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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16 07: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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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시내에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등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직접 비판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업의 무한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착수했다.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무너트리고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금리인하 혜택 등 국민의 금융서비스 질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범이다. 이에 따라 과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참여하지 않은 네이버와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최종적으로 탈락한 키움그룹이 다시 재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아직까지 인터넷은행의 메기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제4 인터넷은행의 출현이 실제로 은행산업의 독과점 체재 타파와 경쟁유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때처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재현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독과점 실태를 지적하며 경쟁을 촉진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은행업 과점 폐해가 큰 만큼 예대마진 축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돈잔치를 작심비판하며 '상생금융'을 강조한 연장선에서 은행의 과점구도 혁파까지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 함께 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4일 임원회의를 통해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과점체제 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산업의 과점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본격적인 방안에 착수한 상태다.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은행산업의 근본적 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산업의 경쟁 자체를 촉진시켜 가격(금리) 측면에서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라며 "은행권이 현재 금리공시제도 등 금리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보다 더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경쟁이 제한된 과점체제 하에서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손쉽게 막대한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이 십수년 동안 은행 산업을 독과점 하면서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하는 등 소위 '담합' 행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기존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출현시키면 완전경쟁 시장으로 바뀌어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질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신 71.4%, 수신 63.4%에 달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 다양한 대책이 거론되는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제4의 인터넷은행을 출현시키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적인 기업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은행법의 금산분리 조항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의 대주주가 금융산업의 지분을 일정 부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는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혁신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로선 제4인터넷은행 사업자로 네이버와 키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때부터 유력 후보로 올랐던 곳인 만큼 이번 기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네이버는 2019년 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할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국내가 아닌 해외의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돌렸다. 현재 네이버는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2019년 당시 금융당국의 예비인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키움그룹도 재도전 의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시 인터넷은행 외부평가위원회는 키움그룹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해 최종적으로 탈락시켰다. 이후 두 번째 예비인가 신청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 키움그룹은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기권'했다.


일각에서는 제4인터넷은행이 출현한다 하더라도 은행산업의 메기효과를 제대로 낼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취지로 설립됐는데, 실제로는 기존 은행업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의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출현으로 일반은행의 시장집중도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 역시 제4 인터넷은행 출범시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부터 대주주들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설립 이후에도 의결권 기준 최대 4%까지만으로 돼 있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34%까지 완화해 주는 '은산분리'로 재벌 특혜 논란이 극심했다.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빼주는 특례법 통과 과정에서는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걸림돌을 없애준 특혜법이란 논란이 거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할 경우 특혜시비 차단과 함께 메기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센스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재는 은행업은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단일 인가 체제다. 스몰 라이센스는 은행 인가를 중소기업금융이나 소매금융 식으로 단위를 나눠서 진입 장벽을 허물어주는 제도다.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평가 결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직 진입 초기인 만큼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지켜보고 경쟁 촉진이 필요할 경우 스몰 라이선스도입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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