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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01 06: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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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에서 텃세라는 장점을 살리면 홈 팀이 이길 승률이 높고, 원정 팀은 상대 진영에서 도망치고 싶은 회피본능이 있어서 승률을 높이기 어렵다. 이처럼 홈 팀이 자기 영역을 지키려 하는 행동을 영역 수호권, 또는 텃세라 부르는데,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런 현상을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home ground adventage)라고 한다.


미식축구에서 미국 리그의 경우 홈 팀 승률이 69.1%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리그에서도 60%를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NBA 농구는 62.7%, 국제 크리켓은 60.1%, 럭비 NHL59%, 야구 MLS54.1%, 일본 야구는 53.3%로 모두 홈팀의 승률이 높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1982년부터 2015년까지 34년 간 16,380경기 중에서 홈 팀이 8,462번 승리하여 홈 팀 승률 51.7%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리그에서도 10개 팀별로 144경기 중 130경기 이상을 소화한 현재 무관중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홈 팀 승률 52.5%, 방문 경기 승률 46.0%로 홈팀의 승률이 높다


이 같이 운동 경기에서 홈팀의 승률을 더 높이는 텃세 효과의 이유에 대해 예일 대학의 모스코위츠(Tobias Moskowitz) 교수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편집장인 베르트하임(Jon wertheim) 박사는 다음과 같은 환경적 조건이 홈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로 관중의 함성소리는 양 팀 선수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 구장에서 들리는 함성 소리는 최대 137dB인데, 125dB 이상이 되면 소음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제트기가 100피트 상공에서 비행할 때의 소음이 140dB 임을 감안하면 함성 소리가 양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된다. 홈팀에는 격려의 긍정적인 소리로 들리게 되고, 원정 팀에는 시끄러운 부정적인 소음으로 들리게 된다.


둘째로 홈팀은 원정길에서 갖게 되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원정의 길에 오르게 되면 시차 적응 문제, 잠자리와 수면 문제, 음용수 문제, 식사 문제, 컨디션 조절과 바이오리듬 문제 등은 경기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로 홈팀은 익숙한 경기장 환경에 대한 적응 문제에서 장점이 있다. 경기장 규격이나 잔디 상태, 고지대와 저지대에 대한 적응문제도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준다. 원정 지역의 날씨와 온도의 부담감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넷째로 홈에서의 유리한 경기 일정의 효과도 있다. 하루 이틀의 휴식 차이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리그 초반에 홈 일정이 많은 팀일수록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쉬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섯 번째로 홈팀은 경기장 심판 판정에서 유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심판은 관중의 환호나 야유에 심리적으로 반응하여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운동경기에서 홈팀이 누릴 수 있는 텃세와 같은 효과는 일상생활에서도 곳곳에서 일어난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갔는데, 마침 그 집에도 같은 또래 아이가 있어서 함께 놀도록 한다. 그런데 그럴 때면 아이들이 싸움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체로 자기 집에 있는 아이가 이기고, 엄마를 따라 놀러 온 아이는 나이를 더 먹었어도 대부분 지게 된다. 텃세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도 타향이나 외국에 나가면 텃세 때문에 아이들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데, 이런 현상은 생물학적인 본능이 그렇게 지시하기 때문이다. 자기 집이나 고향에서는 자기의 영역을 지키려는 공격 본능이 작동하여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을 발휘하지만, 낯선 장소에 들어오면 위험을 느껴 빨리 도망가겠다는 회피 본능이 일어난다. 이런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회피 본능이 작동하게 되는 시기는 생후 6~8개월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첫돌 전후에 최고에 달하다가 점차 줄어들지만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동물이나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나름대로의 공격-회피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위험거리와 위기거리를 지켜가며 살아간다. 동물의 경우 그가 정한 위험거리로 상대방이 접근해 오면 상대에게 즉각 위험신호를 보내서 상대가 내 영역 밖으로 물러가도록 한다. 이런 신호를 받은 상대방은 재빨리 도망을 쳐서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위험거리를 넘어 위기거리까지 침범하게 되면, 이 때에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공격행동이 작동하게 된다. 상대방도 이에 도전하겠다는 의도가 있게 되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공격행동은 영역을 빼앗으려는 상대방의 공격행동보다 훨씬 더 강하다. 영역을 지키려고 수비하는 측의 공격행동이 빼앗으려는 측의 공격행동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다. 상대의 영역을 빼앗으려는 자에게는 기본적으로 회피행동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역을 지키려는 자와 영역을 빼앗으려는 자의 힘이 서로 비슷하다면 당연히 지키려는 자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군대에서 적 수비 진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적 병력보다 3배 이상 더 강한 공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론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


동물과 인간 뿐 아니라 식물도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의 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논의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는 농부가 벼에 해로운 잡초를 열심히 뽑아 주어야 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잡초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이다


쓸모없는 잡초라는 말은 농부가 작물을 경작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농부에게 필요한 식물은 농작물이고 농부가 기르지도 않았는데도 저절로 자라서 농부를 귀찮게 하는 식물이 잡초다. 따라서 농부에게 잡초는 하잘 것 없는 것, 쓸모없는 것, 없어져야 하는 식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원래 잡초가 자라던 영역인데, 이 곳에 잡초의 허락도 없이 농부가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그래서 잡초는 뽑고 또 뽑아내도 자기들의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강한 생명력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다. 미국의 인디언들은 농작물과 잡초를 구별하지 않으므로 잡초라는 낱말이 아예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잡초도 식용이자 약용인 귀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텃세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먼저 자리를 잡은 자가 뒤에 오는 자에 대하여 행사하는 특권 의식 또는 뒤에 오는 자를 업신여기는 행동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텃세는 동식물들의 먹이 확보, 서열 결정, 영역 수호, 성 상대자 선택 등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이다. 자기 영역에서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여 자기의 후손을 남기려는 생물학적인 본능 행동이 영역수호라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홈 영역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공격성은 스포츠에서 본 것처럼 외적인 환경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비밀스러운 생물학적인 본능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격적 본능행동의 비밀은 중뇌(中腦)의 편도체(Amygdala)의 기능에 있다. 편도체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한 영역으로, 두려움, 노여움, 공격성과 같은 정서를 통제한다. 그래서 편도체는 경쟁자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경쟁자와 결투를 하기 위한 공격성이 활성화된다. 결국 영토를 지키려는 공격본능은 생존과 자손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본능이 현대 사회생활에 역기능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대 젊은이들은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적 공격 행동이 적절히 통제되지 못해서 충동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분노조절 장애라는 부적응 행동이 일반화되면서 부부 간이나, 가족 간 갈등이 빈번히 표출되기도 하고, 친구 관계나 사회관계에서도 통제되지 않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사실 편도체는 영역보호를 위한 공격행동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기에게 유익한 긍정적 반응을 보이게 되면 이를 기분 좋은 것으로 해석하고, 위협을 가하거나 무시나 멸시를 하게 되면 불쾌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첫 인상에서 불쾌한 경험을 주게 되면 마음속으로 늘 불편한 으로 인식하게 되어 계속 그를 적대시할 수 있다. 이런 편도체의 기능은 보통 5세가 되면 성인 기능의 80%까지 발달한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도 이성을 잃고 감정을 앞세우게 되면 곧 바로 “5세의 편도체가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도 공격행동을 보일 때면 어린아이 같아서 이성적 판단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다섯 살 감정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렸을 때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방법을 훈련 받지 못하고 마음대로 생떼를 부리거나 쉽게 억지 감정을 폭발하는 잘못된 습관을 형성하게 되면 이런 잘못된 행동은 성인 이후에도 계속 그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을 폭발시키면 상대방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게 되지만, 그보다 더 큰 상처를 입는 사람은 바로 감정을 폭발시킨 당사자라는 톨스토이(Lef Nikilaevich Tolstoi)의 명언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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