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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16 07: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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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어떤 신통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수 십 마리의 오리 떼를 데리고 산행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기러기 떼를 자유자재로 명령하여 행동을 통제하는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어떤 동물 사육사는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들과 함께 놀기도 한다.


이런 가능성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자는 로렌츠(Lorenz)라는 동물행동비교 학자다. 그는 달걀이 병아리로 부화될 짧은 순간에 그 병아리 앞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 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화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 대상에게 모든 주의와 관심이 집중되어 그것을 쫓는 학습이 일어나는데 이런 학습을 특별히 각인(Imprinting)이라 한다. 그리고 이런 각인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을 임계기(Critical period)라 부른다.


이렇게 자연 상태에서는 부화 직후 병아리 앞에서 움직이는 대상이 대개 어미가 되는데, 그 움직이는 어미를 쫓아다녀야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험 장면에서는 어미 대신에 실험자가 각인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떤 특정한 사람을 오리 새끼에게 각인을 시켜주면 평생을 통해 그 사람을 어미로 알고 따라 다니게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나 어류, 곤충류에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조류는 태어난 지 2~3시간 만에 형성되고 대개 30시간 후에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도 어떤 경험이나 연습이 어떤 행동을 성취시키는 데 있어서 최대의 효과를 가져 오는 시기가 있으며, 그 시기를 놓치면 학습이 곤란한 시기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흔히 모든 학습에는 다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발달단계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학습하기 때문에 발달 단계에 따른 발달시기와 적성을 잘 파악하여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조기교육”이란 각각의 행동발달 시기에 맞추어 적절하게 학습이나 연습을 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조기교육이란 말은 그 뜻으로 보면 틀린 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적기 교육”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말이다. “적기 교육”이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고 발달하는 때를 맞추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신체적 발달의 원리는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중앙에서 말단으로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즉 신체적 육체적 발달은 신체 하위부분인 무릎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목 가누기 등 아래에서 위로 발달하고, 신체 중앙 부위인 가슴으로 해서 팔꿈치로, 그리고 다시 신체의 말단 부위인 손목으로 해서 손가락으로 발달해 간다.


그러나 뇌의 발달은 각 기능별로 다른 발달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본다. 인지 능력은 인지 발달 순서에 따라 발달하고, 도덕 능력은 도덕발달 단계에 따라 발달한다. 인지발달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적응과정으로 몇 가지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보는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Piaget)의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인지발달의 각 단계에 도달하는 데는 개인의 지능이나 사회 환경에 따라 개인 간 연령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발달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피아제가 주장하는 발달단계는 감각-운동기(0~2세), 전조작기(2~7세), 구체적 조작기(7~11세), 형식적 조작기(11세 이후)의 네 단계로 구분한다.


감각-운동기에는 감각적 반사운동을 하며, 숨겨진 대상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 보이지 않는 위치 이동을 이해할 수 있는 “대상 영속성” 개념을 이해한다. 예를 들면 영아에게 인형을 보여 주면서 등 뒤로 감추어도 영아는 인형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등 뒤에 그대로 있다는 이른바 “대상 영속성 개념”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조작기에는 상징을 이해하고, 사물의 크기와 모양과 색 등과 같은 지각적 특성에 의존하는 직관적 사고를 보인다. 특히 이 시기에는 모든 것에 대해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여서 모두가 자기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 조작기에는 사물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사물들을 순서화 하는 능력이 생기며,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과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형식적 조작기에는 논리적인 추론을 하고, 자유, 정의, 사랑과 같은 추상적인 원리와 이상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이다.


도덕적 단계에 대한 발달이론은 콜버그(Kohlberg)의 이론이 대표적이다. 도덕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떠한 논리를 사용하는지를 관찰하여 도덕적 사고의 수준을 3개 단계로 분류 한다.


첫 번째 수준은 전인습적 도덕사고 수준이라 하는데, 이때는 외부적 보상이나 처벌에 근거하여 도덕 판단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엄마의 말이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무조건 엄마의 말에 복종한다.


두 번째 수준은 인습적 수준으로 보통 타인이나 관습(법률)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규정된 도덕관을 내면화 하는 시기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학급에서 정한 규칙 때문에 떠드는 학생은 선생님으로부터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 수준은 후인습적 수준으로 도덕적 가치를 완전히 내면화 하여 외부기준이 필요 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르는 시기를 말한다. 예를 들면, 한 밤 교차로에 차가 한 대도 없어도 직진 신호를 지켜 안전운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본인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아주 높은 도덕수준이다.


이 같이 모든 행동에는 발달하는 적정 시기가 있는 데 그 시기를 앞당겨서 억지로 학습을 시키거나 훈련을 시키는 것은 잘못된 조기교육으로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수영을 일찍 시킨다고 수영능력을 일찍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아직 피아노를 연주할 발달시기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일찍 피아노 연주를 훈련시키는 것도 잘못된 조기교육이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빨리 걸었다고 육상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며, 말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고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린 나이에 천자문을 줄줄 외운다고 천재가 탄생했다고 감격해 하는 어리석은 부모를 많이 볼 수 있다. 도덕수준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 양심적인 행동을 설득하거나 하나님의 양심을 강조하려는 부모도 아직은 이른 도덕 교육이다.


일정 임계기나 발달시기에 일단 습득하기만 하면 조금 빠르거나 늦어도 일생을 통해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말을 일찍 배운 아이나 늦게 배운 아이나 모두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일생을 통해 언어능력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역으로 어떤 행동을 학습할 발달시기가 왔는데도 학습을 시킬 시기를 놓치게 되면, 후에는 아무리 많은 연습과 학습을 하더라도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된다. 성인이 되어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을 배우기 시작하면 이미 때가 지나갔기 때문에 희망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것은 배우고 익히는 때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명한 언어학자 촘스키(Chomsky)는 언어발달의 단계를 각각의 외국어별로 구분하기 이전에 인간의 대뇌 속에는 보편적인 언어 프로그래밍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이렇듯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 되어 있는 언어발달의 프로그램에 따라 차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인지발달과 신체발달이 계속되면 모방과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풍부한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어린아이는 초등(국민) 학교에 입학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혀(입)를 통해서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즉 언어를 배우게 되는 시기는 국가가 가르치기 시작하는 초등(국민)학교가 아니라 엄마의 혀(입)를 통한 모어(mother tongue)로 부터 배운다. 


이러한 언어는 뇌의 좌반구에 있는 언어중추에서 관장하는데, 초등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이전에 언어중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미 모어에 대한 언어프로그램이 형성된 후에 다시 학습하는 다른 외국어 학습은 별도의 또 다른 언어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한 개의 언어중추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 


결국 두 개의 언어 프로그램이 따로 따로 작동되기 때문에 뇌의 언어중추에서 모어와 또 다른 언어(외국어)에 대한 문장 및 문법의 번역이 이루어진 후에 언어중추에서 번역한 말이 나오게 된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외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내 머리 속에 있는 두 개의 언어프로그램이 바쁘게 번역을 해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아주 더디게 나온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언어를 학습하고자 할 때는 모어를 학습하는 시기에 함께 이루어져야 두 개의 언어라 하더라도 언어중추 내에서 한 개의 언어프로그램으로 동시에 짜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언어라 하더라도 복잡한 번역이라는 과정 없이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어와 같은 형태로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다. 결국 외국어 학습은 모어를 익히기 시작할 때부터 일찍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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