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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8 05:50:49
  • 수정 2023-03-08 1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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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가 있는 사람이나 동물은 모두 팔꿈치를 안쪽으로 굽힐 수가 있기 때문에 먹을 것을 내 입안으로 집어서 넣을 수 있다. 필요하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팔을 뻗어 옆 사람 입에 넣어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팔꿈치의 기본 용도는 나를 위하여 쓰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이기적인 기능에 익숙하다. 그래서 언제나 내 입속에 넣는데 습관이 되어 있어서 옆 사람 입에도 넣어 주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받아먹을 권리는 필수라 생각하고 베풀어야 할 의무는 임의적인 선택뿐이라 하는 이기적 동물로 진화해 왔다. 남에게 주어 기분 좋은 것보다 언제나 받아서 먹어야 기분이 좋다. 봉사직에 선출된 우리의 정치인들과 각계의 고급 인사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들은 최고로 높은 연봉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향유하는 고급 직업인에 불과하다. 그들은 늘 국민과 주민들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이타적인 명목으로 빈번하게 해외로 출장가지만 그들이 제안하는 정책은 온통 자기들 이익에 관련되어 있고 자기 이익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끼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여서 남에게 손해를 본 이야기는 크게 외치지만 자기 스스로 남들에게 손해를 끼친 일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산다. 고위직이나 일반 국민들이나 모두가 이기적인 마음뿐이다.


과연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인지 이타적인 동물인지를 따져보려면 도킨스(Richard Dawkins) 이론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는 케냐의 나이로비 출생으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하고, 그 대학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1976년 35세에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란 책을 저술하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5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서울대학교 추천도서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고, 공공도서관 과학도서로 대출 1위를 차지하는 등 과학 교양서 바이블로 꼽히고 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정하고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으로 가득한 기계로 본다. 이런 유전자의 목적을 충실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원래의 목적도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행동까지도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남기려는 행동의 일부분일 뿐이라 한다.


도킨스는 모성애든지 부성애 행동들도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보다 자신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자식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종족번식과 보존을 위해 현명하다고 각인되어 있는 유전자의 본능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므로 자식이나 손주 중에서 특히 나를 닮았으면 더 예뻐 보이고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유전자가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의 속담에 “내리 사랑은 있지만 치 사랑은 없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타인들을 돕는 봉사활동과 기부 등의 선행 행위까지도 모두 자기의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기적 행동이라고 본다. 하늘까지 모르게 선행과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그런 행위 자체가 자신의 자존감과 자아실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기적 행동으로 해석한다. 우리 주변에 봉사활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정계의 고위급으로 진출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고위급 인사들이 연말이 되면 기자들을 이끌고 달동네에 올라가서 연탄 몇 장 나르는 사진 찍는 활동을 하는데, 이런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귀 수놈은 교미를 하기 위해 암놈의 등에 올라타는데, 방심하면 암놈에게 잡혀 먹힐 위험성이 매우 높다. 교미하려는 순간에 암놈에게 걸리면 수놈은 머리에서부터 먹히게 된다. 그렇지만 머리 부분이 먹히기 시작해도 교미행동은 무사히 완수할 수 있다. 왜 수놈들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면서까지 교미 행동을 완수하는 것일까?


이는 분명 목숨을 버리더라도 사마귀의 집단적 번식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을 “집단 선택설”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희생되어도 개체군을 통해 자기의 유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본능적인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선택 이론의 또 하나의 좋은 예는 꿀벌의 행동에서도 볼 수 있다. 꿀벌은 집단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꿀벌 세계는 크게 여왕벌과 일벌로 나눠진다. 정자를 보관할 주머니를 따로 갖고 있는 여왕벌이 수벌과 교미를 위해서 처녀비행을 할 때, 단 한 번의 교미를 통해 수벌에게 수억 마리의 정자를 받아 저장하고 있다 난자가 생성하면 저장했던 정자의 일부분을 뿌려 수정하게 한다. 이 때에 난자는 가장 빠른 정자를 받아서 수정하고, 아직도 정자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 있는 정자는 무성 생식을 통해 번식 능력이 없는 유전자가 1/2밖에 없는 일벌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일벌은 평생 동안 여왕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뿐만 아니라 침입자들을 자기의 독침으로 쏘아 퇴치하고 장렬히 죽기도 한다. 이와 같이 번식을 한 번 못하고 평생 일과 방어에 일생을 바치는 행동은 유전적으로 개체군에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집단 이기적 본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집단에 희생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집단을 통해서 지속시키려고 하는 호혜적인 이기주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는 종(Species)의 진화 현상도 적자생존의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적자생존 이론과 자연선택의 개념을 유전자의 단위로 설명하고자 했다. 도킨스에 의하면, 다윈이 밝혀낸 진화의 메커니즘이란 바로 자연의 선택이며 곧 유전자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동식물은 물론 인간에 대한 분석 틀도 유전자 개념에서 설명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동식물은 모두 유전자의 자기본능적 욕구를 충실히 수행하는 생존기계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들도 유전자를 스스로 보존하기 위해 계속 진화해 나가려는 일종의 생존기계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유전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곧 “이기주의”이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자기 생존 혹은 보존 가능성을 말한다.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들은 이기적인 행동일 것이고, 반대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행동들은 이타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생존 본능 개념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화적인 행동에도 확대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리스어 “모방”을 뜻하는 미메메(mimeme)란 말에서 따온 “밈(meme)”이라는 신용어를 만들어서 음악, 사상, 패션, 관습, 의식, 건축, 언어, 종교 등 각 영역의 문화적 요소들을 복제해서 다음의 세대까지 전달해 주는 매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생물학적 복제를 유전자(gene)가 담당한다면 정신적 문화적인 것의 복제는 밈(meme)이 담당한다.


여기에 가끔 나타나는 이타적인 행동도 알고 보면 정교한 이기주의 행동에 불과하며 또 이기주의의 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전자는 생존에 필요한 전략을 가르쳐 주며 간접적이면서도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에 이득이 되는 것은 발전시키고, 해가 되는 것은 도태시키며 진화를 거듭한다.


요약하면 유전자는 생존 프로그램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생명체는 생명이 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해야 생명체로 존재할 수 있다. 생명체는 생명체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에너지를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발표할 당시에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던 유럽 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그 파장은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서 진화이론에 반대하는 기독교 신학자와 진화론자 간의 찬반 논쟁이 지속되는 실정에 있다. 그러던 중 1976년에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발표하면서 생명 진화과정을 유전자 단위로 설명하는 “이기적인 유전자설”을 제안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이 논쟁은 한층 더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이론이 사회생물학자와 진화 생물학자들에게 뜨거운 관심거리가 되었던 것은 과연 생명체의 진화가 단지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환원주의 또는 결정론에 빠지게 되는 논란을 촉발하게 됐고, 동물과 달리 문화를 가지고 사회를 이루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되어 온 인간도 유전자가 살아남으려는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라는 가설에 대한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학자들은 본능과 정반대 쪽에 있는 개념들인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과연 유전자의 명령만 따를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조정 당하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생물학적인 이기적 유전자와 문화 유전자 밈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생물학적 유전자 명령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 유전자 밈의 요구에 따를 것인지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최종 결정된다고 해석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 유전자의 결정권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고 싶다는 행동은 우선적으로 생물학적 유전자 프로그램에 따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결혼하는 문제도 아이를 낳는 문제도 모두 현재의 사회적인 여건으로 볼 때 매우 힘든 일이라고 판단하여 결혼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결심했다면, 그러한 가치관은 문화적인 유전자인 밈의 요구를 더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파종하는 종자라는 유전자는 변화시킬 방법은 없겠지만 밈이라는 문화적인 유전자인 농부의 정성과 노력에 따라 수확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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