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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극초음속미사일 과학자들 ‘반역혐의’ 체포한 러시아 - 킨잘 미사일 개발 관련 과학자들 체포에 러시아 과학계 반발 - 러시아 주장, 패트리엇시스템 파괴도 사실 아닌듯 - 킨잘 미사일 격추, 러시아 핵능력에도 의문 제기
  • 기사등록 2023-05-19 05: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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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과학자들 ‘반역혐의 체포’]


러시아의 극초음속 킨잘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헤 격추당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반역 혐의로 잇따라 체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을 인용해 “전시 러시아에서 반역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시베리아의 같은 학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연구하던 러시아 학자 3명이 반역죄로 체포되면서, 러시아 과학계에서 드물게 공개적인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15일 공개된 서한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은 학자들의 체포에 항의하며, 이 사건이 공포를 확산시키고, 그 결과 무기 연구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7일 “이들이 매우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WP는 “러시아 당국이 극초음속미사일 연구 과학자들을 체포했다는 것은, 러시아 당국이 그동안 세상의 어떤 방어체계로도 막을 수 없는 무기라고 주장해 왔던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이 격추된 것에 대해 그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부는 지난 17일의 정보업데이트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격추되었다는 사실은 러시아 당국에게 놀라움과 당혹감을 안겨다 주었을 것”이라 진단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수사당국은 지난달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소속 이론·응용역학연구소의 발레리 즈베긴체프, 아나톨리 마슬로프, 알렉산드르 시플류크 등을 반역 혐의로 체포해 가택연금 처분을 내렸다.


즈베긴체프는 과학 관련 논문을 300편 이상 펴낸 과학자인데, 그는 이란의 한 학술지에 역학과 관련한 글을 게재한 일로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적용받았다.


또한 작년 7∼8월에 걸쳐 이 연구소 소장인 알렉산드르 시플류크와 동료 아나톨리 마슬로프, 드미트리 콜커 등이 구금된 바 있는데, 이들은 초음속 미사일 연구와 관련한 자료를 중국 측에 빼돌린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검찰은 최근 이들 가운데 옥중에서 췌장암으로 숨진 콜커를 제외한 3명을 모두 재판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현행법상 국가기밀 유출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들은 당국에 보낸 항의 서한에서 “체포된 이들은 모두 눈부신 과학적 성과로 잘 알려졌으며, 일생을 러시아 과학에 헌신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어 “반역 의심을 받는 이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자료들은 모두 보안 관련 확인 절차를 재삼 거쳤다”면서 “이런 연구는 우리 조국의 안보를 해하기는커녕 러시아 과학의 명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WP는 “올해 들어 러시아 내에서 반역 혐의가 적용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통상 군 관계자나 비밀리에 수년간 수사선상에 오른 과학자들이 대상이 됐고, 그러한 사실은 일급기밀로 취급되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 특히 우크라이나와 연관된 이들이 체포된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노보시비르스크 사건은 최근 러시아 과학자들에 대한 유일한 반역 사건은 아니다. 작년 10월에는 러시아 중부의 톰스크 법원에서 과학자 알렉산드르 루카닌이 대체에너지원 관련 기밀 자료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징역 7년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인권단체 퍼스트디파트먼트의 드미트리 자이르벡 대표는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이번과 같은 체포가 올해 들어 3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고,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이르벡 대표는 이어 “이런 반역 사건은 직관에 반하는 '러시안 룰렛'과도 같다”며 “러시아 과학을 발전시키고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복무한, 세계적 명성의 무고한 과학자들이 왜 투옥되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래프도 17일(현지시간) “노보시비르스크에 본부를 둔 이론 및 응용 역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번 과학자들에 대한 대한 체포가 극초음속 기술에 대한 연구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킨잘 미사일, 패트리엇에 격추당한 것 맞나?]


이번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과학자들에 대한 체포는 러시아 당국이 킨잘 극초음속미사일의 격추에 대해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첨단 방공 시스템 중 하나인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이래, 러시아가 음속(音速)의 10배로 날아가 타격해 요격할 미사일이 없다는 킨잘(Kinzhal) 극초음속 미사일이 격추되었다는 사건은, 온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킨잘 미사일 격추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핵전쟁 계획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들이 전면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런데 지난 4일 밤 러시아는 킨잘 1기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겨냥해 공격했지만, 되레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에 당했다. 이는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또 16일 오전 3시30분(현지시간)쯤에 러시아는 6기의 킨잘과 흑해 전함에서 발사한 9기의 칼리브르(Kalibr) 순항 미사일, S-400 탄도 미사일 등 모두 18기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대규모 공습을 가했는데, 이때 러시아 영토 내에서 6대의 미그-31이 6기의 킨잘을 발사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킨잘 6기를 포함해 18개 미사일 모두 요격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에 보낸 동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패트리어트가 (킨잘을 막기엔) 비현실적이란 얘기를 들어왔지만, 오늘 패트리어트는 해냈다”고 말했다.


물론 16일 러시아의 킨잘 1기는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공군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17일 보도문을 통해 “확실히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전날 키이우에 대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공격 결과, 패트리엇 시스템의 레이더 장치와 5개 발사대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 대변인 유리 이흐나트는 자국 TV 방송에 “패트리엇의 운명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이 시스템은 킨잘로 파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도 “패트리엇의 정상 가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익명을 원한 한 미국 관리는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관계자가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를 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수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이 무기를 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CNN도 17일 3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배치 패트리엇 미사일이 공격을 받긴했지만 피해는 미미하다”고 보도했다.


사실 여기서 최대의 쟁점은 킨잘 미사일이 진짜로 미국의 패트리엇에 의해 격추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6기의 킨잘을 모두 요격했다고 주장하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이를 부인하며 “매번 그들이 요격했다고 주장하는 수만큼 킨잘을 발사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이 지난 6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이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킨잘의 잔해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물론 클리치코 시장이 공개한 사진을 두고도 킨잘인가, 아닌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다. 어떤 전문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패트리어트에 요격됐다면, 이런 잔해가 생길 수 없다”고 말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어트의 버전에 따라 파편의 양상이 다를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PAC-2는 근접하는 적의 미사일 가까이에서 수많은 파편(shrapnel)을 터뜨리며 폭발해, 킨잘의 동체를 산산조각으로 파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100% 증명할 수는 없지만, 4일 밤의 킨잘 격추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발표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도 인정했지만, 킨잘 미사일은 분명히 발사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킨잘미사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지역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격추된 것이 분명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아주 중요한 팩트다.


[킨잘 미사일 격추, 러시아 핵능력에도 의문 제기]


킨잘 미사일 격추로 인해 정말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핵공격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킨잘 미사일의 격추는 푸틴이 강조했던 러시아의 핵능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장착한 최후의 무기 킨잘로 서방세계를 공격해도 얼마든지 격추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푸틴이 강조해왔던 극초음속미사일을 통한 핵무기 발사에 대해 대응할 나라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바로 이런 점에서, 킨잘 미사일이 미국의 패트리엇에 의해 격추당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지금 러시아가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했던 과학자들을 체포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푸틴의 자신감을 망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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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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