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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반도체 굴기’ 투자 중단한 중국 - 반도체 산업 자립 위해 쏟아 부어온 막대한 정부 지원 중단 -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의 대 중국 제재방안이 치명타 - 엄청난 재정 쏟아부어도 반도체굴기 목표 어렵다는 판단
  • 기사등록 2023-01-06 1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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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굴기’ 대규모 지원 중단 검토]


중국이 결국 반도체 굴기를 향한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중국이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에 따른 재정 부담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해 쏟아 부어온 막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의 일부 관리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0년간 1조 위안(약 184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 방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이 같은 투자 주도 접근법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면서 “반도체 투자 중단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안으로 현지 반도체 소재 공급업체들을 통해 소재 가격을 인하해주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고위관리들은 대규모 반도체 산업 보조금이 그간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한데다 오히려 뇌물 등 부패와 미국의 제재만 불러왔다고 보고, 이를 철회하는 방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중국의 방침에 대해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핵심으로 여겨온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의 전환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엄청난 지원을 해 왔던 중국의 반도체산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동안 반도체산업이 중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견지에서 ‘반도체굴기’를 적극 추진해 왔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대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높은 의존도를 중국의 약점으로 꼽으며, 이를 시급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또한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만큼 기술 자립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0월 16일의 당대회에서도 “중요한 핵심 기술의 난관 돌파전에서 결연히 승리하겠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차단에 맞서 ‘반도체 투쟁’을 선언했다. 그만큼 시진핑 주석은 반도체 굴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반드시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깊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2014년 토종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약칭 대기금)를 포함해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재원을 투입했다.


450억달러(약 57조2천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중국 국영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에도 미국의 반도체 부문 제재와 압박에 맞서 자국(自國) 반도체 산업 육성에 5년간 1조위안(약 18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당국이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감세(減稅)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반도체 기술 연구 및 개발을 확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은 2023년 1분기 중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매체들은 전했다.


중국의 지방정부들 역시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해 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0월 19일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자국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와 정책지원을 배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중국 지방 정부들의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은 미국이 최근 새로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대중국 반도체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굴기' 추진하려는 중앙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이자 '기술 허브'인 광둥(廣東)성 선전시는 관할 지역 내 반도체 설계 기업들에 연간 1천만 위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선전시는 또 높은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선전시에 사업장을 세우는 반도체 기업에 3천만 위안의 현금 지원을 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중국내 주요 도시들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방안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것이 불과 두어달 전이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지원사업을 중단한다고 하면 당연히 지방정부들의 재정지원 역시 올스톱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역점 사업이었던 반도체 굴기를 향한 꿈을 일단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연 반도체 굴기를 포기한 것일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그렇게도 금과옥조로 삼았던 반도체굴기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일까? 일단은 현실성 때문이다. 다시말해 자금을 천문학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통제방안 발표였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통제를 본격화할 것이고, 앞으로의 통제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 20일(현지시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업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긴급 대책회의를 하는 등 위기감에 휩쌓였다”면서 “아직은 내수 지원 강조 외의 새로운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당시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슈퍼컴퓨터 업체 수광(曙光) 정보산업을 비롯한 반도체업계 주요 기업 임원들을 소집해 비공개회의를 열고 미국의 제재에 따른 피해를 평가했다.


이렇게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은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제재 방안이 중국의 반도체산업 미래 자체를 송두리째 거둬가 버릴 수 있다고 판단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내놓은 제재방안에는 한마디로 첨단 고급기술의 중국 유입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동시에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의 고급기술자들마저 철수시키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관계를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제재 방안에 대해 비상회의 참석자 다수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기술자립 의지는 물론 반도체 업계가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YMTC 측은 회사의 미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위기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도체업체 비런(壁仞) 측은 대만 TSMC와 7나노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계약했는데, 이번 제재로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내에서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고 실토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공업정보화부 당국자조차도 할 말을 잃었으며, 당연히 앞으로의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당국자가 할 말은 내수시장 활성화라는 되지도 않는 방안 뿐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국 정부당국도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반도체산업 진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논쟁은 과연 엄청난 규모의 대기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고 했을 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를 과연 이룩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능성을 보려면 그동안의 실적에 대한 평가부터 해 봐야 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4년부터 총 7000억 위안(약 139조원) 규모의 대규모 반도체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독립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뿌린 자금들의 결실이 어떻게 나타났을까? 허망하게도 엄청나게 뿌린 돈을 바탕으로 생겨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들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기술 확보 실패 등으로 인해 줄도산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매년 1000여개가 도산하더니 2021년 부터는 3~4000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왜 그랬을까? 자체 기술도 없으면서 의욕만 앞세운 기업들이 많았던데다 그저 정부가 마구 뿌려대는 자금을 일단 받고보자는 사기성 업체들도 비일비재해서다. 심지어 대기금 펀드 당사자들까지도 부패에 가담해 조사를 받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눈 먼 돈이었고, 줄줄 새는 공짜 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허망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은 한마디로 중국 정부의 대단한 착각 때문이었다. 관영 과기일보 편집장을 지낸 류야둥 난카이대 신문미디어학원 원장은 중국 방송 대담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만들어지는 국제 협력의 산물”이라며 “반도체 만들기가 원자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모든 힘을 집중해 큰 일을 이뤄내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거국체제는 큰 장점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시진핑은 그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했던 것이다. 마치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처럼 시진핑도 ‘반도체 대약진운동’을 펼쳤지만 참혹한 귀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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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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