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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앞뒤가 다른 중국, '살계경후' 두려움에 빠진 글로벌 기업들 - 글로벌 CEO모아놓고 미국 기업 전격 폐쇄 조치한 중국 - 로이터 “중국 위험에 대해 지금 당장 적색경보를 울려야 한다” - 앞에서는 달콤한 유혹, 돌아서서 칼을 들 수도 있는 나라가 중국
  • 기사등록 2023-03-29 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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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100명 모아놓고 美공격한 中]


중국은 지금 다급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려 3년간이나 펼치면서 경제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황이라 이의 재건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떠났던 글로벌 기업들을 다시 중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더구나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을 떠나려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발목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의 이러한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 바로 지난 26일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이었다. 이 포럼의 핵심 주제는 개방 확대와 과학기술 자립 강화였다. 이 행사를 위해 중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세계 굴지의 기업 대표 약 100명을 베이징으로 불러 모아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 포럼에 시진핑 국가주석도 축전을 보내 “중국은 대외 개방의 기본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며 “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개방 전략을 확고히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진핑은 이어 “규칙, 규제, 관리, 표준 등 제도적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각국 및 각측과 제도적 개방의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이날 포럼에서 기조발언자로 나선 시 주석의 최측근 딩쉐샹 국무원 상무(수석) 부총리도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정책이고, 현재 중국의 선명한 표시”라며 “우리의 발전 구도는 폐쇄적인 국내순환이 아니라 훨씬 개방적인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이 열리는 동안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글로벌 CEO들을 두루 만나면서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보장할 것이니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까지는 중국이 웃는 얼굴로 글로벌 CEO들을 대하면서 투자유치를 위해 진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항상 그렇듯이 중국은 마치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변검(变脸)을 하듯이 또다른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 글로벌 CEO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외부와 교류를 하더라도 철저하게 외부인의 입장이 아닌 중국 입장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앞세운다. 이번 포럼의 주제만을 보더라도 ‘개방 확대’와 ‘과학기술 자립 강화’가 핵심 주제였다. 그러나 이 두 주제는 사실 가치의 방향이 엇갈린다. ‘개방확대’는 외부 지향적이고 ‘과학기술 자립 강화’는 내부지향적이다. 그러니 이 두 주제를 글로벌 CEO들에게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개방을 확대한다면서 중국내 기업들의 기술자립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메시지나 다름없어서다. 기술자립을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중국의 경제를 중국기업 중심으로, 또 중국의 기술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사실 중국기업들이 기술자립을 하는 순간 중국으로부터 떠나야만 한다.


물론 중국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필두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본격화하는 마당에 당연히 기술자립을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자립은 중국의 국내용이지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두 주제를 동시에 내어놓은 중국 지도부의 의식세계는 과연 어떤 수준일까? 그러니 글로벌 CEO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뿐 만이 아니다. 글로벌 CEO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중국은 대담하게도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물론 글로벌 CEO들이 베이징에 모이기 직전인 21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 능력 확장에 제동을 거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 장치)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으로서는 글로벌 CEO들이 베이징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런 행사를 앞두고 미국이 초를 쳤으니 당연히 열불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곧바로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다.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원슈(韓文秀)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 포럼 발제자로 나서 “경제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와 척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중국에 계속 투자하라는 의미다.


여기에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친강 외교부장도 “미중 관계의 꽃샘추위가 매섭다. 미국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기업에 최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국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중국내 기업들에게는 수용될지 모르나 글로벌 CEO들에게는 얼토당토않는 행위에 다름없다. 미국을 등지고 중국에 투자를 하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미국 기업 전격 폐쇄 조치한 중국]


그런데 중국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 또 하나 발생했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개방과 기업환경 보호 등을 외치면서 정작 중국 당국은 20일 베이징에 있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Mintz)그룹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중국인 직원 5명을 체포하고 사무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체포된 직원들은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베이징 외곽 모처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츠그룹은 사기와 부패, 직장 내 위법 행위 같은 기업 내부 문제나 그 배경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업체로 베이징을 포함해 전 세계에 18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런데 미국기업에 대한 전격적인 사법처리는 글로벌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전날인 24일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중국 외교부와 베이징 공안국은 이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사실 글로벌 CEO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업도 민츠그룹과 같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는데도 중국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과연 있을까?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사실 마오닝 대변인의 말대로 외교부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외교부나 상무부 입장에서는 글로벌 CEO들을 잘 달래면서 중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기업이 전격적으로 운영이 중단되며 또 소속 직원들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은 도대체 누가 연출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자체가 글로벌 CEO들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내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만 불행하게도 각 부서간 조율과 협업은 별로 원활하지가 않다. 다시말해 글로벌 CEO 100여명을 베이징으로 부른 외교부나 상무부와 공안파트와의 조율은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경우에는 외교부나 상무부보다 우위에 있다. 이들은 행정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들에게 주어진 목표가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또한 물불 안 가리고 ‘돌격 앞으로!’ 진격한다.


특히나 지금은 미국과 중국간에 충돌이 거세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면 중국공산당의 핵심 돌격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에 대해 복수할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이 중국의 기업을 향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했으면 중국 역시 미국의 기업에 대해 뭔가 복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진격’을 하는 것이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살계경후(殺鷄儆猴)’라는 말이 있다.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는 뜻이다. 곡예장의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지 않자 주인이 닭의 목을 쳐 공포로써 원숭이를 길들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은 이 살계경후를 애용한다.


이 살계경후는 한국에도 적용된 바 있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했을 때, 그 사드가 중국을 향해 배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도 알면서도 중국이 사드보복을 하는 것에 대해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을 향한 살계경후”라고 단정지었다. 미·중 대결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짓밟아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적의(敵意)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CEO들을 베이징으로 불러 모은 상황에서 민츠그룹에 대해 전격적인 형사조치를 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살계경후다. 그러나 이는 중국 외교부나 상무부와는 전혀 상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러한 살계경후에 공식적인 행정부와 상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로이터통신도 “중국의 위험에 대해 지금 당장 모든 기업이 사회에 적색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아무리 중국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약속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번 글로벌 CEO들이 몸소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하루 빨리 엑소더스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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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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