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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핵탄두 80개 싣는 잠수함, 한국에 보내는 이유? - 43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핵무장 잠수함이 한국에 배치 - 오하이오급 한 척의 화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0 배 이상 - 트라이던트 미사일 무장한 잠수함 한 척으로 북한 전역 파괴 가능
  • 기사등록 2023-04-29 0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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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는 美 전략핵잠수함]


핵탄두를 80개나 실을 수 있는 미국의 스텔스 전략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온다? 이 무시무시한 일이 현실화됐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선언’의 결과물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이 자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미국이 한반도 전개를 약속한 전략핵잠수함(SSBN)에 대해 유사시 “핵 보복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며 수 주 안에 한반도에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전략핵 잠수함의 위력은?]


CNN은 27일(현지시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눈에 띄는 획기적인 결정이 있었는데, 바로 1981년 이후 43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핵무장 잠수함이 한국에 배치된다는 것이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핵 위협에 대해 한국을 철통같이 지키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 보도했다.


CNN은 이어 “부머(Boomer, 별명:숫 캥거루)라 불리는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SSBN)을 미 해군은 워싱턴 주에 8척, 조지아 주에 6척 등을 각각 모항으로 하여 총 14척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각각 최대 20발의 트라이던트 II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데, 트라이던트 미사일 한 발당 4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8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재하는 핵탄두는 TNT 폭약 기준으로 10만t 규모인 'W76/MK-4'와 'W76-1/Mk-4A' 그리고 45만5000t 규모인 'W88/Mk-5' 등 모두 세 종류인데, 이 중 W88/Mk-5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탄두다. 오차도 90m일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은 저위력전술핵탄두 W76-2도 탑재할 수 있다. W76-2는 핵탄두의 폭발력은 5~7kt 수준으로 줄였다.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가 숨을 수 있는 지하 시설을 타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렇다면 그 위력은 얼마나 될까? 각 핵탄두는 일본에 투하된 원폭보다 20배 큰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하이오급 한 척의 화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0 배 이상이다. 그래서 CNN은 트라이던트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 한 척으로 북한 전역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은 특수전 지원도 가능하다. 해군 특전단(네이비실)이나 해병 특전단(Marine Raiders) 요원을 최대 66명까지 탑승시켜 이들의 수중침투와 퇴출을 지원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되는 핵추진 잠수함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지난 1995년 9월에 개봉된 핵잠수함 관련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영화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세계를 움직이는 3명의 최고 실권자는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국의 핵잠수함 함장이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가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력 강국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러시아를 지칭하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핵잠수함의 위력을 그렇게 평가한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강의 핵전력을 보유한 미국은 소위 '핵무기 3각 체계(nuclear triad)'를 통해 유지된다. 전략폭격기(B-52, B-1B, B-2), 핵미사일 탑재 전략핵 잠수함(SSBN),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3각 체계 중에서 가장 생존 가능성이 크고 최후의 응징수단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SSBN 전력이다. 또한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참고로 SSBN은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는다는 점에서 어뢰 등 비핵무기를 주무기로 하는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과는 차이가 있다.


[美 스텔스 잠수함, 왜 한국에 오는가?]


CNN은 또한 이 SLBM의 통상사거리가 7600km인 점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부터 태평양, 인도양, 북극해에 이르는 광대한 범위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위정책 전문가인 블레이크 허징어는 CNN에 “군사적으로는 이 잠수함들이 잠재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국 근처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정거리가 긴 만큼 목표물 가까이 접근해 있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SSBN이 한국이 오는 것에 대해 CNN은 “최근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비등한 만큼, 미국으로서는 동맹국 한국을 안심시키려는 차원에서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국 주변에 전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도 미국의 SSBN 한국 전개가 북핵 억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의소리(VOA)는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의 말을 빌어 “전략핵잠수함의 정례적인 한국 배치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전략핵잠수함이 부산에 배치되면, 김정은이 오판할 경우 북한 정권을 끝낼 수 있는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맥스웰은 이어 “미국 핵전략잠수함이 핵탄두를 탑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43년 만의 전략핵잠수함의 추가 전개 결정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한국 내 일각의 의구심을 잠재우는 매우 훌륭한 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어느 해역에 미국의 SSBN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김정은을 움찔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SSBN이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북한은 결코 탐지할 수 없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세종연구소 김정섭 선임 연구원도 “핵잠수함 파견이 미국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못박기“라고 말했다. ”다른 종류의 무기지만 북한에 핵 보복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자산이라는 점에서 다른 무기들과 근본적 차이는 없다“고 했다.


[이미 괌에 입항한 미국의 핵잠수함]


미국 해군의 태평양함대사령부는 26일(현지시간) ”전략 핵잠수함(SSBN)인 메인함이 보급을 위해 태평양 괌 기지에 입항했다“면서 사진 4장을 공개했다. 미국이 태평양지역 미 해군기지에 SSBN이 입항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메인함은 오하이오급(1만 8750t급) 잠수함으로 핵탄두가 달린 트라이던트-Ⅱ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사거리 1만 2000㎞)을 발사하는 전략무기다.


괌에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의 입항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만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특히 지난 2022년 1월 SSBN 733 ‘네바다호’가 괌에 입항했을 당시, 오하이오급 입항이 2016년 이후 약 6년 만이고, 역대 2번째라고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태평양지역 입항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메인함이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괌 입항 당일 미국의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반도에 정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핵탄두 잠수함의 한국 방문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전개”를 언급했는데, 여기서 언급된 핵탄두 잠수함이 바로 전략 핵잠이며, 오하이오급은 미국의 유일한 전략 핵잠수함이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그동안 미국의 전략 핵잠은 한반도를 부정기적으로 들렀는데, 미국은 앞으로 전략 핵잠의 초계 항로에 한반도를 포함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에서 미국 전략핵잠이 한국 항구에 들른다는 사실이 더 자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워싱턴선언은 사실상 핵공유]


결국 이번 한미정상간 선언한 워싱턴선언은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 유사시 미국과 핵 정보 공유·공동 기획·공동 실행 등 내용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나토식 핵공유’라는 평가를 해도 좋을 것이다.


워싱턴선언은 나아가 형식 측면에서는 몇 가지 점에서 ‘나토식 핵공유’를 뛰어넘는다. 첫째, 유럽의 핵기획그룹(NPG)이 유럽과 미국 간 ‘다(多) 대 일’ 협의체인 반면, NCG는 한국과 미국 간 ‘일 대 일’ 협의체라는 점에서다. 둘째, 워싱턴선언은 양자 정상회담에 따라 관행적으로 나오는 공동성명이 아니라 특별선언 형식으로 나왔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이를 직접 약속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도 남다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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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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