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푸틴 실각 이후’ 가장 유력한 러시아 지도자는? - 러시아안보회의 파트루셰프 서기, 2023년 가장 주목할 인물 - 파트루셰프, " 군국주의 러시아의 강경 화신", 푸틴보다 더 위험 - 온건파에게 푸틴 실각 위기 만나면 친위쿠데파 일으킬 수도
  • 기사등록 2022-12-31 07:05:18
기사수정



[푸틴 실각 이후 러시아 이끌 지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사실상 참패로 인해 내년에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유력 일간신문인 텔레그래프는 27일(현지시간) “가장 유력한 러시아의 차기 지도자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장군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파트루셰프는 2023년에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할해야 할 인물”이라고 밝혔다. 연방안보회의는 러시아 헌법상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 관련 최고 협의체로, 파트루세프 서기는 연방안보회의 사무국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파트루셰프는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모들 가운데 '푸틴의 귀'를 장악한 가장 최측근”이라 보도하면서 그가 지금의 푸틴을 움직이는 인물이고, 푸틴 이후의 러시아 지도자로 부각된 바 있다.



[파트루셰프는 어떤 인물인가?]


러시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연방안보회의 서기인 파트루셰프는 푸틴 대통령과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KGB(옛 소련정보기관)에서 함께 일하면서 가까워진 인물이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최종 안보회의를 열었을 때, 크렘린궁의 매파 한 명이 회의장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가 바로 파트루셰프였다”면서 “파트루셰프 서기는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긴장의 배후에 있으며, 러시아의 붕괴를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WP는 이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해당하는 파트루셰프 서기는 푸틴의 전쟁을 몰고 온 냉전적 관점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이후 파트루셰프 서기는 군국주의 러시아의 강경 화신이 되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초기에 러시아군이 고전할 때도 파트루셰프 서기는 침략을 정당화하고, 러시아의 전쟁 목표를 홍보하기 위해 나섰다. 그는 러시아 신문들과의 일련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세계적인 식량과 난민 위기 무게로 붕괴할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여러 국가로 분해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전쟁에서의 승리와 전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WP는 특히 “20여년 만에 막후권력 실세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파트루셰프는 크렘린궁 내 추진력으로 그의 역할을 부각시켰으며, 한동안 푸틴 건강과 러시아의 키이우 후퇴에 대한 지속적인 추측이 있었는데,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1일에는 일부 외신들이 러시아의 비공개 텔레그램 채널 'General SVR'에서 나온 정보를 인용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곧 암 수술을 할 예정이며, 그 사이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러시아 내부에서도 파트루셰프에 대한 권력 장악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파트루셰프가 러시아의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는 이유?]


파트루셰프가 이렇게 푸틴의 뒤를 잇는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는 이유는 우선 그가 푸틴의 복심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지금의 푸틴을 만들고, 또 사실상 조종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파트루셰프는 푸틴이 1998년 KGB 후임 기관인 FSB의 수장으로 임명돼 러시아의 대통령에 오르기 시작한 뒤로 파트루셰프는 푸틴의 곁을 계속 지켰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치컨설턴트 R의 설립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WP에 “푸틴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파트루셰프의 순간이 온 것 같다”며 “그의 생각은 푸틴이 내린 결정의 기초를 형성한다. 그는 푸틴이 듣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또 파트루셰프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푸틴의 결정을 알고 있었던 극소수의 안보 보좌관들 중 한 명이었다고 지적했다.


마크 갈레오티 런던대학 동유럽학 명예교수도 “파트루셰프는 오랫동안 푸틴의 어깨에서 그의 귀에 독을 속삭이는 악마였다”고 비유했다.


이렇게 푸틴의 생각을 지배하는 파트루셰프의 건강도 푸틴 이후의 지도자로 부상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사실 파트루셰프는 푸틴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다. 그런데도 파트루셰프는 타고난 건강 체질로 지금도 푸틴이 갈 수 없는 곳까지 푸틴을 대신해 회담을 하고 또 중요한 외교안보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푸틴이 최근들어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어서 푸틴 유고시 곧바로 러시아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로 파트루셰프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말은 곧 파트루셰프가 푸틴을 밟고 넘어설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그렇게 파트루셰프를 신임하는 것일까? 파트루셰프는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KGB의 방첩부서에서 푸틴과 처음으로 함께 근무했다. 1970년대 파트루셰프는 푸틴보다 2년 앞서 모스크바로 건너갔고, 1990년대에는 FSB 본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다. 그런데 푸틴이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의 후광으로 갑자기 파트루셰프를 제치고 FSB 총재가 되었을 당시 푸틴은 중령이었고, 파트루셰프는 이미 장군이었다. 계급이 역전된 것이다. 파트루셰프가 당연히 질투심을 느낄만 한데도 자신의 상관이 된 푸틴을 철저하게 따랐다.


파트루셰프는 나중에 푸틴이 옐친에 의해 총리로 선택되었을 때 그때서야 FSB 총재가 됐다. 그 순간부터 파트루셰프는 푸틴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파트루셰프는 FSB 총재 재직 당시 1999년 체첸 테러범에 의한 아파트 폭탄테러로 300명 이상 사망한 사건에서도 푸틴의 신속한 대응을 도우면서 당시 인지도가 낮았던 푸틴 총리가 몇 달 뒤 대통령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푸틴은 파트루셰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자신을 넘어설 인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사 푸틴이 대통령직에서 자의든 타의든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소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페트루셰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 하나, 파트루셰프가 러시아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가 미국과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6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과 핵·대량살상무기(WMD)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몇 달간 러시아와 최고위급 수준의 비밀 연쇄 전화 회담을 해 왔다”면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과 비공개 대화를 해왔다”고 미국 및 동맹국 당국자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파트루셰프 역시 푸틴의 최측근이어서 상당히 깊은 대화를 해 왔다는 것이 WSJ의 보도내용이다.


지난 9월 푸틴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연달아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을 떄, 설리번이 “어떤 핵무기의 사용도 러시아에 재앙적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의 최고위층과 직접, 비공개로 소통했다”고 말했을 때, 그 크렘린궁의 최고위층이 바로 파트루셰프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파트루셰프의 이러한 연결끈은 사실 러시아에 푸틴 사망이나 실각 등의 급변사태가 생기더라도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파트루셰프에 대한 푸틴의 신뢰는 더 강력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푸틴보다 더 강경한 파트루셰프]


문제는 파트루셰프가 어찌보면 푸틴보다 더 강경파라는 점이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파트루셰프는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 용병 바그너 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함께 가장 저명한 매파 중 하나로 떠올랐다”면서 “만약 파트루셰프가 러시아의 지도자가 된다면 서방세계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면서 푸틴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겁박하는 수준이었지만 파트루셰프는 진짜 사용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면서 “파트루셰프는 러시아 전 국민 동원령도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반드시 러시아 영토로 만들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사실상 패배로 푸틴이 온건파에게 밀려 정변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파트루셰프는 역으로 친위쿠데타로 정권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파트루셰프는 크렘린의 내부정치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마지막으로 “푸틴의 인형 속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있는 인형은 신선한 얼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문제의 인물일 수도 있다”고 정리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384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