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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 대공세 시작도 안했는데, 사분오열에 빠진 러시아 - 러시아 권부내 분열, 푸틴 해결 못하고 방치 - 푸틴 통치방식일 수 있지만 해결능력 난망일 가능성도 - 러시아 후방 뒤흔들기 시작한 미국
  • 기사등록 2023-05-18 05: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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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화되는 러시아의 사분오열]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정작 이를 방어해야 할 러시아는 사분오열 양상이 심각해지면서, 이런 상태로 과연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5개월여가 지났지만 자원 부족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더불어 군대내 분열 문제까지 겹치면서 러시아는 속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전쟁을 계속 치르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영공에 이르기도 전에 추락했고,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 수장은 “비싼 향수 냄새를 풍기는 부패한 러시아 장군들이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거친 발언을 하면서 러시아 군부내 분열은 극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바흐무트에서의 방어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지금 러시아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와 관련해 NYT는 “러시아가 안고 있는 치명적 문제점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보전을 위한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푸틴의 진짜 문제는 그나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성공적 전투를 치러왔다고 자부했던 바흐무트에서조차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국의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둘러싼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며 최근 며칠 새 약 20㎢의 영토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적군(러시아군)이 포격을 통해 완전히 파괴했던 바흐무트에서 어느 정도 진격하고 있으며, 공수부대 투입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황을 전했다.

말랴르 차관은 앞서 14일 소셜미디어에 “오늘 우리 군이 바흐무트 북부와 남부에서 적 진지 10여 개를 장악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이 바흐무트 지역을 그동안 용병 바그너그룹이 방어해 왔지만 그들에게 무기 등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수장 프리고진이 공개적으로 군부 지도자들을 향해 비난하면서 분열은 극심해졌으며, 이젠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에게 밀리는 형세를 보이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바흐무트 점령에 인력과 물자를 말 그대로 '쏟아부은'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전력 보전에 집중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도 푸틴은 바그너그룹과 군부 지도자간 갈등을 해결하지도 않고 방치하고 있다. 마치 이러한 갈등을 막을 능력이나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 푸틴이 과연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까지 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NYT에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는 여러 파벌을 두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건 정치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군사작전에는 매우, 매우 해가 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쟁 내내 지휘체계 통일 문제가 있었음에도 푸틴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 하나 이건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직면했을 때,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들이 서로 구원에 나설지조차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반격작전을 펼쳤을 때, 바그너 용병과 러시아 정규군간에 소통이 전면 단절되어 있었으며, 이로인해 바그너그룹의 전력 손실이 더 컸다는 보도들도 있었다.


또한 프리고진이 최근 보여준 행태들을 보면, 바그너 용병들이 앞으로 푸틴을 위해 제대로 전투를 치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 정부 기밀문건에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정규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까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고진은 이러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지난 9일의 전승절까지 바흐무트를 완전 점령하려 했던 푸틴의 목표가 무너졌다. 이렇게 실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군 지도부를 더욱 더 강력 비판하면서 권부내 분열은 막장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푸틴이 이러한 갈등 국면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자 이젠 그 불똥이 푸틴에게로 튀고 있다. 푸틴이 과연 이러한 권력내부의 파워게임 또는 갈등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익명으로 NYT 취재에 응한 러시아 유력 사업가는 “프리고진이 (크렘린을) 완전히 허술하고 어리석고 바보처럼 보이게 하고 있으며, 점점 더 그것이 정말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유의미하게 훼손되거나 전쟁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NYT는 이에 대해 “충성심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푸틴은 자신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전쟁 지도자들이 상호 저격을 주고받는 걸 참아 넘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이 지금 관심을 쏟는 것은 자신의 주변인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전쟁을 오래 지속시키면서 권좌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엘리트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고, 일반 대중도 '강력한 외부의 적에 러시아가 위협받고 있다'는 선전전에 경도돼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여러 논란에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언행에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면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는 푸틴 대통령이 그를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푸틴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지금 상정하고 있는 최고의 대안은 전쟁의 장기화다. 푸틴은 전쟁을 오래 끌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진영이 결국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이미 서방의 언론들에서도 여러번 지적된 바 있다. 특히 내년에 있을 미국의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당장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토동맹에도 치명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푸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년 겨울까지만이라도 버텨야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푸틴의 생각이 별로 맞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여러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무능과 갈등, 긴장보다는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군수산업의 생산능력 약화, 전장 운영 능력 부족이 푸틴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드루스 바이스 부이사장은 “러시아의 상명하복식 권위주의 체제는 대중의 승인이 필요 없는 체제여서 전쟁을 지속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연히 전쟁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미 러시아군은 가장 강력한 방어전선을 펼치고 있던 바흐무트에서조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세계의 군사지원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이젠 러시아가 절대 방어 불가능이라 자신했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까지도 우크라이나의 방어체계에 막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되기 시작한 장거리 미사일은 이제 러시아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후방 뒤흔들기 시작한 미국]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의 기밀을 제보할 러시아인 스파이를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CIA는 15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어로 이러한 공고 및 동영상과 함께 은밀하고 안전한 접선 방법을 알렸다.


CNN은 “CIA가 이번 조치로 러시아 안팎에서 수천, 수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전 이후 격화된 정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CIA의 이번 작전은 러시아 후방을 뒤흔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작전은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러시아인들의 푸틴 신뢰도가 날이 갈수록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영국 더타임스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초만 하더라도 푸틴의 인기는 상당히 높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인터넷에서의 검색어들을 보면,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상당히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CIA의 작전은 바로 이러한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푸틴이 저지른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주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곧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시작될 것이고, 그로인해 러시아군의 피해가 속출한다면 러시아 민심은 진짜로 요동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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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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