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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국영TV의 경고,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 - WP, “크렘린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러시아군, 대 후퇴 또는 크름반도 지배권 상실시 대혼란 일어날 것 - 우크라 대반격 ‘땅고르기’, 러 보급선 파괴에 집중
  • 기사등록 2023-05-19 12: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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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TV.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


러시아가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경고가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나왔다. 사실 철저하게 언론이 통제되어 있는 러시아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도 주목거리지만 그러한 내용이 국영TV를 통해 방송되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1 TV 채널을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한 진행자가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영화 감독 카렌 샤크나자로프(Karen Shakhnazarov)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비관적’이라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우리(러시아)가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날 프로그램에서 “현재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감안한다면,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나치 독일이 침략했던 1941년에는 소련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샤크나자로프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중거리 미사일을 최근 전장에 배치했는데, 이를 통해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타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며 “만약 크름반도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크렘린궁이 말하는 ‘특수군사작전’이 아니라 ‘진짜 전쟁’이며, 만약 우리가 패한다면 러시아는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앵커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러시아가 만약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온 세계가 멸망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한 순간을 대비해 러시아는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이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었다는 소식에 대해, 라디오 쇼 '풀 컨택트(Full Contact)'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국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격 능력 상실한 러시아]


이렇게 러시아 국영TV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공공연하게 거론되었다는 것은, 지금 러시아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 준다.


CNN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 방어에 집중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대변인은 이날 자국 방송에서 “그들(러시아군)은 대규모 공격을 반복하기 위한 자원이 없다”고 전하면서 “지금까지 그들은 방어를 준비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령관이 영토 회복을 위해 준비할 때 분명히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S-300 미사일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S-300 미사일은 방공 무기로 설계됐지만, 러시아는 이를 지대지 모드로 자주 바꿔서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유소프 대변인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가 현재는 최소 공격 강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 대반격 ‘땅고르기’, 러 보급선 파괴에 집중]


이런 상황에 우크라이나는 봄철 대반격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군 보급선을 약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히로시마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공격에 앞서, 러시아군에게 필요한 탄약 창고와 다른 보급품들을 타격하기 위해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안보연구센터의 전문가 올렉산드르 코발렌코는 “이것은 준비 단계”라며 “공격하기 전에 적의 능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약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전장 자원들을 조금씩 제거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중요하다”며 “연료나 탄약이 없는 탱크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자국내 러시아군 점령지와 러시아 영토에서 연료저장고와 보급망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인접한 러시아 브랸스크의 한 연료저장고를 드론을 통해 폭탄 공격을 가했으며, 4일에는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 일스키 지역의 석유 저장고를 역시 드론을 통해 공격했다. 크름반도와 가까운 이곳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러시아의 중요 보급기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지난 4월 29일에도 크름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석유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는데, 이로인해 1천㎡의 면적의 석유 기지가 불타고 석유 저장탱크 4개가 손상됐다.


이러한 일련의 공격과 관련해 CNN은 지난 11일 익명의 미군 고위 당국자와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여건조성 작전'(shaping operations)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통상 여건조성 작전은 적의 무기고와 지휘소, 기갑 및 포병전력 등을 타격해, 지상군 진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WP, “크렘린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국영TV에서 러시아 위기론을 전파하고, 실제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후방들이 연이어 공격받는 상황에서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오피니언 면에 “나는 크렘린이 이렇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푸틴 정권을 취재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명백한 혼돈과 혼란에 빠진 정권은 본 적이 없다”면서 “바그너 용병 에브게니 프리고진 덕분에 비밀스러운 해독작업도 필요없이 크렘린궁내에서 벌어지는 음모의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바그너 용병집단의 수장과 크렘린 군부간의 극한 갈등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박수를 쳤을런지 모른다. 사실 크렘린궁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발생한 이번 문제에 대해 갈등 해소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후방기지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러시아군의 보급선 차단을 하는 등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크렘린궁은 분명히 지금의 전쟁 전개 상황에 대해 겁을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이미 너무나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특히 지난 12월 이후에만 10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러시아군은 당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달 초 소련이 나치 독일에 대한 1945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던 중, 한 관리가 폭로성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주지사인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도심에 많은 장비와 군인을 배치해 적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승전 기념일 퍼레이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이 직접 주재한 크렘린광장에서의 전승절 기념식은 단 한 대의 탱크만 등장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조롱 대상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이 벌이는 전쟁의 근거에 대해, 많은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틴의 정치적 멘토였던 아나톨리 소브차크(Anatoly Sobchak)의 미망인인 류드밀라 나루소바 상원의원은 최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의 목표로 내걸었던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라고 물으면서 “푸틴 말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파괴되었어야 하나,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나토를 비무장화한다는 뜻이었는가?”라면서 공개적으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WP는 “류드밀라 나루소바 상원의원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면 러시아내의 어느 누구도 푸틴의 전쟁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WP는 이어 “크렘린의 최고위층들마저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상대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의 오랜 동맹이었던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는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의 크렘린을 향한 거친 공세를 비난하면서 프리고진과 결별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군부는 이제 정규군과 바그너그룹, 체첸군대로 완전히 불화를 겪는 형태로 진전해 가고 있다.


이러한 크렘린궁의 상황에 대해 푸틴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가였던 압바스 갈리아모프는 “크렘린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크렘린 상황이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공세로 만약 러시아군이 지난 가을과 같은 대 후퇴를 경험하거나, 크름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된다면, 러시아 내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마도 대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지금 그 서막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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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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