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김정은의 일갈, “시진핑은 거짓말쟁이” - 이미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북중관계 - 시진핑, 김정은 컨트롤할 능력 자체가 없어 - 시진핑에게 있어 김정은은 ‘언터쳐블맨(Untouchable Man)’
  • 기사등록 2023-01-27 12:45:23
기사수정



['중국인은 거짓말쟁이' 말한 북한 김정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으며 차라리 주한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는 것이 북한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내용이 북중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 국면에서 미북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발간한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2018년 3월 30일 첫 방북길에 올라 김정은과 대화했을 때, 그는 중국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는 이어 “'중국공산당은 늘 미국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김정은에게 말하자 그는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여기서 중국인이란 점잖게 표현한 것이고, 실제로는 ‘놈’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또한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은 아예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폼페이오는 전했다.


[폼페이오의 증언,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까?]


사실 폼페이오의 김정은 관련 발언은 북중관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만약 폼페이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불쾌할 것이고, 북중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정은의 그러한 중국 불신 발언은 이미 중국도 다 알고 있다. 북·중 관계는 우선 시진핑 주석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온도차이가 나며, 그것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분기점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선도 냉랭해졌다.


특히 중국은 2006년 10월의 핵실험 이후 북한을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국가일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도전국가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이 북한지역을 통해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운데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 북한의 가치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도 근본적으로 중국을 신뢰하지 않으며, 중국 또한 북한을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중국을 엄청나게 의식을 한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신뢰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신압록강대교이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북중국교수립 60주년 기념사업으로 2014년 4월 완공 목표로 중국이 공사비 전액을 출자해 완공하려 했다. 중국은 특히 이 다리를 건설하면서 예정보다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딱 한가지. ‘중국인민군의 전차부대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이 다리의 건설을 서둘러 시행한 것은 단둥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220km에 불과해 이 다리의 효용성은 상당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생기더라도 미군보다 더 빨리 평양 진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북한은 신대교의 북한 측 최종 공사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완공을 미뤘다. 지난해 말에도 이 다리와 북한 국도 제1호선을 연결하는 약 4㎞ 거리의 접속도로 공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전한 개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은 말로는 혈맹관계라는 단어로 포장되었지만 내용은 불신과 분노로 가득한 관계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내부에서도 북한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차갑다.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학습시보(學習時報)의 부편집장이었던 덩위원(鄧聿文)이 2013년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을 포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저해하는 전략적 문제아(strategic problem)로 전락함에 따라 중국내에서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과 그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표적인 지한파인 옌쉐통(閻學通) 칭화대 당대국제관계 연구원장도 그의 저서 “历史的惯性(역사적관성)”을 통해 ‘향후 미·중의 양극체제 구도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 승리하려면 그간 자국이 견지해온 비동맹 원칙을 버려야 하며,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편이 되어줄 동맹과 우방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비록 미국의 동맹국이나 중국과도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전후하여 중국 내에서 한‧중 동맹론에 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하게 퍼졌다.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사무연구소 소장은 한국이 경제와 안보 두 가지 측면에서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는 일이 서로 모순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러한 한·중동맹론에 이어 2014년 중반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 중국 내부에서는 ‘기조론(弃朝论)’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기조론은 ‘방기조선(放弃朝鲜)’, 즉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뜻하며 당시 중국 내 기조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를 내세웠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고, 둘째는 북‧중 사이에 많은 모순과 분쟁이 있으며 북한이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중국에 마이너스 자산(负资产)이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리둔치우(李敦球) 교수는 2014년 11월 27일자 중국의 환구시보(环球时报)에 기조론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으면서 반기를 들었다. 리 교수는 북‧중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서로가 필요한 관계라고 보았다.


그러자 같은 해 12월 1일 전 남경군구 부사령관 왕흥광(王洪光)이 리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환구시보(环球时报)에 북한이 그간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에서 중국과 의논하지도 않았고, 중국의 의견을 존중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이러한 북한의 도발들이 중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침해해왔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러한 토론이 중국 내부에서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당연히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2014년 6월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시진핑 주석을 가르켜 ‘대국주의자’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015년 8월 20일,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향후 북·중 관계 악화를 예고하는 심한 발언을 했다”면서 “김정은이 측근 간부들 앞에서 ‘중국 놈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똑바로 알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한 백두산을 등정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이 베이징을 향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북중관계의 내밀한 속내다. 겉모습과 속은 완전 다르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이렇게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 김정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수시로 아들 김정은에게 중국을 믿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은 평소에도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개념이 김정은에게 그대로 전수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북중관계에 대해 옌쉐퉁(阎学通) 중국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장은 “북중동맹조약은 이미 깨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조약상의 어떤 조항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실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북중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013년 4월 당시 미국 존케리(John Kerry)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에 대한 견해를 물은 바가 있다. 이때 시진핑은 “그저 어린아이의 못된 장난질일 뿐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지역의 안정이 중요하며 북한 현 정권의 안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시진핑의 속내를 잘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아마도 시진핑은 지금도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 “말도 잘 안듣는 이웃집 불량배”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고 막 대할 수도 없다.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생기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중국이 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막 대하자니 김정은의 못된 심보가 어떻게 발동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이 김정은을 컨트롤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중국을 이용해 북한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생각 자체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김정은에게는 지금 우방이라는 것이 없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외교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오직 김정은 자신을 위해 북한은 존재한다. 시진핑에게 있어 김정은은 사실상 ‘언터쳐블맨(Untouchable Man)’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중간 외교관계의 실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405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