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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잘 나가던 中배터리업계가 갑자기 벌벌 떠는 이유? - 중국 배터리업계에 등장한 ‘시진핑 리스크’ - 중국 CATL 등 배터리업계의 해외 진출, 전면 중단될 듯 - “하늘 모르고 끝까지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
  • 기사등록 2023-03-28 12: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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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 손?’ 중국의 시진핑]


‘미다스(Midas)의 손’이란 말이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나오는 말로 미다스라는 왕은 탐욕에 빠진 나머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손에 닿는 것은 뭐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능력을 달라고 빈다. 이로인해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된 미다스 왕은 한마디로 금벼락을 맞게 된다.


문제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절대적인 손을 가졌지만 이로 인해 만지는 음식마저 모두 금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쓸모가 없는지 알게 된다. 결국 그는 디오니소스 신에게 그 능력을 없애 달라고 간청한다.


사실 ‘미다스의 손’이란 엄청난 능력을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만지는 것마다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켜 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다스의 손은 지금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신이 최고의 통치자라고 말하는 고집불통의 독재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만한 독재자들은 자신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집권을 지속해야만 국가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고집피운다. 그런 이유로 장기독재의 길을 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착각하는 독재자들이 정권을 유지하는 한 그 나라는 결코 제대로 된 국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고, 이로 인해 그 독재자에 속한 국가의 국민들만 엄청난 피해를 보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그 독재자가 자신은 미다스의 손이 되어 국가의 모든 것을 국민에 이롭게 만들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국가의 본질을 다 망가뜨리는 마이너스의 손이 되어 있다는 것을 결코 깨닫지 못한다.


그러한 마이너스의 손으로 이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로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등일 것이다.


[땡큐, 시진핑!]


사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장기독재의 욕심을 부리면서 잘 나가던 중국을 완전히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시키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시장경제로 나아가던 덩샤오핑 노선을 벗어버리고 세계패권 장악이라는 망상을 앞세워 자신이 마치 미다스의 손이라 착각하면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지만 시진핑이 의욕적으로 앞세우는 정책마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을 완전히 10년전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들만 만들어 내고 있다.


시진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를 버리고 주동작위(主動作爲·내가 주가 되어 일을 도모하라)로 나아갔다.


실제로 시진핑은 전 세계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는 정반대로 봉쇄중심의 방역정책을 채택했다. 그뿐인가? 미국과 협력하는 대신 중국의 권위를 세계 제일로 내세워야 한다는 중국몽을 앞세워 패권경쟁에 나섰다. 공동부유를 실현한다면서 부동산정책을 손댔지만 시진핑 때문에 중국경제의 근간이 완전히 무너졌다. 교육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시진핑의 선택은 모두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시진핑이 손에 대는 일마다 중국을 후퇴시키고 중국인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만드는 알들만 계속해 온 것이다.



지난해 10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브렛 스티븐스가 쓴 ‘고마워요, 시진핑’(Thank You, Xi Jinping)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친애하는 시 주석에게’로 시작하는 이 칼럼은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사실상 종신집권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먼저 10년 전 시 주석이 집권할 당시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중국이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국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때만 해도 상류층 미국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중국어 교육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었다.


그런데 시진핑 집권 후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신장 위구르 주민들에 대한 탄압은 구(舊)소련 시절 강제수용소에 비교할만하고, 시 주석이 내세우는 경제 개혁은 사실상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체제로의 퇴행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특히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의 대도시를 거대하고 살기 힘든 감옥 식민지로 변모시켰다.


시 주석은 자신도 의도하지 않게 자유세계와 비자유 세계의 경쟁에서 자유세계에 유리한 행동을 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미국 시스템과 정치 지도자들은 결점이 있고 과거의 장점들도 퇴색했지만 시 주석 체제의 암울한 중국을 대안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게 바로 미국이 시 주석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 말이 이것이다. “당신의 3연임이 언젠가는 미국과 다른 자유 국가에게 예상치 못한 축복 중 하나로 인정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국 배터리업계에 등장한 ‘시진핑 리스크’]


그런데 또다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시진핑에게 ‘땡큐 시진핑’을 합창할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중국이 진짜 잘나가는 산업인 배터리업계에 시진핑이 직접 훈시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6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해, 배터리 업계의 묻지마식 확장과 투자에 대해 경고를 했다. 이미 황제가 되어버린 시진핑이 배터리 업계를 콕 찍어 불만을 표했으니 이제 소위 ‘아랫것’들이 벌떼같이 나서서 배터리 업계를 손을 보게 될 것이다.


이날 정협에서는 세계 1위 자동차용 배터리 업체인 CATL(寧德時代)의 쩡위췬(曾毓群) 회장도 정협위원으로 참석해 “CATL이 작년 세계 시장점유율 37%로 6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고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핵심 전략 광물 확보를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보고를 들은 시 주석이 칭찬을 하기는커녕 “신흥산업은 불꽃처럼 솟아오르는데, 즐거움도 있지만 걱정도 있다”면서 “우리가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기세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우르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가 결국엔 뿔뿔이 흩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질타했다.


시진핑은 이어 “국제 경쟁에 참여할 때는 시장은 얼마나 큰지, 어떤 위협이 있는지를 살피는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면서 “안정적이고 신중하게 산업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고, 산업 발전과 안보의 관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CATL의 경영전략까지 통제하고 간섭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물론 시진핑의 발언은 사실 배터리의 공급과잉을 우려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중국은 2차전지 업체가 3만3200개에 이르고, 작년 한 해에는 940개가 새로 생겼다. 이로인해 2차전지 생산량이 무려 130%나 늘었다.


또 하나, 시진핑의 우려사항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해외 진출 관련 부분에 대한 우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너도나도 전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시진핑의 우려는 이렇게 서방으로 진출한 배터리기업들이 서방의 볼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덩샤오핑때와 같이 ‘서방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였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미중 디커플링 시대 도래때에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도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CATL은 해외로 더 진출해야만 회사의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37%로 압도적인 1위였고, 중국 시장 점유율도 50%이지만 전 세계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연히 해외에 공장을 짓고, CATL을 추격하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을 따돌려야만 하는 막중한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올 1월을 기준했을 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4.2%로 1위, CATL이 24.1%로 2위, 파나소닉이 22.1%로 3위다.


그래서 CATL은 올 1월 연산 8GWh(기가와트시) 규모인 독일 튀링겐 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작년 하반기에는 헝가리에 80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100 GWh 규모의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월에는 미국에도 포드와 협력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 시장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려는 CATL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시진핑의 지시는 중국에서는 바로 법이고, 국가정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진핑의 경고가 CATL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홍콩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왔는데, 이 모든 조치가 시진핑 경고 이후 전면 중단됐다. 시진핑의 경고가 나오자마자 중국 금융감독 당국이 움직인 것이다. 당연히 CATL의 미국진출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ATL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도 중국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CATL은 내우외환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또한번 ‘땡큐, 시진핑’을 외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고집불통 정책 때문에 중국의 배터리업계가 초토화될 수도 있어서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에게 해당되는 말이 딱 이것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


“하늘 모르고 끝까지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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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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