문에 국제통화기구(IMF)는 이날 ”유럽연합(EU)의 긴축 정책과 에너지 가격 불안이 독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올해 독일 경제 성장률은 제로에 머물고, 이후 3년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도 ”산업생산 감소로 GDP 증가율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독일 경제와 함께 중국 경제 전망도 우울]


특이한 것은 유럽에서의 독일과 함께 아시아에서의 중국 경제 역시 실물지표들이 암울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4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지난해 코로나19 봉쇄로 저조했던 지난해 동기보다는 각각 5.6%와 18.4% 증가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도 모자랐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전망까지도 어두웠다.


특히 중국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20.1%)를 밑돌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 전역이 봉쇄당하고, 경제활동 자체가 사실상 중단된 시기였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소매판매액이 그 정도 성장에 머물렀다는 것은 사실 큰 실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생산도 같은 기간 5.6% 증가하는 데 그쳐, 역시 시장 예상치(10.9%)를 크게 밑돌며 소비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가장 심각한 지표는 실업률이었는데,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청년층 고용 불안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복세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는 산업생산이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과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력에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로우인베스트먼트그룹의 하오 홍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리오프닝이 가속하지 못해 글로벌 수요를 예상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경제지표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독일의 공동 추락이 의미하는 것은?]


이렇게 중국과 독일이 경기회복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나란히 추락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 입장에서는 심각한 일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 '경제 재개' 오픈발이 벌써 동력을 잃었고, 독일은 고물가와 제조업 쇼크에 경제 엔진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세계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5%에 달한다“고 전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가 세계 경제에 가장 어려운 한 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 CNBC 방송은 ”독일 경기침체가 유로존 전체의 GDP 증가율을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1분기 GDP 증가율은 0.1%로, 전문가 전망치(0.2%)를 밑돌았다.


[독일 경제는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사실 중국 경제의 추락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독일 경제의 붕괴는 예상 밖이었다. 그만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세계 경제 4대 강국이었던 독일 경제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사실 독일 경제는 2020년 이후 코로나로 기업 생산이 중단되고, 가계의 소비가 감소했으며, 실업률이 증가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백신 접종의 확대로 인해 2021년에는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가 다시 위축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외형적 분석말고 독일 경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러시아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경제 체질 자체가 무너지면서 독일 경제 전체를 골병들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은 그동안 값싼 러시아 에너지를 산업의 기반으로 삼았고, 동시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기술에서 앞선 독일의 많은 제품을 생산해서 수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이 구도가 에너지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떄문에, 중국의 경우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봉쇄 등으로 기본적 틀이 완전히 무너졌다. 여기에 미중충돌로 인한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독일 역시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독일 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산업체제를 재편하다보니 후유증도 나타나고, 동시에 경제적 금단현상으로 인한 흔들림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유럽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값싼 원유에 집착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고, 중국과의 디커플링 본격화로 미국의 우방국들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때도 독일의 숄츠 총리가 시진핑 3선 이후 맨처음 중국을 방문했던 것도 다 경제적 밀착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에 독일이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면서 독일 경제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 이러한 ‘경제적 금단 현상’은 경제 체제가 온전하게 자리잡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후유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 경제가 앞으로 2~3년이 지나야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이러한 금단의 시간을 지나는데 그 정도 기간이 있어야 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독일에게 주어진 절대적 과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러시아의 에너지는 그래도 상당히 독립을 이루었지만, 남은 과제는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당장 중국 경제체제와의 따스했던 봄날을 생각하면서 자꾸 지체하게 되지만, 독일도 어쩔 수 없이 디커플링을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독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독일은 공급망 다각화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 진출, AI와 자율 주행, 로봇 공학과 같은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러한 독일 경제를 보면서 한국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도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말하는 자가 있다면 아마도 정신 나간 사람일 것이다. 당연히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국 경제의 미래도 낙관할 수 있다.


다행히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한국과의 무역량도 대폭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 경제가 지금은 힘들지만 이 어려운 시기가 나중에는 보약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관계가 안 좋다 보니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그런 무식한 소리는 제발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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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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