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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8시간의 미중고위급대화 결렬, 코너에 몰린 중국 - 美설리번-中왕이, 유럽서 전격 회동, 中요구 대부분 美 거부 - 중국, 미국과 대화 거부해 오다가 갑자기 전략바꿔 대화 추진 - 美, 대 중국 압박 강해지자 정상회담 통해 돌파구 찾으려는 듯
  • 기사등록 2023-05-17 12:34:13
  • 수정 2023-05-17 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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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설리번-中왕이, 유럽서 전격 회동]


미중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국 외교·안보라인 수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전격 회동했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전날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정찰 풍선 사태 이후 2월초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기한 연기된 뒤, 위기 상황 진정을 위해 3개월여만에 양국 정상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간에 이뤄진 회동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백악관은 “이번 8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미중 양자 관계, 국제 및 역내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이번 회동은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된 노력의 일환으로, 이를 위해 양측은 전략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두 사람은 이틀간 8시간에 걸쳐 대화했다”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갈등이나 충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모았던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 및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반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은 중·미 관계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관계의 하강을 중단시키고 안정화하기 위해,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전면적으로 설명했고, 아시아태평양 정세, 우크라이나 등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측은 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계속 잘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왕이가 중국의 외교라인 1인자인 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에 오른 이후 두 사람이 별도의 양자 회동을 한 것은 공개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흔들리는 중국의 대미전략]


그런데 미중간 고위급대화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VOA) 중국어판은 16일, “수개월동안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던 중국이 최근 갑자기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번스 주중 대사와 연달아 회담을 가졌고, 왕이 국무위원과 설리번이 오스트리아에서 장시간 동안 회동하는 등 미국 고위 관리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미국 관계자와 전화 통화마저도 거부하던 중국이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추진했다는 것은 중국의 대미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보도했다.


“미중간 대화 강화는 그동안 중국의 오랜 외교 관행이었다”고 지적한 VOA는 “중국은 미국과 그동안 ‘정상 핫라인’, ‘군사 핫라인’, ‘전략 및 경제 대화’와 같은 다양한 대화 및 교류 메커니즘을 구축했으며, 중국은 한때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었다”면서 “그럼에도 중국은 최근 몇 달 동안 그 모든 대화 채널들을 닫아버리고, 심지어 토니 블링컨 미국무장관의 중국방문과 미중정상회담 추진에도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번즈 미국 대사가 베이징으로 부임한 이후, 외교부장을 비롯해 고위 관리들과 아예 만남조차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강 외교부장과 왕원타오 상무부 장관이 대화를 청하면서 미중간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친강 외교부장이 번즈 주중대사와 면담을 하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와 소통 부족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미중간 돌발상황 방지를 위해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VOA는 이번 미중간 고위급 회담이 어느 쪽에서 요청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지만,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이 먼저 번즈 대사를 통해 대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과거에 미국이 요청해 뭔가의 대화를 진행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반드시 “미국의 요구에 의해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문구가 전혀 없어서다.


[중국은 왜 미국과 대화를 요구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 첫 번째 이유는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미중정상회담. 곧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간의 회담을 중국측이 희망하고 있어서다.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의 국제적 흐름이 결코 중국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장 신냉전이 격화될수록, 대 중국 디커플링은 강화될 것이고, 이는 전 세계가 지정학적 블록으로 나뉘어지면서, 중국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판된된다.


물론 중국은 지금도 미중간 관계악화의 모든 요인을 미국에게 돌린다. 이번 오스트리아 고위급 회담에서도 중국은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면서 “미국이 지금의 현상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공세적 대화는 중국 공산당의 오래된 관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상대방을 윽박지르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국의 오랜 외교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측이 대화재개를 위한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미국측은 전혀 양보하지도 않았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리도 왕이와 설리번의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외교적 관여를 위해 전제 조건을 요구하는 중국의 관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측이 무인 비행선 격추와 관련해, 미국이 사과해야 하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지만, 이러한 중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측은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더 이상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이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에서 추진되는 대 중국 견제방안의 현실화 여부다.


일단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에 대한 세계은행(WB)의 대출을 금지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등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세계은행 대출금지 법안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이 미국 납세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대출받으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이 미국 내에서 '항구적이고 정상적인 무역관계(PNTR)' 지위로 불리는 최혜국 대우가 박탈되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미국의 관세가 크게 오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중국의 대미수출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곧 중국의 일부 첨단 기술 부문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미국의 ‘대 중국 압박 2.0’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리 안해도 힘겨운 경제회복은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대 중국 견제방안의 완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간 대화가 결렬된 이유?]


오스트리아에서의 고위급회담 이후, 양측은 이례적으로 짧은 성명만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불과 100단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파트너인 아바 셴은 VOA에 “이런 상황은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만약 중요한 합의사항이 있었다면 양측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미중간 결렬은 아마도 중국측이 미국에 요구한 내용들을 미국측이 대부분 거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 회의 참석을 비롯해 대만입법원장의 미국 의회 방문, 그리고 의회의 대 중국 견제법 발의 등 중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미국측이 중국측의 요구를 거절한 탓일 게다.


분명한 것은, 중국측이 지나치게 중국중심적 사고를 하면서 위시풀싱킹(wishiful thinking)에 의한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 3기가 시작되면서 지나치게 의욕이 넘쳐 있고, 자신감 또한 과도하다 할 정도다. 그러한 국가적 오만이 지금 미국은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도 다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정상국가의 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중국의 지도부가 자신들의 진정한 위치를 깨닫는 것이다. 이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중국의 외교적 고립화는 더욱 빡세게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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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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