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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30 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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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부문에서 오래 일한 경제학자 겸 역사학자와 30년 동안 미군 정보 장교로 일한 사람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반 푸틴 재계 인사들의 잇따른 사망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 의회전문사이트 더힐(THE HILL)에 기고한 글에서다.


전 세계 각지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러시아 부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러시아 연방 하원 의원 가운데 가장 부호로 알려진 소시지 재벌 파벨 안토노프가 가장 최근 사례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인도 라야가다에서 추락사했다. 알렉시 이담킨 캘커타 주재 러시아 총영사는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특이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틀 전 그와 함께 여행하던 블라디미르 부다노프가 안토노프 생일 축하연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우연일 수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지난 6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소시지 재벌은 푸틴의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푸틴이 1999년 8월 총리에 취임한 이래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부패했는 지를 너무 잘 알았을 뿐이다.


서방은 푸틴의 권력 체계에서 부호들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들은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아니라 과거 푸틴의 친구 또는 심복들이다. 푸틴을 대신해 러시아 산업과 시장의 각 부문에서 금고지기를 해온 집단으로 봐야 한다.


필요할 경우 푸틴은 이 관계를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푸틴이 이 관계를 뒤집으면 부호들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소 12명의 러시아 기업인들이 자살 또는 의심스러운 사고로 숨졌다. 이들 중 6명이 러시아 국영 에너지 재벌 가즈프롬 소속이었다.


이달 초 숨진 알렉산데르 부자코프는 러시아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의 책임자였다. 푸틴이 전쟁 전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북극 항로 개발을 책임진 극동 및 북극 개발회사 고위 임원인 이반 페초린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익사했다. 모스크가 항공연구소 책임자 아나톨리 게라슈첸코는 지난 9월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서 계단에서 굴러 숨졌다.


학계와 러시아 전문가들 다수가 전쟁 초기 푸틴이 부호들에 의해 축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부호들이 푸틴의 마피아식 권력 피라미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오해한 때문이다.


푸틴의 권력 피라미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틴이 피라미드의 최고점에 자리잡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연방보안국(FSB)다. 크레믈린궁에서 몇 블록 떨어져 있는 FSB 본부는 푸틴의 게슈타포이자 무력 집행자이자 근위병이다. 이런 권력 피라미드의 기저에 국영 매체, 부호들, 러시아 정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이 피라미드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군대는 빠져 있다. 2차 세계대전 영웅 출신 게오르기 주코프 전 국방장관이 요시프 스탈린이 사망한 뒤 니키타 흐루시초프를 지지해 라프렌티 베리아를 체포한 이래 러시아 군부는 러시아 권력 구조에 가담하지 않도록 배제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호들이 지금처럼 계속 숨지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배후는 와그너 용병그룹을 이끄는 예프게니 프리고진이다. 그러나 그의 살인 방식은 세련되지 못하다. 프리고진은 적을 망치로 때려죽인다.


의문스러운 부호들의 사망이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것을 감안하면 FSB가 훨씬 유력한 용의자다. 이는 기본적으로 푸틴이 살인의 배후임을 의미한다.


그렇다 해도 의문이 남는다. 이들이 왜 살해당하는가? 본보기였을까? 복수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해서일까? 마지막이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벌인 전쟁을 비판하는 반항적인 부호들은 던져 버리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러시아 군부의 형편없는 전과로 인해 폭로된 광범위한 부패를 감추기 위해 처리된 것이다. 푸틴이 자신의 부를 늘리면서 만들어낸 총체적 부패를 말이다.


부호들은 극우주의자들과 군사 블로거들이 푸틴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돼 왔다. 푸틴은 전쟁 승리를 위해 나라 전체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병력을 150만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올해보다 50% 늘어난 새해 국방 예산이 100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부분적으로 서방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해 러시아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른 휴전에 응하도록 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푸틴은 협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진심은 아니다. 시간을 벌어 군대를 정비한 뒤 봄이 오면 다시 공세를 펴려는 것이다. 시간을 버는 과정에서 전쟁 올인에 반대하는 부호들을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항하는 부호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여력도 없고 군대도 시도조차 못한다. 지난 며칠 사이에만 러시아 군부 서열 2위인 말렉세이 마슬로프 장군이 숨졌다. 푸틴은 지난 주 갑작스럽게 마슬로프의 탱크 공장 방문을 취소했다. 마슬로프가 쿠데타를 모의했을까?


푸틴의 조치에 예외가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온 프리고진이 극우 군사 블로거들과 푸틴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치권력 기반을 굳히고 있다.


이는 푸틴이 프리고진과 와그너용병그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푸틴이 조심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사람이 해머를 휘두르는 대머리 프리고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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